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국가 쿠웨이트의 셰이크 사바 알아마드 알자비르 알사바 국왕(91)이 지난달 29일 타계한 뒤 간소한 장례식 끝에 쿠웨이트시의 일반 공동묘지에 묻혔다. 묘의 크기도 일반 묘와 비슷했다.
알사바 국왕 시신은 타계 하루 뒤인 지난달 30일 국기에 둘러싸인 상태에서 철제 파이프로 만든 들것에 실려 공동묘지로 옮겨져 군인과 왕실 관계자들에 의해 안치됐다. 모스크(이슬람교 예배당)에서 열린 추모 행사도 간단히 끝났다. 쿠웨이트에서 국왕은 국가를 대표해 행정부를 총괄하고 군 최고지휘권을 가진 최고 권력자이다. 그런데도 권력자의 장례식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절차가 간소했고 무덤 크기도 일반 묘와 비슷했다.
이 사진이 왕릉 모습이다. 공동묘지 한쪽에 묻힌 쿠웨이트 국왕의 묘지. 쿠웨이트 수도 쿠웨이트시(市)의 술라이비카트 공동묘지에서 마스크를 쓴 추모객이 1일(현지 시각) 고(故) 셰이크 사바 알아마드 알자비르 알사바 국왕 무덤을 찾아 애도하고 있다. 14년간 쿠웨이트를 통치하다 지난달 29일 91세로 타계한 알사바 국왕은 지위에 상관없이 간소한 장례를 치르는 이슬람 전통에 따라 이튿날인 30일 이 묘지에 안장됐다. 무덤 크기도 일반 묘와 비슷하다.
알사바 국왕은 쿠웨이트 제15대 국왕으로 2006년 1월 즉위했다. 재위 기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와 협력하는 등 중동 정세의 안정과 평화 정착을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알사바 국왕 장례 절차는 ‘장례식을 최대한 검소하게 치르라’는 이슬람교 교리에 따른 것이다. 이슬람교는 장례식을 ‘흙에서 나온 인간이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평범한 과정으로 본다. 따라서 장례에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것은 알라(신)의 뜻에 반하는 행위로 간주한다. 이는 모든 이에게 똑같이 적용된다. 알라 앞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기 때문이다. 장례식도 2일장을 넘지 않는 게 원칙이다. 사망한 시각이 이른 아침일 경우 당일장으로 끝내는 경우도 많다.
앞서 2015년 1월 90세로 타계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당시 국왕의 장례식 때도 전 세계에서 조문 인파가 운집했지만, 장례식 자체는 모스크에서 간단한 추모 의식을 가진 뒤 바로 공동묘지에 안장되는 ‘1일장’으로 간략하게 치러졌다. 이런 간소한 장례식은 주로 전체 이슬람교 신자의 90%를 차지하는 수니파 국가에서 보편화돼 있다.
다만 성직자의 권위를 중요하게 여기는 시아파의 장례는 조금 다르다. 시아파가 다수인 이란의 경우 이슬람 혁명을 이끈 최고 지도자 루홀라 호메이니(1900~1989)의 묘는 91m 높이 첨탑 4개를 갖춘 성지로 건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