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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장례의 변화에 대한 고민

서울시에서만 무연고 사망자 천명, 이제는 대비해야할 때

 

무연고 사망자의 전국 통계가 매년 증가하면서, 서울시의 통계도 마찬가지로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2020년에는 서울시에서만 한 해에 665명의 무연고 사망자 장례를 치러야 했고, 2021년에는 856명의 무연고 사망자 장례를 치렀습니다. 1년 만에 거의 200명가량 증가한 셈입니다. 그러다 보니 현장의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한 해 동안 386명의 장례를 치렀던 2019년과 비교했을 때 인력과 공간에 변화가 없기 때문입니다. 무연고 사망자의 수가 두 배 이상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전업체의 인력은 두 사람입니다. 공영장례가 안정적으로 안착하며 자연스레 늘어난 장례 참여자들, 무연고 사망자의 지인들과 연고자를 위한 공간도 예전 모습 그대로입니다. 이제는 비좁게 느껴지는 빈소 탓에 사회적 거리두기도 어렵고, 때로는 참여자들이 교대로 빈소에 들어와 애도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아주 중요한 것을 놓치는 일이 생기고 있다는 점입니다. 서울시 공영장례지원 상담센터는 부고 안내를 놓치는 일이 생겼습니다. 1년 동안 856명의 부고를 세 사람이 챙기다 보니 예전과는 다르게 여유가 없어진 탓입니다. 장례식장이 운구해 온 두 고인의 관이 바뀔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의전업체에서 미리 확인하지 않았던 탓에 장례식장에서 운구해 온 고인의 명패가 뒤바뀐 것입니다. 일반적인 장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우연히 나눔과나눔의 활동가가 관에 적힌 고인의 이름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두 고인의 유골은 바뀌었을 것입니다. 두 고인은 세상과 이별하는 마지막 순간에 본인의 이름으로 불리지 못할 뻔했습니다.

 

“제도를 몰랐어요”는 이제 그만

 

변화가 필요한 것은 장례 현장만이 아닙니다. 공영장례조례가 만들어진지 햇수로 5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동주민센터와 구청의 공무원이 제도를 몰라 정확한 상담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1월에 장례를 치른 ‘ㄱ’ 님에겐 양아들이 있었습니다. 입양을 하지 않았기에 서류상으로는 남이지만, 양아들은 고령이었던 ‘ㄱ’ 님을 돌보았고, ‘ㄱ’ 님이 요양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을 땐 본인의 집으로 주소지를 옮겨 놓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ㄱ’ 님이 사망한 후였습니다. 동주민센터는 양아들에게 ‘ㄱ’ 님의 시신 처리 위임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안내했습니다. 때문에 장례를 치를 권한을 가지지 못했음에도 양아들은 ‘ㄱ’ 님의 위임서를 작성해야 했습니다. 가족이 아니어도 장례를 치를 수 있는 ‘가족대신장례’를 안내한 것도 아니면서, 장사법상 연고자가 아닌 이에게 시신처리 위임서를 받아낸 것은 혹시 발생할지도 모를 민원의 소지를 없애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시신 처리 위임서는 때로 작성자에게 큰 트라우마를 안깁니다. 1월에 만난 한 무연고 사망자의 형제는 활동가에게 본인의 죄책감을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10년 전에 무너진 후로 신용불량자가 되었습니다. 형의 장례를 치르고 싶어도 그럴 형편이 안 되었어요. 이유야 어찌 되었든 이런 짐승만도 못한 놈 대신 장례를 치러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느 누가 사랑하는 이의 장례를 포기하겠다는 선언을 아무런 상처 없이 할 수 있을까요? 그 선언 안에는 빈곤과 관계 단절 등, 사실상 장례를 ‘치르고 싶어도 못 치른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그런 마음 아픈 일을, 동주민센터는 하지 않아도 되는 이에게 강요한 것입니다.

 

1월에 이런 일이 한 번만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가족대신장례’가 시작된 지 햇수로 3년이 되어가는데도 여전히 대부분의 동주민센터는 해당 제도를 모르고 있습니다. 결국 1월에도 ‘가족대신장례’를 원했으나 제대로 안내가 되지 않아 고인을 무연고로 보내야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조카가 고인의 장례를 치르겠다는 말에 동주민센터의 공무원이 “당신은 장례를 치를 권리가 없다”고 단호히 답변한 것 입니다.

 

동주민센터에서 이 같은 일이 계속 벌어지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들이 장례에 대해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구청의 담당 공무원들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장례에 대한 업무를 짧으면 6개월, 길어봐야 1년마다 주무가 바뀌는 공무원이 능숙하게 해내길 바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례적인 담당자 교육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서울시 공영장례지원 상담센터’가 매뉴얼을 만들고 그동안 쌓아온 사례들이 있기 때문에 정례적인 교육일정만 잡힌다면 담당 공무원들의 보수교육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최근에 제정된 부산시의 공영장례조례를 살펴보면 “제11조(교육) 시장은 담당 공무원과 수탁기관, 협력기관 단체 종사자에 대해 공영장례 지원 사무처리 및 직무능력 향상에 필요한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여야 한다.”라는 문구가 눈에 띕니다. 그동안 ‘공영장례’의 견본으로써 선제적인 역할을 해 온 서울시지만, 이제는 다른 지자체의 조례를 참고해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야 할 시점이 다가온 것 같습니다.

 

“따완(가명), 집에 가자”

 

따완 님은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습니다. 아직 만으로 서른이 되지 않았지만, 그에게는 아내와 초등학생인 아이가 있었습니다. 농장 일은 대사관에 입국 사실을 알릴 여유도 없을 정도로 쉴 틈이 없었습니다. 주말도 없이 일한 대가로 몸이 축나기 시작 했습니다.

3년 전부터 몸은 서서히 이상신호를 보내기 시작했고, 급기야 더는 일하기 힘들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따완 님은 대사관을 통해 태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돌아갈 비행기 표를 예약했습니다. 대사관 직원은 따완 님의 비행기를 예약하고 태국에 있는 그의 가족들에게 도착 예정 시간을 알려주었습니다. 모든게 예정대로 되었다면 따완 님은 지금쯤 가족의 곁에서 건강을 회복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잔혹했습니다. 대사관 직원은 따완 님의 어머니가 건 전화를 통해 그가 출국하지 못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따완이 비행기를 타고 온다고 들었는데 아무런 연락이 없어요. 어떻게 된 건지 알아봐 주세요” 무언가 잘못 되었음을 인지한 대사관 직원이 따완 님의 휴대폰으로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따완 님의 소재를 알게 된 것은 경찰에 신원파악을 요청한 후 였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가족들 곁으로 돌아갔어야 할 따완 님은 국립의료원의 병상에 누워 있었습니다. 결핵균이 온 몸과 뇌에 퍼져 피를 토하고 있었습니다. 살고자 온 한국에서, 따완 님은 건강과 목숨을 잃게 되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온 나라에서 빈곤의 병으로 숨을 거두었습니다.

 

시신을 태국까지 이송할 방법이 없었던 따완 님의 가족들은 결국 시신 처리 위임서를 작성했고, 장례는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로 치러졌습니다. 장례가 치러지는 날, 따완 님의 형제와 태국 대사관의 직원이 빈소를 지켰습니다. 대사관의 직원은 한국어를 모르는 따완 님의 형제를 위해 장례 과정 모두를 통역해 전달했습니다. 따완 님의 관이 화로로 들어가는 순간, 대사관의 직원은 나직히 “따완, 집에 가자”고 말했습니다.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중에는 외국인들도 적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따완 님 처럼 일하기 위해 한국에 온 사람들 입니다. 건강한 몸으로 고향에 있는 가족들을 부양하기 위해 온 그들은, 결국 강도 높은 노동을 버티지 못하고 부서지고 맙니다. 따완 님을 배웅하며 활동가들은 그 동안 장례를 치렀던 이국의 사람들을 떠올렸습니다.

 

시한부 선고와 함께 의사에게 고향으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소견을 받은 후 고시원에서 자살한 고인과, 열악한 노동환경 탓에 사망한 고인의 시신 처리 위임서 속 “가족이 매우 가난하고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에 인계가 불가능합니다”라는 문장. 우리가 누리는 충만한 삶은, 고된 타향살이를 무릅쓴 이들의 삶을 게걸스레 집어 삼키는 비정한 착취의 구조 덕분 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 값으로 오랫동안 외면을 지불해오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따완, 집에 가자”

 

활동가들의 머릿속에 대사관 직원의 말이 오래도록 남았습니다.

 

<이 글은 나눔과나눔의 그루잠 활동가가 작성했습니다>

 

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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