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 그러지 말라고 신신당부하셔서 이제야 공개합니다.”
8월 27일 향년 90세를 일기로 타계한 고 구봉서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보육원을 후원해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북 문경시 신망애육원 황영봉 장로는 28일 고인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강남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나 “고인이 1979년부터 이번 달까지 매달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적지 않은 금액을 후원해왔다”고 밝혔다. 구봉서는 1954년 신망애육원이 개원한 이래 최초이자 최장기 후원자였다. 구봉서는 종종 직접 찾아가 보육원 아이들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아이들과 함께 놀면서 감동과 웃음을 선사했던 그는 그들에게 또 하나의 ‘아버지’였다. 황 장로는 “1년도 하기 힘든 후원을 40년 가까이 한 것은 정말 대단한 것”이라며 “문경까지 몇 시간을 달려와 함께 찍었던 사진을 보면 존경스러울 뿐이다”고 말했다. 구봉서는 가족 등 가까운 사람에게도 이 같은 후원 활동에 대해 말하지 않았다. 부인 정계순씨가 “너무 오래돼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매달 꾸준히 후원해왔다”고 말하자 곁에 있던 손녀는 “할아버지가 이렇게까지 후원활동을 하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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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고인이 되었지만 앞으로도 후원 활동은 이어질 전망이다. 신망애육원 한 관계자는 “고인이 계속 후원하라는 유언을 유족에게 남겼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구봉서는 1984년부터 해외 선교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특히 아프리카 우간다 지역의 학교 설립을 주도적으로 지원해 현지 ‘구봉서학교’가 세워졌다. 부인 정씨는 “현지에서 동상을 세운다고 하자 남편은 절대 그러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돌이켰다. 고인의 이 같은 남다른 배려심은 빈소에서도 여실했다. 유언대로 빈소에서는 조의금을 일절 받지 않고 있다. 고인은 생전 “어려운 코미디계 후배들에게 조의금을 절대 받지 말고 그저 와서 맛있게 먹고 즐기고 갔으면 한다”는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