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새벽 이탈리아 중부 산악 마을들을 뒤흔든 지진은 291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갔다. 그러나 절망과 혼돈이 휩싸인 이 도시의 잔해 위에서 꿋꿋하게 영원한 사랑을 맹세해, 남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긴 신랑과 신부가 있어 감동을 주고 있다. CNN 방송에 따르면 라몬·마르티나 아다치 부부는 지진 나흘 만인 28일(현지시간) 예정대로 레마르케 주 아스콜리 피체노의 아콰산타 테르메에서 웨딩마치를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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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넘도록 멋진 결혼식을 준비해온 이들은 이번 지진이 24일 새벽 이 일대를 강타해, 결혼식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상황이었다.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던 성당의 제단은 잔해로 뒤덮였고 벽에는 쩍쩍 금이 갔으며 16세기 프레스코화 일부가 바스라졌다. 이에 혼인 미사를 집전하기로 한 신부는 성당이 위험한 상태여서 결혼식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알렸다.
그러나 라몬은 “나는 이 도시와 사람들을 사랑한다. 다른 어느 곳에서 결혼식을 하겠느냐”고 되물으며, 마을 광장에서라도 결혼식을 진행하기로 결심했다. 레마르케의 아름다운 산과 부서진 건물들은 배경이 됐으며, 멀리 브라질과 캐나다에서 날아온 손님을 비롯해 지켜보는 수십 명의 사람들은 자연스레 하객이 됐다. 마르티나는 “걱정되고 긴장됐다. 마을에 더한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모두 따뜻하게 반겨줬다”고 감격해 했다. 이 결혼식은 암울한 지진 폐허 속에서 피어난 기쁨의 순간이자 ‘삶은 계속된다’는 또 하나의 서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