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은 16일 경기 안산과 전남 진도, 인천 등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추모행사가 열려 4년 전 그 날, 허망하고도 안타깝게 가족 곁을 떠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세월호 가족들은 참사 발생 1천462일 만에 엄수된 영결·추도식을 비롯해 전남 진도와 인천 등지에서 열린 추모행사에서 아직 마르지 않은 눈물 쏟았다. 이날 오후 3시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 내 합동분향소 앞에서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 합동 영결·추도식'이 열렸다. 영결·추도식에는 유가족을 비롯해 이낙연 국무총리 등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 인사들과 전국 각지에서 온 시민 등 7천여 명(경찰추산)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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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304명을 기리는 묵념으로 시작된 추모행사는 세월호 참사 경위 보고, 문재인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 이낙연 총리 조사 낭독, 전명선 4·16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 추도사 낭독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문 대통령은 국민 메시지를 통해 "유가족과 국민 앞에서 세월호의 완전한 진실 규명을 다짐한다"라며 "선체조사위와 세월호 특조위를 통해 진실을 끝까지 규명하고, 세월호를 바로 세우는 대로 아직 하지 못한 구역의 수색을 재개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전명선 4·16 세월호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추도사에서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세월호 침몰과 구조 단계에 대한 원인과 책임은 다시 규명돼야 한다"라며 "오늘 합동 영결·추도식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라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합동분향소에서 행사 본 무대로 옮겨진 단원고 학생과 교사 258명의 영정과 위패를 보며 헌화ㆍ 분향하며 눈물 흘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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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발생지이자 희생자 수색·수습 거점이었던 전남 진도에서도 추모행사가 잇따랐다. 팽목항에서는 오후 4시 16분에 맞춰 추모행사가 열려 참석자들이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재난 없는 사회를 만들어가자고 다짐하는 시간을 가졌다. 앞서 진도체육관에서는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다시 찾아온 네 번째 봄'을 주제로 추모식이 엄수됐다. 사회 모든 분야의 안전을 기원하는 캠페인, 진도씻김굿 등 식전행사, 추모 영상 상영, 공식행사 순으로 진행된 행사에는 세월호 일반인 미수습자 권재근(당시 52세) 씨 형이자 혁규(당시 9세) 군의 큰아버지인 권오복(64)씨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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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에서는 2014년 영결식을 하지 못한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11명에 대한 영결식이 엄수됐다. 전태호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대책위원장은 추모사에서 "그날 바다는 저희에게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도 전하지 못하고 사랑하는 가족을 빼앗아가 버렸다"며 "잠드는 순간순간마다 꿈속에서라도 만날 수 있게 해 달라고 기원한다"고 고개를 떨궜다. 경기 의정부 행복로에서는 의정부여자중학교 학생들이 마련한 4·16 세월호 추모 행사가 열렸다. 학생과 교사 100여 명은 직접 만든 피켓과 풍선을 들고 교문에서 행복로까지 행진하고,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송했다. 이밖에 전국 다른 지역에서도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희생자 추모 및 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행사가 온종일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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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노란물결 정치권도 추모 행렬
세월호 참사 4주기 당일인 16일 오후 3시. 노란 물결로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로 붐비는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우원식 원내대표, 바른미래당 유승민 공동대표,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가 등장했다. 세월호 참사 4주기 추모제 ‘기억식’에 참석하기 위함이다. 자유한국당 지도부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 선 4당 지도부는 희생자 유가족과 미수습자 5명의 가족을 위로하며 ‘안전한 대한민국’을 약속했다. 추 대표는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세월호 진실 앞에 우리는 여전히 부끄럽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세월호 참사에 대해 온전한 진상규명을 해야 대한민국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유 공동대표는 “희생자와 미수습자를 포함한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빈다”며 “유가족과 미수습자 가족, 생존자들이 고통을 겪은데 대해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오늘 추모제를 마지막으로 세월호 합동분향소는 문을 닫지만 정의당은 끝까지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고, 이윤과 탐욕 대신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갈 것을, 오늘 다시 304인 희생자의 영령 앞에서 다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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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지도부는 5000여석을 꽉 채운 추모객들과 함께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기린 추도 영상 ‘다녀왔습니다’도 상영했다. 영상이 끝나고도 이들은 한참 동안 눈시울을 붉히며 세월호를 향해 묵념을 하듯 고개를 숙였다. 특히 야당은 새로 출범한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서줄 것을 촉구했다. 특조위는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2기 격이다. 유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에 무한 책임을 진 문재인 정부는 대한민국을 과연 안전한 나라, 인간 존엄과 가치, 생명의 소중함을 지키는 나라로 만들기 위해 어떠한 실질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묻고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특조위가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설 것을 당부했다. 이 대표도 오전 회의에서 “여전히 미궁 속에 빠져있는 침몰 원인을 비롯해, 참사의 진실을 끝까지 추적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 도처의 위험을 제대로 규제하고 안전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추 대표는 “정부 주관 합동영결식이 참사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열린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라며 “당은 새로 출범한 제2기 세월호진상규명위원회가 철저한 진상규명을 할 수 있도록 있는 힘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당의 특조위 추천 인사인 황전원 상임위원 추천 재검토를 요구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이 대표는 “2기 특조위는 모든 진실을 규명하는 근간”이라며 “황전원 위원은 양심이 있다면 자진사퇴해야 할 것이고, 한국당은 정신이 똑바로 박힌 정당이라면 즉각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우 원내대표도 한국당에 황 위원의 추천 재검토를 요구했다.
한편 세월호 4기 추도식에는 한국당 홍준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전원 불참했다. 매년 세월호 추도식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홍 대표는 지난해 3주년 추도식에도 불참했다. 대신 홍 대표는 이날 6.13 지방선거 정치공작 진상조사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대여 공세 고삐를 조였다. 홍 대표는 “지금 계속 추진되어야 할 사안이 김기식, 김경수 두 사람에 대한 특검”이라며 “특히 김기식 사건 같은 경우에는 해임 여부를 불문하고 그 사람의 범죄행위를 밝히는 것이 국민 앞에 제대로 된 야당의 도리”라고 말했다. 민주당원 댓글조작 연루 의혹을 받는 김 의원 건에 대해서도 “오고 간 문자만 제대로 수사가 되면 진상이 바로 드러날 것”이라고 홍 대표는 강조했다. 당 지도부는 의원총회를 열어 김 의원과 외유성 출장 의혹으로 사퇴 압박을 받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에 대한 집중 공세 방안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