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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 논단

슬플 것도 서운할 것도 없는 삶을 바로 지금 살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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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영원힌 것은 없다는 불변의 명제는 어느 누구나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살다보니 암환자가 되어 투병중에 있지만 나 자신은 오래 전부터 공부해왔던 인문학 강의를 통해서 대중들에게 이야기했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정작 가족들에게는 제대로 진지하게 이야기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던 차에 대장암으로 몸져 누운 와상환자의 입장이 되어보니 죽음이라는 단어를 현실적으로 보다 가까이 접하고 차분하게 죽음에 관한 보다 깊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향해 살고 있으며, 죽음을 가까이 함께하는 삶을 사는 것이 보다 삶의 의미를 진하게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만 할것이다. 나는 청소년기에 사고로 사망선고를 받고 영안실에서 다시 깨어났던 경험이 있다. 이러한 경험은 TV를 비롯해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여러번 전파된 바가 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많은 이들에게 죽음 이후의 삶과 삶의 방법에 대한 강의를 하는 것으로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십여 년전부터는 죽음 이후 장례문제에 대한 강의와 저술활동을 해욌다. 많은 문제가 우리의 장례식 장면에서 보여지고 달라진 현대의 생활패턴과 의식수준이 예전과 다름을 간과하고 비지니스가 개입된 왜곡이 많음을 지적하여 올바른 장례문화를 알리는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한다.

이제 병들어 가까이 다가온 나의 죽음과 장례에 대해 남아있을 가족들에게 무슨 말을 남겨야 할지 숙고해야 하는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 가족들과 주변의 모든 이들과 화해와 용서를 청하고 사랑의 말과 함께 좋은 기억을 남기기 위한 시간이 중요하다. 그리고 때가 되어 떠날 때가 되면 평화롭게 웃으며 떠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겠다.

 

오늘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가족들에게 나의 장례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당황하지 말고 차분하게 장례식장에 안치할 수 있도록 하고, 빈소는 절대 차리지 말고, 조용히 집에서 머물다가 이튿날 화장할 수 있도록 하되 상복도 입지 말고 부고도 필요없고 모든 게 다 끝난 후에 궁금해 하는 이에게만 간단히 떠났음을 알리도록 했다. 화장 후에 유분은 의미 없는 재에 불과하니 화장장의 유분 수집장에 버리는 것으로 끝내라는 부탁을 하였다. 

남아있을 가족들에게 의미 없는 의식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예의와 의식을 강조하면서 온갖 요설로 전통을 따라야 하고 집안의 안녕을 위한다는 터무니없는 유혹이 곳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당부대로 시행할지는 알 수 없을 것이지만 나의 뜻이 그러함을, 떠나는 마당에 남겨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죽음에 대한 깊이 있는 사색과 함께 슬플 것도 서운할 것도 없는 삶을 바로 지금 살아야 후회가 없다. 모두가 고맙고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일 수 있도록 맑고 밝은 미소를 남겨야 할 것이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 하지 않던가. 소풍왔던 자리에 쓰레기를 남기지 않고 떠나는 것이 아름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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