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 부모가 묻힌 묘지라 하더라도 집안의 제사 주재자인 장손(長孫)의 동의없이 묘지를 개장했다면 불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ㄱ' 씨는 지난해 5월 경북 청도군 자신의 땅에 묻혀 있던 부모의 분묘를 개장, 유골을 꺼내 화장한 뒤 유해를 산에 뿌렸다. 'ㄱ' 씨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지라며 부모의 묘지를 개장해 화장했지만, 사망한 형의 맏아들로 집안의 장손인 B씨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다. 이에 장조카인 'ㄴ' 씨는 분묘 훼손은 불법행위라며 숙부인 A씨를 상대로 조부모의 묘지 원상회복에 필요한 비용 등을 배상하라고 소송을 냈다.
'ㄱ' 씨는 소송에서 “장조카는 망인들이 살아있을 때 부양하지 않았고, 사망 후에도 묘지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만큼 그의 제사 주재자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며 맞섰다. 또 “사망한 어머니의 유지를 받들어 부모의 분묘를 개장해 유골을 화장한 만큼 불법행위가 구성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원은 'ㄱ' 씨의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ㄱ' 씨는 원고인 조카 'ㄴ' 씨에게 묘지 원상복구에 드는 비용과 위자료 등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구지법 제12민사부(부장판사 이동원)는 최근 “유체·유골의 처분방법 또는 매장장소 지정에 관해서 망인의 생전 의사가 존중돼야 하지만, 이미 사망한 망인의 유체·유골은 제사 주재자에게 승계되는 것으로 그에 관한 관리·처분은 제사 주재자의 의사에 따라 이뤄진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