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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가 함께한 무연고 장례 -부용구

서울역에서 도로를 건너면 높은 건물들 사이 여인숙과 쪽방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동네가 있습니다. 동자동쪽방촌은 주민들 스스로가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를 조직하여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과 반찬 나눔, 의료서비스 등의 지원을 모색하며 이웃들끼리 나눔의 문화를 만들어왔습니다.

 

나눔과나눔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거주민들 중 무연고자가 되어 돌아가시는 분이 있을 때 함께 장례를 치러왔습니다.

 


그러던 지난 3월 중순 SNS에서 동자동사랑방의 유○○ 이사장의 사망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장례 등을 통해 뵈었던 이사장님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사망소식은 황망하기만 했습니다.

 

연고자로 형제들이 있었지만 시신인수를 거부하는 상황이라 장례가 언제 확정될지 알 수 없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사랑방 활동가들은 형제분들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지난 4월 초 유 이사장의 장례일정이 확정되었고, 화장일에 앞서 동자동에서 추모제가 열렸습니다. 1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추모식에 조문을 왔고, 각자의 추억들을 가지고 유 이사장을 애도했습니다.


유 이사장은 생전에 아픈 주민들을 병원으로 모시고 병문안 가는 일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유 이사장이 입원중일 때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병문안이 불가했습니다. 주민들은 추모식에서 그 사실을 언급하며 너무나 안타까워했습니다.

 

수년 간 한 동네에서 의좋게 지냈던 분을 살아계실 때 마지막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 것도 모자라 입관도 보지 못했습니다.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생각할 때 쓸쓸함, 외로움, 처연함, 억울함 등의 감정들을 연상하곤 합니다. 가족들이 시신인수를 거부했거나 연고자가 없다는 이유는 동정의 대상이 되기 쉽습니다. 무연고 사망자에게도 관계가 있고, 마음 깊이 애도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쉽게 생각해내지 못합니다.

 

단절된 가족이 아닌 마음을 나누며 생을 함께 살았던 지인들이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무연고로 보내야 하는 상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유 이사장의 장례는 사람들이 흔히 상상하는 무연고자의 장례와 달랐습니다. 사시던 마을의 친구들과 지인, 공동체의 많은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추억을 떠올리고 공유하는 순간이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추모식 다음날 화장일에도 동자동의 이웃 서른 분이 함께했습니다. 모두가 애도하는 마음으로 고인에게 인사를 하고 술을 올렸습니다.


연고의 같은 말에는 인연(因緣)이 있습니다. 무연고자는 사회의 흐름을 따라오지 못한 제도가 규정한 것일 뿐이란 생각이 듭니다. 누구보다도 소중한 인연들을 맺어 온 이웃들, 공동체가 연고자가 되어 ‘가족 대신 장례’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정착화되길 바랍니다.


이 글은 나눔과나눔 활동을 지지하는 부용구 활동가가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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