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디지털은 없다
노인을 위한 디지털기술은 없다. 100만 구독자를 돌파한 시니어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는 최근 ‘막례는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식당’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업로드 해 다시 한 번 화제가 되었다. 무인 키오스크로 삽시간에 바뀐 햄버거 음식점을 찾아, 바뀐 디지털기술 때문에 노인들은 주문자체가 어려워진 현실에 분통을 터뜨린 것이다.
반면, 노인을 위한 디지털기술은 있다고 주장하는 할머니가 있다. 일본의 ‘코딩 할머니’로 유명한 와카미야 마사코 씨는 올해로 82세가 된 비공인 세계 최고령 프로그래머다. 그녀는 은퇴 후 컴퓨터 켜기부터 배우고 익힌 결과 급기야는 노인을 위한 스마트폰용 모바일 게임을 직접 만들기에 이르렀다. 6개월간 독학으로 아이폰용 프로그래밍 언어를 공부한 그녀는 이렇게 노년학을 설파하기에 이른다.
“노년이란 즐거운 거예요. 60세가 지나면 점점 재미있어집니다. 일에서도 벗어나고 자녀교육도 끝나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되죠.”
디지털, 배제에서 포용으로의 시대적 변화
박막례 할머니와 마사코 할머니의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디지털기술이, 디지털기술자가 노인들을 대하는 태도이다. 무인 키오스크는 개발목표가 운영인력을 없애 인건비를 줄이는 게 목표인 기술이다. 그리고 대형패스트푸드 체인점들은 주고객이 디지털세대, 즉 청소년과 청년이기에 애초에 노인과 장애인들을 기술기획과정에서 원천 배제해 버렸다.
반면 마사코 할머니는 한 컴퓨터 프로그래머와 대화가 게임개발에 뛰어들 의지를 갖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고 전한다. 한 컨퍼런스에서 우연히 만나 노인도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면 좋겠다는 그녀의 제안에 무명의 프로그래머는 “마짱(마사코 할머니)이 만들면 되죠”라며 용기를 북돋웠다고 한다. 아울러 이미 초등학생이나 유치원생도 손쉽게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쉬운 도구가 많이 나와 있는 상태인 것도 그녀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요컨대, 무인 키오스크는 시작부터 노인을 철저히 없는 존재 취급하며 배제했다면 무명의 개발자와 스위프트 개발언어는 노약자를 매우 당연하게도 ‘포용’한 것이다. 이른바 ‘포용기술 (Invlusive Technology)’ 여부가 쟁점인 시대이다.
포용국가에 디지털 포용의 빈자리는 없어야 한다
우리나라는 특히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정부가 정책 목표이자 비전으로서 ‘혁신적 포용국가’를 공식 채택하고 선포한 이래로, 국가과학기술 전반에 포용기술을 녹여내고 진흥하기 위한 정책단위 노력들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IT기업들 또한 포용기술을 담은 신사업과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 중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모빌리티 업계이다. 글로벌 승차공유서비스 대표주자인 <우버>와 <리프트>는 2018년 6월 뉴욕에서부터 2년간 장애인 시범프로그램을 운영할 것을 약속하면서, 향후 2022년까지는 휠체어를 취급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춘 차량의 비율을 전체의 25%까지 늘릴 것이라고 확약했다. (현재는 겨우 0.1% 차량만이 휠체어를 실을 수 있다.) 국내에서도 대표적인 차량공유 기업인 <타다>가 2019년 3월 65세 이상 승객과 장애인 승객을 위한 ‘타다 어시스트’ 서비스를 출시해 탑승지원은 물론 휠체어 적재까지 가능하도록 조치를 시작했다.
문제는 이러한 ‘포용국가’가 정책비전의 일관된 실천과 현장 속으로 확산되는 것, IT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과 서비스가 눈 가리고 아웅으로 끝나지 않고 더 확대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미 노인이거나 앞으로 노인이 될 예정인 사람으로 모두 나눌 수 있는 우리는, 사회에 줄기차게 힘주어 물어야한다. ‘노인을 위한 디지털 포용은 있는가?’
(글 : 이재홍. 디지털사회혁신네트워크 디렉터)
[출처 : 제3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