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이 지난 94년, 15명의 스쿠버다이버가 태평양 팔라우 제도 부근에서 해저 수색을 시작했다. 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추락한 200여 기의 미군 전투기 잔해를 찾아 나선 민간단체 ‘벤트프롭(BentProp)’의 회원이었다. 현지 조사 끝에 승무원 11명 중 8명은 비행기와 함께 추락했고 3명은 낙하산으로 탈출했지만 일본군에 잡혀 처형됐다는 현지 주민의 증언을 들었다. 하지만 6년간의 수색에도 승무원의 유해와 비행기 잔해는 발견되지 않았다.
2000년 벤트프롭은 미 국립문서보관소에서 한 장의 흑백사진을 발견했다. 스틴슨의 폭격기가 추락하기 직전 옆에서 날던 공군기 승무원이 찍은 것이었다. 정밀 분석 결과 추락 지점은 수색하던 곳에서 14㎞ 정도 떨어져 있었다. “15년 전 고기잡이를 하다가 그곳에서 비행기 잔해를 본 적이 있다”는 현지 어부의 증언도 나왔다. 미군이 직접 수색한 결과 비행기 잔해와 함께 녹슨 안경테, 낙하산 줄, 신발끈, 동전, 인식표 등이 발견됐다. 뼛조각들도 찾을 수 있었다. 이를 형제들의 DNA와 비교한 결과 스틴슨의 것으로 확인됐다. 폭격기와 함께 추락한 8명 중 5명의 유해가 확인됐다.
스틴슨의 유해는 성조기에 싸여 28일 미국 온타리오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2명의 형제만이 생존해 65년 만에 돌아온 그를 맞았다. 동생 리처드(87)는 “밥(스틴슨의 애칭)과 장난치다가 함께 어머니에게 꾸지람 듣던 때가 떠오른다.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얼마나 기뻐했을까”라며 눈물을 흘렸다. 스틴슨이 전사할 당시 아홉 살이던 동생 에드워드(74)는 “형이 돌아오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복권에 당첨된 기분”이라며 흥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