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비 충당 후 남은 부의금은 상속인별로 귀속해야 ▶이번 판결은 장례비 부담원칙과 부의금의 처리방안에 대해 명확히 밝힌 판결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최근 가족관념의 변화로 장례비 및 부의금을 둘러싼 분쟁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이번 판결이 상급심의 지지를 받을 지 결과가 주목된다. 재판장인 임채웅 부장판사는 “그동안 장례비와 부의금 등에 대한 판례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기준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이 문제가 공론화돼 사회적인 합의로 정착돼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먼저 판결 설시에 앞서 몇 가지 전제돼야 할 사실을 적시했다. 첫째, 장례비용이 상당한 범위 내에 있어야 한다. 재판부는 “만일 상당하지 않은 지나친 장례비는 별도로 처리될 것”이라며 “즉 실제 지급한 사람이 그 부당한 만큼은 다른 사람에게 청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에서는 문제되는 총 장례비가 1,000만원 미만이었으므로 상당한 범위 내에 있다고 봤다. 둘째, 부의금은 망인이나 그 가족들과 관련을 갖는 사람들이 사적(私的)으로 낸 것이어야 한다. 재판부는 “공적부조, 복지관련 법률에 의한 것, 범죄행위와 관련된 합의금 등은 이번 사건이 밝힌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아울러 특별법령이나 관련 당사자들 사이에 합의가 있다면 그것이 우선된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크게 2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장례비용은 법정상속분에 따라 부담함이 원칙이라는 점과 둘째, 부의금은 ‘장례비에 먼저 충당될 것을 조건으로 한 금전의 증여’로 봐야한다는 원칙이다. 임 부장판사는 첫번째 원칙과 관련해 “그동안 몇 개의 서울고법판결은 장례비용은 상속인들이 ‘균분’해서 부담해야 한다고 했으나, 통상의 경우 배우자와 자녀들이 법정상속분의 비율에 의해 부담함이 더 타당하다”며 “평소 가난한 데다가 술주정이 심한 아버지와 사이가 나빴던 자식들이 아버지 사망 후 상속을 포기한다고 해서, 아버지의 형제들이 장례비를 부담해야 하는가”고 말했다. 두번째 원칙과 관련해 임 부장판사는 “부의금은 망인의 가족들과 상관없이 오로지 망인과의 관계로만 들어오는 것도 있고 가족들과 관련해 들어오는 것도 있는 등 금액도 천차만별이지만, 모두 우선적으로 장례비에 충당돼야 한다”며 “부의금이 장례비보다 많이 들어왔다면, 부의금을 받은 상속인별로 접수된 금액의 비율대로 각 금액에서 충당하고 나머지 금액은 부의금을 받은 상속인별로 귀속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누구를 보고 들어온 부의금인지 특정되지 않는다면 각자 균등한 금액으로 배분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반면 만일 부의금이 장례비에 미치지 못한다면 접수된 부의금은 모두 장례비에 충당되고 나머지 장례비용은 상속인들이 법정상속분 비율에 따라 분담함이 옳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