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딩산업전2017' 탐방기

  • 등록 2017.09.08 15: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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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대학교 장례의과학과 석사과정 유종희>

이 글은  이번 일본장례문화산업견학연수단의 일원으로 부부가 함께 참가한 을지대학교 장례의과학과 석사과정 유종희씨의 탐방기다. 우리나라 장례학과 중 최고학부인 석사과정을 통해 한국의 장례문화산업을 연구하는 젊은이가 있다는 사실만도 고무적인데 그는 색다른 시각으로 이번 전시회를 바라보고 있어 또 다른 도전의식을 우리업계에 제공하고 있다. 그의 미래는 한국 장례문화산업의 미래의 일부가 되리라는 점에서 한껏 격려하는 마음으로 전문을 소개하고자 한다. 참고로 기사 삽입 사진까지 스스로 준비했다.  [편집자 - 주]



I. 들어가는 말


고령인구가 유소년 인구를 추월했다는 통계 결과가 발표되면서 다시 한 번 초고령화 사회 이슈가 수면 위로 등장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677만5천명(13.6%), 유소년 인구는 13만8천명(2.0%)를 차지하면서 본격적으로 고령인구가 유소년 인구를 추월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가까운 나라 일본은 어떤 상황일까? 일본은 한국보다 고령화 문제를 10~20년 먼저 겪고 있다. 특히 일본은 2015년 기준 국민 4명 중 1명이 노인이라는 통계가 나올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의 노인 비율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사망인구의 증가도 크게 부각되고 있다. 일본은 2003년 사망자 수가 100만 명을 돌파한 이후 매년 사망자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사망자 수(135만명)가 출생아 수(73만 명)의 약 2배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일본은 사망인구가 급증하면서 자연스럽게 장례 산업의 변화도 빠르게 변화하는 추세이다.


II. 엔딩산업전 주목할만한 키워드 3가지


필자는 일본의 장례 산업의 변화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지난 8월 23일부터 25일까지 일본 도쿄에서 열린 ‘엔딩산업전 2017(ENDEX 2017)’에 방문했다. 일본의 엔딩산업전은 장례, 묘지, 제단, 제례, 웰다잉 등 장례 산업 전반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로서 약 300개 이상의 기업이 출전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산업전에서 필자가 주목한 것은 크게 3가지이다. 하나는 IT와 엔딩 산업의 만남이며, 두 번째는 유품관리와 빈집 문제를 해결하는 산업의 등장, 세 번째는 노인 요양 서비스로 확장되는 엔딩 산업이다.


1. IT와 장례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박람회 출구 앞에 부스를 차린 회사는 ㈜아스카넷. 이 회사는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되면서 개인출판 서비스 사업을 시작으로 지금은 영정 사진 만들기로 전국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tsunagoo’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발표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tsunagoo’는 모바일 부고장의 기능과 제사 물품, 꽃 등을 주문하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이처럼 이번 박람회에서는 IT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장례 서비스를 만날 수 있었다. ㈜보리수(BODAIJYU)는 QR코드로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과거장(過去帳)’을 선보였다. ‘디지털 과거장’이란 온라인상에 고인의 프로필, 묘지 위치, 추억 사진, 기일 안내 등의 기능을 갖춘 서비스로 이번 박람회에서 크게 눈길을 끈 서비스 중 하나였다. 실제 ‘디지털 과거장’의 기술은 ㈜아이시더라이트에서 개발하고 ㈜보리수는 디지털 과거장 서비스의 총괄 대리점이다. ‘디지털 과거장’과 비슷한 맥락에 있는 ‘추모 홈페이지’를 선보인 업체도 있었다. ㈜매버릭스에서 선보인 ‘발자국(Ashiato)’은 돌아가신 분의 프로필, 사진 앨범 등을 편집할 수 있는 웹사이트 제작 서비스로 PC 조작이 서툰 사람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한편, 일본 수도권에서 장례서비스 5년 연속 연간 성장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어반휴네스코퍼레이션은 올해 새롭게 발표한 ‘무스비스(MUSUBYS)’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무스비스’는 장의사가 장례를 위해 개발한 상제 업무 전용 종합 지원 시스템의 이름이다. ‘무스비스’ 플랫폼의 주요 기능은 고객 관리로 상담 내용의 체계적인 기록, 견적 및 발주 시스템, 장례 계획 작성 시스템 등의 기능을 담고 있다. 또한 ㈜어반휴네스코퍼레이션은 ‘장례테라스’라는 장례포털사이트도 선보였는데, 이 사이트는 장례식뿐만 아니라 상속이나 증여, 묘지 또는 공양 등 라이프 타임 밸류에 관련된 모든 것을 무료로 상담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어반휴네스코퍼레이션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에서는 장례포털사이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으로 장례포털사이트가 새로운 홍보 방법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가마쿠라 신서가 운영하는 ‘좋은 장례’의 경우 장례 선택을 지원하는 장례 종합 포털 사이트로서 24시간 무료 상담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사이트에서는 장례식뿐만 아니라 세무사, 법무사, 변호사 등 유관 분야의 전문가 상담도 폭넓게 제공하고 있다. ‘모바일 부고장’, ‘디지털 과거장’, ‘추모 홈페이지’, ‘장의사 업무 전용 시스템’, ‘장례포털사이트’ 등 IT를 접목한 다양한 서비스들이 박람회에 소개되면서 향후 한국의 장례 산업에도 이러한 변화의 바람이 빠르게 일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2. 빈집과 유품관리


“당신의 빈집 활용을 전부 지원합니다.” 엔딩 산업전에서 눈에 띈 부스 중 하나는 ‘빈집 대책 전시관’이었다. 이번 엔딩 산업전에서 최초로 선보인 이 전시관은 빈집의 철거·보수·관리·유지에 관한 모든 설비·기기·서비스·정보가 모인 곳이었다.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있는 일본은 전국 약 820만 가구(2013년 기준)가 빈집으로 조사되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 이어지면서 일본의 빈집 비율은 2008년 13.1%, 2028년 23.7%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전혀 관리가 되지 않는 빈집들(매각이나 임대 모집 중인 빈집이 아닌)이 증가하면서 이러한 빈집이 붕괴되거나 우범지역으로 변하면서 안전의 문제가 부각되고 있고, 쓰레기 불법 투기장으로 바뀌면서 위생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일본은 2015년 2월 26일부터 ‘빈집 대책 특별 조치법’을 시행하면서 붕괴 또는 위생 등의 문제가 있는 빈집은 처분, 수선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강제 집행도 가능해졌다. 이러한 정부 정책의 변화로 향후 빈집의 철거, 판매, 수선 등 빈집 시장의 유동성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빈집 대책 전시관’에 참여한 ‘아키사뽀(akisapo)’는 △빈집 활용 계획을 제안하고, △리모델링 비용을 전액 부담하며 △이용자의 모집 및 월별 수금 업무 계약과 퇴거 등의 절차를 도맡으며 △빈집 활용에 의한 임대료의 일부를 환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편, 이번 전시관에서는 ‘NPO 빈집 활용 프로젝트’와 지역 활성화 부동산 솔루션 ㈜젝트원, 지역 브랜딩 전문 ㈜B&C Lab의 활동이 소개되었다. 빈집과 함께 엔딩산업전에서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부스는 유품정리 부스였다.


유품정리회사 ‘클린 서비스’의 직원 코지마 미우 씨(25)는 고독사 현장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사람들에게 소개했다. 해당 미니어처는 그 디테일이 뛰어나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한편 온라인 상에서도 크게 회자되기도 했다. 박람회가 종료된 이후에도 미니어처 사진 트위터는 1만 4000회 이상 리트윗되기도 했다.

미니어처를 제작한 클린 서비스의 직원 코지마 미우 씨(25)는 근속 3년차 직원으로 불필요한 쓰레기를 철거하거나 시신이 방치되어 더러워진 실내를 청소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녀는 왜 고독사 현장을 미니어처로 만들어서 전시했을까?


그녀는 미니어처를 만든 이유에 대해 “자신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고독사의 비참함을 전하고 싶었다. 이런 상황에서 시신이 발견된다는 것을 사실적으로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클린서비스’ 회사 이외에도 많은 유품정리 전문 회사가 참여했다. 그리고 ‘생전정리서비스’도 등장하였는데 이는 전당포와 같은 개념의 회사로서 남아있는 자산(보석, 시계, 자동차 등)을 매입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관련 업체로 참여한 ‘디스커버리 모노’는 홈페이지에서 다음과 같은 문장을 기재해 놓았다. “남아있는 소중한 가족에게 선물하세요. 양로원의 자금을 준비하세요.”


3. 노인 요양 서비스


지금까지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에서 사망자 수의 증가에 따른 장례 산업의 변화에 주목하였다. 이번에는 초고령화 사회가 목도하게 될 의료비와 간병비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현재 일본은 고령자가 많아지면서 국민의 보험료와 세금 부담이 한없이 올라가면서 사회보장 제도 자체를 유지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일본은 ‘병상상한제’와 ‘개호보험제도’를 통해 이 문제의 해답을 찾고자 했다. 병상상한제는 말 그대로 병원 침대 수를 감축하는 것인데 극진한 의료를 필요로 하지 않은 사람들은 집이나 개호 시설(간병시설 등)에서 치료하도록 하는 것이고, 개호보험제도는 우리나라의 요양보험과 유사한 형태로 노인 요양 서비스를 받을 때 일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보험이다. 일본의 노인 복지 정채에 따라서 개호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가 다수 등장하기 시작했고, 이번 엔딩산업전에도 개호 서비스를 선보인 회사들이 많이 참여했다.


대표적인 예로 ㈜케어서비스는 주택 개호 지원 서비스, 방문 목욕, 엔젤케어 등을 제공하는 회사이다. 특히 ㈜케어서비스는 엔젤케어 서비스를 시연하였고 많은 관람객들이 이를 참관하였다. 엔젤케어는 일본의 오랜 장례 의식인 ‘탕관(湯灌: 불교의 장사(葬事)에서, 납관하기 전에 시체를 목욕시키는 일)’의 현대식 명칭이다. 매우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엔젤케어 시연이 진행되었고 ㈜케어서비스만의 전문성을 느낄 수 있었다. 현재 이 회사는 자사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국에 합작 자회사를 설립하여 중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III. 나가며


엔딩산업전은 위에 열거한 3가지 키워드 이외에도 엔딩 산업의 변화 모습을 다각도로 확인할 수 있는 의미있는 행사였다. ‘결혼식장이 장례식장(세레모니홀)으로 새단장’,‘간호까지 약속하는 케어 산업’, ‘장례와 묘지 광고의 증가’, ‘엔딩노트 페어’ 등 일본은 사망자 인구 증가에 따른 엔딩 산업의 사업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앞으로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작성자: 을지대학교 장례의과학과 석사과정 유종희]

김동원 기자 info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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