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물보라가 들려주는 교훈의 소리를 들어야겠다. 일편단심 낮은 곳을 향하는 저 겸허한 자세를 배워야겠다. |
주말 이른 아침 장마가 오래 계속되었다고 해서 팔당댐 생각이 났다. 자주 다니는 드라이브 코스를 따라 야외로 나갔다. 금요일 늦게 잠이 든 탓일까... 사람들이 많을 듯 했는데 의외로 조용하다. |
팔당댐은 수문을 조금만 열어 놓아 기대하던 장관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홍수를 만난 물소리만은 웅장하여 쉴 새 없이 귓가를 때린다. 뇌리에 가득한 복잡한 일상과 소음, 찌든 상념들을 씻어 내기라도 하는 듯 상쾌한 느낌이다. 도로의 난간에 기대어 한동안 말없이 물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시간이 흐르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 아니 느끼고 싶지 않다. 세상의 잡다한 일상들이 뇌리에서 멀어 진다. 다툼, 시기, 눈치, 휴대폰, 자살, 파업, 살인..... 장례, 염습, 영구차, 엠바밍, 장례식장, 상조, 노조, 커리큘럼, 세미나..... 이 순간만이라도 모든 것을 씻어내어 나의 뇌리를 표백하고 싶어진다. 물은 흐르는 길 가는 동안 무엇을 저렇게 포효하고 싶은 것일까? 무슨 말을 우리들에게 하고 있는 것일까 ? 대답은 그가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내 속에서 찾아야 하리라..... |
물은 일편단심, 시종일관, 한 방향을 향해 흘러간다. 물의 목적은 흐르는 것이다. 본능도 흐름 그것이다. 오직 낮은 곳을 향하여.... 거기에는 크고 넓은 바다가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문득 이런 글이 생각난다. "바다가 수많은 작은 물줄기의 복종을 받는 이유는 그것이 가장 낮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이아침 나는 저 물보라가 들려주는 교훈의 소리를 들어야겠다. 일편단심 낮은 곳을 향하는 저 겸허한 자세를 배워야겠다. <2009.7.18. 아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