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짜리 5만원에 되팔아 폭리, 유족들 분노 ▶"재탕된 화환인 걸 알았으면 안 샀겠죠. 마지막 가시는 길에 누가 남이 쓰던 걸 올립니까."강원도 내 일부 장례식장에서 조의를 표하는 데 쓰이는 화환이 "재탕"돼 상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도내 모 병원 장례식장에서는 한 달 평균 600~1000개에 이르는 화환들이 특정 업체에서 수거돼 새 화환으로 둔갑, 소비자에게 되팔리고 있다. 이들은 정상가 10~12만 원꼴인 화환을 팔려나간 지 이틀 된 것은 2만 원, 당일 되돌아오는 것은 5만 원 선에 되파는 식으로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거래로 인해 소비자뿐 아니라 일부 화훼 농가 및 소규모 자영업자들까지도 피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꽃시장에서 화환으로 사용되는 물량은 전체 유통량의 60%에 육박하는데 생산량의 반 이상이 재활용되면서 꽃 가격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화훼 농가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 화원을 운영하는 소규모 자영업자들 역시 화환이 재활용되면서 판매량이 급감했을 뿐 아니라 재활용 업자들이 "재탕" 화환을 2만 원~3만 원가량 더 싼 가격에 공급하는 바람에 경쟁에서도 어려워 이중고를 겪고 있다. 장례식장 등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3단 화환의 경우 개당 10~12만 원에 거래되는데 순 제작비를 따져보면 꽃값이 7만 원, 리본 7000원, 꽃대 5000원, 운송비 1만5000원으로 총 9만7000원 정도다. 이 경우 10만 원에 팔아도 순이익은 3000원에 불과해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재활용 업자와의 가격 경쟁에서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관내에서 작은 화원을 운영하고 있는 소모씨는 "꽃은 생물이라 재활용의 개념으로 보아선 안 된다"며 "다른 장례식에서 며칠씩 전시됐던 꽃은 아무리 솎아 내봐야 시든 꽃"이라고 말했다. 또 "재활용 업자들이 미리 계약한 장례식장에서 화환을 수거해 근조 리본을 다시 다는 데는 채 10분도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시든 꽃도 꽃이지만 고인에 대한 예의도 아니지 않느냐"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원주의 모 장례식장에서 만난 상주 김모씨 역시 "아무리 재활용이 좋다고 해도 가려야 할 때가 있는 것 아니냐"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에 조의를 표하는 꽃인데 매우 불쾌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절화협회와 한국 화원협회 측은 화환에 제작일자와 제작자, 공급처, 화환 소유주 등의 정보를 담은 라벨을 부착해 재사용을 막는 "화환 실명제"를 해결 카드로 내놨다. 그러나 강제 규범성 없는 이 해결책이 얼마나 큰 실효성을 가지고 올지는 아직 미지수. 뚜렷한 법 규범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소비자와 화훼 농가들의 시름만 깊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