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초 답게 봄날처럼 포근한 날이다. 국립고궁박물관을 찾았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 이렇게 호젓한 곳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마치 수준 높은 생활을 즐기는 편한 백성 같다는 느낌도 잠시 든다. 정종수 관장님은 먼저 온 손님을 접대하면서도 반갑게 눈인사를 보내 주신다. 관장님을 오랜만에 뵙는다. 10년 전 명지대 상,장례 지도자 과정에서 관장님에게 강의를 들은, 말하자면 사제지간이다. 그 후에도 여러 곳에서 만나 뵌 적이 있지만 이렇게 독대 하기는 처음이다. 마주 앉아 정답게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
|
▶관장님의 근황은 어떠신지요 ? ▷ 최근에 "사람의 한평생"을 출간한 것 말고는 학교 출강은 없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춘천박물관으로 옮겨 박물관장으로 있다가 2년 전 국립고궁박물관장으로 부임해 지금까지 재직 중입니다. 저술 활동으로는 저의 석사 논문인 우리나라의 특이한 장묘문화인 ‘초분(草墳)’에 대한 연구에 이어 박사학위 논문은 " 조선 초기 상장의례 연구"를 냈습니다. 최근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릉"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관장으로 계시니까 국립고궁박물관을 좀 소개해 주시지요? ▷조선왕실과 대한제국 황실 유물 4만 여점을 소장하고 이를 토대로 상설전시와 다양한 주제의 기획 전시 등의 내용으로 운영하고 나아가 앞으로는 국제적인 박물관으로 발전하기 위한 교류 협력에도 노력할 예정입니다. ▶현재 우리 장례식의 관행과 동향에 대해 한 말씀 해 주십시오. ▷시대에 따라 생활양식은 변화하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옛 것을 무조건 고수하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전통 속에 녹아 있는 우리 장례문화를 제대로 알아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왜 3일장이냐, 왜 상복이냐, 죽장의 의미는 무엇이냐 등 관례속에는 자기를 낳아 준 부모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깃들어 있는 것입니다. 그런 것만 제대로 알아도 최소한 불효는 저지르지 아니할 것이고 따라서 장례식 자체도 엉터리로 진행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런 것을 전제로 한다면 시대에 따라 변하는 절차문제는 마치 가가례를 존중하듯 수용해도 무리가 없다고 봅니다. 우리가 죽고 나면 시신 자체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유용한 가치로 말하면 차라리 짐승의 시체만도 못합니다. 다만 장례와 제사는 영혼이 그 대상입니다. 의식 절차에 깃든 내용은 시대적인 산물입니다. 관습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누구도 막을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성행하는 장례식장에서의 장례식은 그 시대적인 관습으로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서비스를 다양하게 개발하는 것은 긍정적입니다. 유족에게 좋게 예우하는 것이고 상주를 대신하는 것이니까 말입니다. |
▶사람이 죽은 후의 시신의 처리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요? ▷유택문제도 화장이나 매장 중 택일해야 한다면 개인적으로는 화장을 택할 것이고 산골하는 편을 택하겠습니다. 죽으면 빨리 흔적 없이 흙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납골은 오히려 초장(草葬)보다 못하다고 봅니다. 그 외에 또 유언을 해야 한다면 내가 쓴 책이나 소장하고 있던 책들은 모교에 기증하고 장례 때에는 부의금을 받지 말라고 할 것입니다. ▶저희 ‘하늘문화신문사’에서는 금년 9월 2일부터 3일간 국제장례문화박람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해외로 가서 그들의 장례문화를 견학을 해 왔으나 이제부터는 우리도 우리의 우수한 장례문화를 당당히 그들에게 선보이고 싶은 의욕에서 시도한 것입니다. 관장님은 우리가 그들에게 보여야 할 내용이 어떤 것이었으면 좋겠습니까 ? ▷장례박람회는 참 좋은 일이지요. 추천하라면 ‘상여놀이’나 ‘회다지소리’ 등은 외국에서는 볼 수 없는 우리만의 전통문화입니다. 상여는 고인을 저승으로 편안히 태워 보내는 캐딜락과도 같습니다. 그 상여에 왕만이 사용할 수 있는 용과 봉황 무늬 등을 허용한 것은 죽은 백성에게 베푸는 큰 특혜에 속합니다. 그만큼 고인에 대한 존경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입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우리 전통장례문화를 당당하게 외국에 알리자는 취지에서 거행되는 이번 박람회에 관장님의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립니다. ▷그러지요. 참 좋은 일입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 아닙니까 ? ▶격려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바쁘신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뵐 때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대담 : 발행인 김동원] |
|
◆우리는 어떻게 태어나 살다 가는가. ◆우리 조상들은 왜 저녁에 혼례를 올렸을까? 궁합이 청혼을 거절하기 위한 것이라고? 부모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 3년상을 치른다고? 제사상 차림의 원칙과 몇 대 조상까지 제사를 지내야 하는가? 등 한국인의 전통 의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일하는 민속학자인 저자가 스물다섯 해 동안 통과의례 현장을 발로 뛰어다녀 얻은 채집의 결과물이다. 이 땅에서 태어나 자라서 혼인을 하고 부모가 되고 부모를 여의며 살다 죽는 전 과정의 의례를 생생하게 담았다. 《사람의 한평생》은 출생, 관례와 혼례, 상례와 제례 등 인생에서 중요한 세 시기를 나누어 글을 전개한 것으로, 실생활에 관련된 사례를 통해 의례의 의미와 본질을 알려준다. 또한 한국인으로 살면서 제대로 알지 못했던 의례의 다양한 의미와 숨겨진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