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 장사정책 담당자들의 관련지식 부족과 탁상공론이 주민들에게 고통으로 돌아오는 사실이 또 한번 실증되고 있다. 제주시 동부공설공원묘지가 60억원 예산 낭비에다 지역 주민들의 불만만 야기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 그 실례다. 제주시는 어승생공설공원묘지의 포화상태를 대비해 1998년부터 2010년까지 사업비 63억원을 투입해 용강동 일대 총 8만8400여㎡ 부지에 봉분묘와 평장묘 등 7900여 기를 매장할 수 있는 동부공설공원묘지를 조성했지만 아직까지도 개장하지 못하고 있다. 제주시는 당초 2011년 4월 본격 개장할 방침이었지만 도로 개설 등 마을과 협의한 내용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반대에 부딪친 이후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고, 여러 가지 문제가 맞물리며 사실상 방치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25일 동부공설묘지는 현장을 확인한 결과 허허벌판에 잡초와 억새만 무성했고, 공원묘지가 아닌 방목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처럼 동부공설묘지가 애물단지로 전락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실제 용강동 마을회관에서 공설묘지까지 진입로가 개설됐지만 배수로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비만 오면 도로가 물바다가 되고 있다. 또한 당초 계획됐던 용강동에서 영평하동까지의 도로 확·포장 공사가 수년째 지연·중단되면서 주민들은 농사도 짓지 못하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으며 토지 보상 등을 놓고 형평성 문제도 야기되고 있다.
더욱이 동부공설묘지에 사무실과 인력이 배치됐지만 전혀 활용되지 않으면서 시설은 낡아가고 있고, 관리 비용 등 예산만 낭비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주민들과 협의가 잘 돼 개장을 한다고 하더라고 장묘문화가 매장에서 화장, 자연장 등으로 변화되면서 현재의 계획으로는 앞으로의 활용 가능성도 매우 낮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사업 기간이 장기화되고 변화되는 장묘문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아까운 혈세만 낭비하는 꼴이 되면서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 지역주민은 “십수년이 지나면서 마을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지금은 말 방목장이 됐다”면서 “처음 시작할 때는 급해서 하는 척 하더니 이제는 개장할 필요성이 적어지니깐 방치하고 있고, 애꿎은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성토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매장에 대한 수요가 적어지고 주민들과의 갈등, 예산 부족 등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서 “장묘문화가 변화하는 추세에 맞춰 동부공설묘지 활용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를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