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의 敵, 無爲로부터 벗어나자 -변성식 소장

  • 등록 2024.10.21 11: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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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로부터 다양한 문화권에서 가족과 사회의 주도권을 남성이 행사해온 가부장 제도가 시스템화되어 발전되어 왔다. 농업 사회의 형성과 함께 남성은 주로 경제적 생산과 외부 활동으로, 여성에게는 촉진적 역할로 가정 내 자녀와 가사에 집약적인 분업 구조가 형성되었고 구조적으로 남성 우위의 가부장제가 강화되어 왔다. 이 영향으로 남성들은 사회적 기대에 따라 강인해야 하고, 감정을 표현하거나 어색함을 드러내는 것을 금기시하게  만들고, 여성이 담당해온 부엌은 금남의 구역으로 각인시켰다.

현대의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변화의 물결은 성 평등에 대한 인식의 확산과 경제 구조의 변화, 교육 기회의 확대로 인한 남녀의 역할과 제도적 활동 영역의 확대로 커졌고 젠더 인식의 중요한 변화로 이어져 여성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각 분야에 활발한 참여와 함께 누구나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자신의 능력에 맞는 역할을 인정받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일부 고령의 남성들은 아직도 과거의 가부장적 관념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낯선 풍습과 맞서는 어려움을 온몸으로 마주하고 있다.

 

평생을 부인의 혹은 자녀들의 당연한 부양을 받아오던 몸에 밴 생활에서 어느 날 갑자기 혼자된 이들의 당황스런 생활 변화는 공감하기 어려운 고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너무 오래 살아서, 죽지 않아서 고통스러운 장수시대다. 과거의 삶은 젊음과 함께 사라진지 오래다. 지금 늙은이에게 고통이 되는 것은 질병과 빈곤, 그리고 고독과 무위를 꼽는다. 장수가 축복인 것은 빈곤과 관계가 없는 경우일 때나 할 수 있는 말이다. 전통적 유교 문화 속에서 남아선호사상으로 인한 생활 습관에 남자는 대우받아야 하는 존재로 뇌리에 박혀있는 노인들의 마지막은 고통스럽기 마련이다.

 

부엌일이 서툰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하다못해 물 한 잔 먹는 일도 제 손으로 떠먹는 것이 생소한 이들도 많다. 밥상에 생선도 뼈를 발라 갖다 바치던 것이 사라진 것도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누군가의 돌봄이 손을 뻗을 때마다 곁에 있는 것이 아닌 상황은 일상이 아픈 슬픔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혼자 남은 고령의 여성들은 남성과 다르게 보다 활발하게 자유로운 외부 활동을 즐기며 다양한 동년배들과의 교류로 생기를 찾는다. 복지 기관 프로그램의 참여자도 여성이 80%으로 주변의 각종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자기만의 취미 활동에 전념하기도 한다. 빛바랜 가부장 사회에 익숙한 남성성의 허망함이 확연히 드러나는 현대 노년기의 모습이다.

 

스스로 해결하기보다는 배우자나 자식을 의지하고 살아온 터에 끼니조차 걱정해야 하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흔하고, 믿었던 자식의 냉대로 독립적인, 자력적 삶의 난제들이 산적한 남성들은 결국 고독사 예비 1순위일 수밖에 없다. 최근 복지부에서 발표한 고독사 실태 조사 결과에 의하면 고독사 성별 분포가 남성이 80%가 넘고, 무료급식소에 줄 선 노인들의 90%가 남성인 것을 봐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남녀를 구분하는 생활의 고정관념을 깨뜨려야 독립적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요리와 청소, 빨래와 생활 주변 관리를 하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바느질하고 시장을 보는 등, 자질구레한 일을 해내는 능력을 키워야만 한다. 이런 집안 허드렛일만 하더라도 해야 할 일이 태산이다.

 

나이 들어 질병, 빈곤, 고독이 3대 고통이라고 하지만, 그보다 더 크고 견디기 힘든 것은 바로 무위(無爲)일 것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지 않은가? 지금 당장 주위를 살펴보자. 화장실 거울은 깨끗한가? 유리창은 어떤가? 먼지가 쌓여있는 곳은 없는지, 물컵은 깨끗하게 닦여있는지 살피자. 자신 있게 청소를 끝냈으면 산책을 겸해 쓰레기라도 주워 동네 청소라도 나서는 노년이 되는 것은 어떨까.

한국골든에이지포럼 이사

마음건강연구소 대표 변성식
[출처] 고령자의 敵, 無爲로부터 벗어나자| 작성자 수연무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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