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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좋은 죽음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 자존감 -강원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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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죽는 방법을 연구하는 터라 평소 기회가 닿는대로 죽음에 관한 책들을 찾아 읽습니다. 죽음에 관한 역사나 철학, 의학, 에세이, 동화, 만화, 개론서들을 읽다보면 서로 다른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지점에서 서로가 주장하는 내용이 일치함을 발견합니다. 죽음을 살펴보는 방법과 위치는 각자 서로 다르지만, 어느 길로 올라가든 산의 꼭대기는 하나인 것처럼, 결국 죽음의 끝은 곧 삶의 모습과 맞닿아 있습니다. 그래서 죽음을 말하지만 삶의 모습이 담겨있고, 삶을 이야기 하지만 죽음의 모습이 담겨져 있습니다.

 

올해 읽은 책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책은 죽음을 다룬 심리학 책이었습니다. 심리학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죽음의 모습을 담은 책입니다. 주된 내용은 인간은 왜 죽음을 두려워하는가? 죽음을 맞이할 때 인간의 심리는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담고 있습니다. 또 인간과 사회를 움직이는 무의식적 원동력은 죽음의 부정, 불멸의 추구에서부터 시작되며 이를 바탕으로 이론으로 발전시킨 공포관리이론이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있는지를 설명합니다. 그리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 ‘죽음 불안’의 개념을 제시합니다.​

 

죽음 불안은 먼 훗날 언젠가 자신이 맞게 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말합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죽음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연구를 통해 조사해 보니, 조금 더 죽음에 불안을 느끼는 요인들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연령이 낮을수록, 남자보다는 여자가, 종교가 있는 사람보다는 없는 사람이, 폐쇄적이고 내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애착관계가 불안정할수록 죽음 불안이 높다고 연구 결과는 말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요인들이 인간의 죽음 불안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 중 인간의 죽음 불안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자존감’입니다. 우리 주위에서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단어인 자존감은 말 그대로 ‘자기를 존중해주는 마음’을 뜻합니다. 이 자존감은 죽음 불안에 영향을 미치는데, 자존감이 높은 사람일수록 죽음 불안이 낮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일수록 죽음 불안이 높은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과연 실제로 그럴까? 실제로 호스피스에서 임종을 맞는 분들의 모습을 보면 이 이론이 이해가 됩니다. 자존감이 높은 분들은 죽음을 마주하며 “나 참 애썼다. 고생했다. 수고 많았다. 열심히 살았다.” 인정하며 자신의 삶을 끌어안고 포용합니다.

 

반면 자존감이 낮은 분들은 죽음을 마주하며 “결국 해놓은 것도 아무것도 없이 남들한테 폐만 끼치고 똥오줌도 못 가리면서 이렇게 죽을 줄 알았다.” 말하며 자신의 삶을 밀쳐내고 원망합니다. 그래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일수록 살 때도 잘 살고 죽을 때도 잘 죽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자존감이 낮고 자존심이 센 사람일수록 살 때도 힘들고 죽을 때도 어렵게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래서 저희 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웰다잉 교육은 죽음을 통해 삶을 돌아보는 공부들과 함께, 참여자들의 지나온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수용하도록 도우며,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활동들을 함께 해나갑니다. 자존감은 곧 우리를 좋은 삶과 죽음으로 이끄는 안내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자존감은 자아가치감과 자아효능감, 그리고 소속감으로 구성이 됩니다. 자존감은 자기는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는 마음을 뜻하는 ‘자아가치감’, 자신이 누군가에게 쓸모 있고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는 마음을 뜻하는 ‘자아효능감’, 자신과 함께 자신을 보호해주고 지지해주는 집단에 있다는 ‘소속감’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즉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는 확신과, 자기가 소속된 집단에서, 쓸모 있고 의미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이 결국 자존감을 높이게 됩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회적 약자들, 외롭고 아프고 어려움 속에서 지내는 이들은 낮은 자존감을 갖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지나간 과거를 자꾸만 곱씹으며 스스로을 자책하고 원망합니다. 가족과 주위 사람들로부터 문제시 되고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질타받으며, 공동체에서도 외면 받습니다. 결국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은 점점 낮아지고 반대로 자존심만 거세집니다. 거세진 자존심은 다시 남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도, 받는 것도 부끄러워하고 어려워하며 결국 자기를 숨기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거친 행동을 일삼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들이 결국 스스로를 가둬두어 죽음의 모습으로까지 이어집니다.


동료 사회복지사의 이야기입니다. 복지관이 위치한 마을 놀이터 한 귀퉁이에 앉아 매일 술만 드시고 싸움을 일삼았던 아저씨 한 분이 모두의 골칫거리였습니다. 설득해보려 했지만 매일 계속되는 술자리와 주정, 거친 언행으로 결국 담당 사회복지사와도 마찰을 일으켰는데, 계속되는 행동에 화가 난 담당 사회복지사는 아저씨와 담판을 짓겠다는 마음으로 어느 날 근무를 마치고 슈퍼에서 소주를 두 어병 사서 아저씨를 찾아갔습니다. 이후에도 몇 번의 술자리를 통해 아저씨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지만, 그래도 아저씨는 여전히 술을 좋아했고, 동네 이웃들과 여전히 다툼을 일삼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역시 담당 사회복지사와 아저씨가 술잔을 기울이던 중, 다른 사회복지사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마을의 혼자 사시는 할머니 댁을 방문했는데, 전기가 망가져 깜깜한 어둠 속에서 불빛 없이 지내시며 난방도 되지 않고 냉장고의 음식도 모두 망가지고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서둘러 전기를 고쳐야 하지만, 수리해줄 수 있는 업체가 너무 멀고 시간도 늦어 내일이나 방문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곁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저씨가 갑자기 그까짓 꺼 별거 아니라며 자기가 가서 한번 봐주겠다고 얼근한 얼굴로 자리를 털고 일어섰습니다.

 

정말 하실 수 있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담당 사회복지사가 함께 할머니댁을 방문하니, 아저씨는 두꺼비 집을 열고 능숙하게 전기시설을 점검하고 수리하였습니다. 아저씨의 실력에 깜짝 놀라 담당 사회복지사가 물어보니 아저씨는 오래 전 전파상을 운영했었는데, 결국 사업이 망해 그만두게 되었다는 말을 전해주었습니다. 할머니는 아저씨게 너무 고마운 나머지 저녁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며 상을 차려 아저씨와 담당 사회복지사를 대접하였고, 아저씨는 누군가 차려준 밥을 오랜만에 먹어본다며, 고개를 돌리며 눈시울을 불켰습니다.

 

그 날 이후 담당 사회복지사는 아저씨가 잘하시는 것에 집중하자라는 생각으로 전기 시설이 망가진 어르신들의 댁 수리를 부탁드리기 시작했습니다. 한 곳 두 곳 아저씨의 활동이 입소문을 타면서 마을에서도 점점 술주정뱅이 아저씨의 호칭이 기사 아저씨로 바뀌기 시작하였고, 아저씨는 이후에 술도 줄이고 어려운 어르신들의 집을 직접 찾아가 수리해드리는 마을 봉사에 참여하면서 조금씩 삶의 모습들이 바뀌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경력을 살려 결국 다시 취업에도 성공하게 되셨습니다

 

아저씨의 이야기는 스스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과, 사람들에게 사랑받을만한 존재라는 자기가치감, 그리고 우리 마을에 소속되어 있다는 소속감을 통하여 자존감이 향상되고, 그 결과 삶이 바뀌게 된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담당 사회복지사가 아저씨의 문제에만 집중했다면 관리하고 통제해야 할 알콜 중독자일 뿐이었지만, 아저씨가 잘 하실 수 있는 강점들에 집중하고 세워드렸기 때문에 다시 자존감을 회복하고 마을의 구성원으로 설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좋은 삶과 좋은 죽음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 그것은 바로 자존감입니다. 누군가를 돕는 방법에는 물질적, 금전적인 후원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도움받는 이 스스로가 자신도 사랑받을 만한 존재라는 확신과,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라는 믿음과, 마을에서 함께 사는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지지야 말로 그 사람을 살게 하기 위해 꼭 필요한 도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존감은 인간에 대한 사랑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그렇게 사랑은 삶을 품고 죽음을 넘어섭니다. 죽음 앞에서, 우리는 사랑한 만큼 살아내고 죽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삶입니다.

 

[강원남 칼럼] 좋은 죽음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 자존감  이 글은 (사)나눔과나눔 이사로 활동 중이신 ‘행복한 죽음 웰다잉 연구소’ 강원남 소장이 작성한 글입니다.

 

[출처 :나눔과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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