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제출했다가 철회한 건수가 대폭 늘어나고 있다. 2020년 469건에서 지난해 925건으로 3년 만에 배 가까이 늘었다.
연명의료를 거부했던 이들이 마음을 돌리는 가장 큰 이유로 가족과의 갈등이 꼽힌다. 끝까지 치료를 포기하지 않는 게 효도라고 여기는 가족 손에 이끌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철회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외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삶에 대한 정리 부족 등이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법에서 규정한 임종 과정은 의학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를 받더라도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돼 사망이 임박한 상태를 뜻한다. 그런데 실제 의료현장에서 임종 과정을 가려내는 일이 쉬운 건 아니다.
혈압, 산소 포화도, 환자의 의식 등 몇 가지 질환의 임종 과정을 판단하는 기준이 있지만 상황, 환자마다 너무 다르다. 약의 효과로 혈압만 올라도 임종 과정이라 보기 어려워진다.
의료진이 적극적으로 임종 과정이라 판단을 내리는 것도 어렵다. 법 위반 소지가 있어서다. 우리나라는 치료 거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임종 과정이 아닌 환자의 연명의료를 중단하면 고소당할 여지가 있다.
그 결과, 말기 암으로 의식을 잃었지만 체온, 호흡, 맥박 등 활력 징후가 어느 정도 유지되는 환자는 연명의료를 받는다.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은 임종 시점을 수일 앞당기는 데 그칠 뿐이다.
지난달, 보건복지부는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를 열어 ‘제2차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2024~2028년)’을 심의·의결하고 연명의료 중단 시기를 ‘임종기’에서 ‘말기’로 조정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임종에 임박해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연명의료 결정 제도 도입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는 의료 현장의 의견을 반영한 조치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