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편제' 촬영지이자 '슬로시티'로 지정돼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전남 완도군 청산도. 구불구불한 해안선과 야트막한 전경이 아기자기하게 어울리는 예쁜 섬으로 꼽힌다. 하지만 아름다운 섬 청산도에서 관광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이 무덤이다. 최근 청산도를 찾았던 전남의 한 대학교수는 "섬 곳곳에 들어선 무덤이 아름다운 풍광을 망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청산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육지와 멀리 떨어진 신안 흑산도나 우이도 등 널리 알려진 섬마다 묘지 문제가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섬 지역의 매장문화를 이대로 방치할 경우 천혜의 절경을 갖춘 서남해의 유명 섬들이 이른바 '무덤강산'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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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일선 시군에 따르면 주민들의 고령화와 화장시설 부재, 육지와의 교통불편 등 섬 지역이 갖고 있는 특수성이 맞물리면서 섬의 오랜 매장문화가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내 화장비율은 80%를 넘어서는 등 장례문화가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지만 화장시설이 없는 도서지역은 60%선에 머물고 있다. 청산도의 경우 2000여명의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80%에 이르는 실정이고, 연 평균 50명가량이 사망하는 상황이라 점차 마을 가까이에 묘지가 설치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 매장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서 섬이라 해서 무분별하게 묘를 쓰는 행위가 정당화 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장사법에 따르면 묘지는 마을에서 500m이상 떨어져야 하고, 녹지지역이나 상수원보호구역 등지에 묘지를 설치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다. 접도구역이나 하천구역, 농업진흥지역, 산림보호구역 역시 마찬가지고, 특히 국립공원 내에서 묘지 신설이나 개보수 등은 더욱 엄격하다. 산림법, 농지법에 의해 묘지로 허가를 받은 후 설치해야 하고, 개인묘지는 설치 후 30일 이내 읍면동사무소에 신고를 해야 하는 등 사실상 개인묘지를 설치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섬 지역에서 관련법을 무시하고 관례적으로 매장을 진행하는 경우 지역주민간 분쟁과 민원발생의 소지가 되고 있다.
때문에 섬 지역의 장례문화를 개선할 지자체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신안군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화장시설을 갖춘 철부선을 제작해 해상에서 화장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전남도에 건의했지만 실효성 부족을 이유로 도가 반대해 실현되지 못했다. 무안 영암 신안 등 목포 인근의 6개 지자체는 조례를 만들어 지역민들이 목포 화장장을 이용할 경우 비용 일부를 지자체가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 중에 있다. 신안군 관계자는 "섬지역도 현실적으로 매장이 어려워지고 장례문화 역시 바뀌어가고 있지만 매장에서 화장으로 이끌 현실적인 방안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출처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