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탁한 세상 청량제로 잠시 멍때리기

  • 등록 2017.05.02 10: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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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일 아냐 경쟁률 50 :1, 응모 사연도 가지가지


아무런 생각 없이 넋을 놓고 있는 상태를 '멍때리기'라고 말한다. 바쁘고 혼란한 세태에 한순간이나마 정신에 휴식을 제공하는 소중한 순간이다. 지난 4월 30일 서울 마포구 망원한강공원에서 ‘멍 때리기 대회’가 열렸다. 대회에는 70명의 선수들이 참가해 ‘나태함’을 겨뤘다. ‘생각을 하지 말자’는 생각도 하면 안됐다. 그렇다고 졸아서도 안됐다. 채점은 10분 간격으로 참가선수 심박수 그래프를 분석하고 여기에 시민투표 결과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기발한 대회는 지난 2015년 처음 시작됐다. 해마다 참가자가 늘어, 올해는 모집공고가 난지 하루 만에 3500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50대1의 경쟁률을 뚫고 대회에 참가한 70명의 선수들이 모처럼 ‘완벽한 휴식’에 도전하는 풍경도 가지가지. '멍때리기' 대회 참가자들 사연도 제각각이다. 참가사유를 적은 종이에는 '요리사인데 다음 주 예약이 꽉 차 있다. 멍때리고 싶어서 나왔다','돈도 없고 취직도 안 되고 그냥 돌이 되고 싶다'는 고민이 묻어있다. 또 한 삼수생은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해서'라고 썼다. 대학생 김지원 씨는 '미래 취직과 진로 걱정을 잠시나마 잊고 싶어 대회에 지원했다'고 했다. 나태하게 사는 데 익숙지 않은 이들에게 대회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현장에서는 ‘경고’를 받는 선수들이 속출했다.


‘멍 때리기’ 대회를 기획한 웁쓰양컴퍼니 관계자는 “휴식의 한 방법인 ‘멍 때리기’의 정당성을 알리기 위해 행사를 기획했는데 매년 참가 신청자가 크게 늘고 있다”며 “현대인들이 그만큼 바쁜 일상 속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증거 아니겠냐”고 말했다. 실제로도 전문가들은 ‘멍 때리기’가 정신 건강에 좋다고 말한다. 긴장을 풀게 하고 몸의 피로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멍하니 있을 때, 겉보기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멈춰 있는 듯 보이지만 그동안 뇌는 입력했던 정보를 정리하고 불필요한 것을 지워 새로운 생각을 하는 환경을 만든다는 것. 올해 우승자인 김정식 씨는 “멍 때리고 나서 정말 아무 생각도 안 나고 약간 좀 개운해진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며 수상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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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기자 info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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