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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9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 박양숙 위원장은 「서울특별시 공영장례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가족해체와 빈곤으로 장례를 치를 수 없는 무연고자 및 저소득층을 지원하기 위해 공영장례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례안은 목적을 통해 고인(故人)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상부상조의 공동체의식과 “요람에서부터 무덤까지”라는 사회복지의 가치를 실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세부 조항들을 볼 때 이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조례의 가장 핵심이라 할 ‘지원 대상’과 ‘지원 내용’에 커다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 조례안은 공영장례 지원 대상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제외하고 있다. 오직 연고자가 미성년자, 장애인, 75세 이상 노인일 경우에만 지원 받을 수 있을 뿐이다. 과연 이와 같은 조건을 충족하는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현재 기초생활보장수급자에게 지급되는 장제급여는 75만 원에 불과하여, 이 돈으로 장례를 치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는 복지부 역시 인정하는 사실로, 유가족이 재정적 여력이 없다면 수급자는 무연고사망자와 같이 빈소 없는 직장(直葬) 형태로 장례를 맞을 수밖에 없다. 나아가 유족이 장례비가 없어 시신인수 자체를 포기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이렇듯, 서울시의회는 공영장례제도를 통해 무연고사를 조장하는 장제급여의 허점을 보완해야 함에도 눈감고 있을 뿐이다.
둘째, 지원 내용이 불충분하고 불명확하다. 조례안의 지원 내용은 모두 임의 조항인 “할 수 있다”로 돼 있어 구속력이 없다. 나아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항목을 지원할 지에 대해서는 전혀 규정을 하지 않고 있다. 현재 장례 행사를 위해 가장 절실한 항목인 빈소와 장의 차량조차 적시되지 않았다. 특히 지원 수준을 “노인돌봄대상자인 독거노인의 장례서비스 집행기준”을 따르도록 했는데, 이는 금액으로 할 경우 40만 원에 지나지 않는다. 장제급여로도 장례가 불가능한데 그에도 못 미치는 금액으로 어떻게 존엄성을 유지하는 공영장례를 치르겠다는 말인가?
무연고사망자의 부고를 알려 동료들과 지인들이 애도할 기회를 보장하는 방안, 명확한 기준 없이 작성되는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통계의 오류 등 무연고 및 저소득층 장례의 문제들은 산적해 있다. 그럼에도 조례안은 이에 대해 방관만 할 뿐이다. 우리사회 최빈곤층인 기초생활수급자를 배제하고, 기본적인 장례 절차조차 보장하지 않는 껍데기에 불과한 조례안을 내놓고 공영장례라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의 명분을 위한 공영장례는 필요 없다. 고인의 존엄, 그리고 우리사회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공동체적 실천으로서의 공영장례가 필요할 뿐이다. 서울시의회는 허울 뿐 인 조례안을 폐기하고, 사각지대 없이 존엄한 장례를 보장할 진짜 공영장례 조례를 속히 마련하기 바란다. [첨부문서 참조]
기자회견
◎ 일시 : 2017년 12월 7일(목) 오전 10시
◎ 장소 : 서울특별시의회 의원회관 앞 (덕수궁길 15)
◎ 순서
사회: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
• 발언1 : 가난한 이들의 죽음을 위로할 수 없는 서울시 조례(안) 규탄
- 이태헌 <사랑방마을공제협동조합, 고문/ 쪽방 주민>
• 발언2 : 빈곤을 외면하는 서울시 조례(안) 규탄
-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 발언3 : 차별 없는 공영장례조례 제정 촉구
- 양한웅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 기자회견문 낭독
- 김학식 <홈리스행동,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