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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국립묘지들

 
- 북한의 국립묘지인 대성산 혁명열사릉의 반신 동상과 비석들. 김일성과 독립운동을 함께했다는 주요 인물들이 묻혀 있다. 사진 맨 앞의 최효일 열사는 남북한이 동시에 독립유공자로 지정했다.
■혁명열사릉엔 김일성 최측근만 묻혀
■북한 혁명열사릉, 애국열사릉, 재북인사묘 등 국립묘지는 북한판 근현대사 인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현장이다. 일제시기 김일성과 무장 독립투쟁을 했던 사람들 중 주요 인물들만 모아 묻은 혁명열사릉은 김 주석을 독립운동사의 중심에 자리매김하려는 의도가 짙다. 북한 사회주의체제 건설에 기여한 주요 인물들을 묻은 애국열사릉에는 6.25 전쟁 직후까지 남한 지역에서 빨치산 활동을 한 사람이나 분단 이후 남파간첩들을 "남조선 혁명가"라는 비문 아래 묻었다. 납북 주요 인사들을 묻은 재북인사묘의 비에는 3분의 2가량이 "재북평화통일촉진협의회"의 직책이 적혀 있다.

◆혁명열사릉=평양 중심가에서 동북쪽으로 6㎞ 떨어진 대성구역 대성산 주작봉 정상(해발 184.7m)에 설치된 혁명열사릉에선 금수산기념궁전을 포함해 평양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29만7500㎡의 부지에 조성된 혁명열사릉에는 일제시대 김일성 부대(동북항일연군, 북한은 "조선인민혁명군"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의 지휘관급 인물을 중심으로 160명(12명은 합장)이 묻혀 있다.

혁명열사릉 해설강사 김영옥(45)씨는 "이곳에 묻혀 있는 분들은 (일제) 식민지 기간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싸우다 희생된 최고의 애국자들"이라며 "해방 직후부터 국가 차원에서 만주 등에 흩어져 있는 묘를 찾아 평양시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곳에 모셨다"고 설명했다.

혁명열사릉은 1975년 완공됐으며 83년부터 2년 동안 재정비됐다. 대문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쓴 "혁명열사릉"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대문에서 본 묘역까지는 400개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야 한다. 해설강사는 "일제시기 빨치산이 전사했을 때 부르던 "빨치산 추도가"를 들으며 계단을 오르면 추도하는 마음이 승화된다"고 말했다.

묘역은 총 9단으로 조성돼 있다. 해설강사는 "사망일 순으로 아랫단부터 안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정숙(김정일 위원장 생모, 49년 사망), 김책(51년 사망 당시 전선사령관), 오진우(95년 사망 당시 인민무력부장) 등 김 주석의 최측근 15명은 가장 높은 곳에 묻혀 있다. 이곳에 묻힌 사람들은 절반 이상이 해방 이전에 사망한 사람들이다. 8단에는 아직 서너 명이 묻힐 수 있는 자리가 비어 있다. 이을설 차수,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등 원로급 생존 인물 중에 이곳에 묻힐 사람이 남아 있는 듯했다.

이곳의 무덤은 모두 비석 위에 반신 동상을 얹은 형태로 돼 있다. 김씨는 "일본군과 전투 중 10~20대에 사망해 사진이 없는 경우가 많아 동상을 만드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 재북인사묘 이광수 선생 묘비. 설명하는 사람은 재북평화통일촉진협의회 부원 현영애씨.
◆애국열사릉=애국열사릉엔 정치인, 관료, 독립운동가, 문화인, 고위 군 간부 등 662명이 묻혀 있다. 평양시 형제산구역 신미동에 위치한 애국열사릉은 33만㎡ 규모로 85년 10월 착공해 86년 9월 17일 개관했다. 이곳에는 혁명열사릉과 달리 반신 동상 대신 얼굴 사진을 새겨넣은 비석만이 설치돼 있다. 비문에 "남조선혁명가"로 표시된 35명은 거의 남파 간첩이거나 이현상 등 6.25 전쟁 직후까지 빨치산 활동을 했던 사람들.

"불굴의 통일애국투사"로 표시된 8명은 남쪽에서 보내준 비전향 장기수 출신이다. 지난달 16일 사망한 이인모씨도 이곳에 묻혔다.

또 애국열사릉에는 우리 정부에서 외무장관을 지내다 월북한 최덕신과 그의 아버지 최동오(임정 법무부장), 장인 유동열(임정 군무총장), 처고모 류영준 등 일가 4명이 묻혀 있다.

◆재북인사묘=평양시 용성구역 용연산 앞자락에 위치한 이곳은 2004년 3월에 설치됐다. 애국열사릉 특별묘역이나 삼석구역 공동묘지 등에 산재해 있던 남한 출신 유명인사 63명의 묘를 이장해 새로 만들었다. 혁명열사릉이나 애국열사릉이 각각 보존소를 두고 관리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이곳은 재북평화통일촉진협의회가 관리하고 있다.

협의회 부원인 현영애(49)씨는 "고려시대인 1128년 승려 묘청이 개성에 있던 왕궁을 옮기려 했던 명당 자리"라며 "제헌의원과 2대 국회의원 다수가 묻혀 있다"고 설명했다. 비석에는 애국열사릉과 동일하게 사진을 새겨넣고 생몰(生歿)연도와 북한에서 가졌던 재북평화통일촉진협의회(56년 결성) 등의 직책, "애국지사" 또는 "애국열사"라는 호칭 등을 기록했다.

■해설 : 조선인민혁명군=1934년 중국공산당 지도 아래 만주 지역에서 활동하던 반일유격대들을 통합해 결성한 동북인민혁명군을 말한다. 36년 동북항일연군으로 확대 개편됐다. 동북항일연군은 과반수가 조선인으로 구성됐으며 김일성은 1로군 2군 6사 사장을 지냈다. 북한은 국내나 만주지역 조선인 거주지에서 활동할 때 "조선인민혁명군" "고려홍군"이란 명칭을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체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중앙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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