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민간단체 ‘나눔과 나눔’의 대표인 서씨는 지난 2월부터 무연고자, 일본군위안부피해 할머니, 저소득층의 장례를 치러주는 일을 시작했다. 서해에서 발견된 시신의 장례는 발견 당일 곧바로 치러졌다. 장례식장에서는 “신상을 모르니 위패를 놓지 않고 빈 상만 놓겠다”고 했다. 서씨는 “그래도 위패가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고민하다 ‘무명남’이라고 위패를 써서 모셨다”고 했다. ‘이름 없는 남성’이라는 뜻이었다. ‘무명남’씨의 시신은 화장한 뒤 인천시립납골당에 안치됐다. 22일 서울 동작구의 나눔과 나눔 사무실에서 서 대표를 만났다. 서씨는 홀트아동복지회,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에서 10년가량 일하다 결혼하며 활동을 접었다. 이후로는 10년째 금융상품 판매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는 “직장을 얻어 물질적으로 아동단체·장애인단체들에 후원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굳이 장례 같은 궂은일을 돕게 된 까닭은 뭘까. 지난해 우연히 일본군위안부피해 할머니들의 수요집회에 참석한 것이 계기가 됐다. “지난 겨울 유난히 추워서인지 할머니들도 많이 돌아가셨어요. 할머니들에게 어떻게 장례를 치르는지 여쭸더니 상당한 돈이 드는 등 어려움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후 서씨는 나눔과 나눔을 만들었다. 지난 겨울 이후 위안부 피해자 세 분의 장례를 치렀다. 이 장례식을 찾은 길옥원 할머니의 말이 서씨의 가슴을 쳤다. “친구들 죽을 때마다 본다. 쓸쓸하게 가는 모양이 참 그랬는데 (앞으로는) 당신들이 와줄 것 아니냐. 그래서 좋다. 내 장례를 어떻게 치를지 뭘 입고 갈지 고민 안 하니 좋다.” 나눔과 나눔은 최근 ‘무명남’씨 장례까지 다섯 번의 장례를 치렀다. 서씨는 “물품비만 원가로 받는 장례식장을 찾아야 하는데 ‘장례식장 분위기 안 좋아진다’ ‘돈이 안된다’며 거절하는 사람도 많았다”고 했다. 나눔과 나눔 사무실은 지인이 싸게 임대해줬다. 여기서 서씨를 포함해 3명이 비상근으로 일한다. 후원자는 현재 100여명이다. 서씨는 “아무리 싸게 해도 장례비용에 200만~300만원은 들어간다. 구청에서 주는 무연고자 장례 지원금은 40만~50만원에 불과해서 제대로 된 장례는 상상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서씨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뿐 아니라 무연고자, 독거노인들, 저소득층 사람들은 자신이 죽으면 누가 장례를 치러줄까 걱정이 많다”며 “나눔과 나눔을 단순히 장례를 돕는 곳을 넘어 사회적기업으로 발전시키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