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81) 씨가 부모님 산소 주변의 무연고 분묘나 후손이 찾지 않는 분묘를 60여년 동안 벌초 봉사를 하고 있다. 부모님 무덤이 있는 마을 공동묘지에 무연고 분묘나 후손들이 찾지 않는 분묘들을 60여년 동안 아무 대가도 없이 말끔하게 벌초를 해 주고 있는 80대 노인이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김영수(81`경산시 진량읍 부기2리) 씨. 부기1·2리 마을 공동 묘지에 돌아가신 부모님을 모신 그는 20대 때부터 추석이 다가오면 부모님 산소 벌초를 하다가 주변의 연고가 없는 20여 기의 산소도 벌초를 해 주었다. 그는 "아무도 돌보지 않는 무연고 분묘에 벌초를 해주면 부모님이 매우 기뻐하실 것 같아 벌초를 시작했다"면서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해 주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이냐"고 했다. 김 씨가 해주던 벌초 묘지 수는 초창기 20여 기에 불과했지만 요즘은 족히 200여 기를 넘는다. 예전에는 무연고 분묘를 주로 벌초해 주었으나 요즘에는 무연고 분묘뿐만 아니라 조상 산소도 벌초 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 그 수가 엄청 늘어 난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추석을 전후해 1개월가량 마을 공동묘지에 살다시피한다. 요즘 그는 예초기와 낫, 갈퀴를 들고 마을 공동묘지를 찾아 벌초를 한 뒤 산소 주변의 잡목과 넝쿨들을 베어내고 이를 한곳에 모아 두는 힘든 작업을 하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벌초객들이나 성묘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공동묘지 주변 길도 말끔히 정리하고 있는 중이다. "5년전부터는 추석을 전후해 1개월여 동안 혼자서 5천여 평의 공동묘지에 있는 분묘들 중 후손들이 벌초를 하는 것을 제외하곧 모두 저가 혼자합니다. 어떤 벌초객들은 "왜 아무 대가도 없이 벌초를 하느냐"고 묻지만 내 부모 산소 주변에 있으니 내 가족 산소라고 생각하고 깔끔하게 벌초를 해 주면 마음이 편하니까 해주는 것입니다." 그는 벌초할 때가 일가 친척들이 모여 조상을 기리면서 땀 흘리고, 후손들 간 한 집안임을 느낄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인데 바쁘다는 핑계로 조상의 산소도 찾지 않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고 했다. 김 씨는 벌초 대행 봉사뿐만 아니라 매일 저녁 동네를 돌며 버려진 쓰레기 봉투를 열어 쓰레기 분리수거를 한다, 또한 어려운 이웃을 위해 무료 소독을 해주는가 하면 밭갈이 등 농사일도 수시로 도와준다. 자신의 농기계도 빌려주거나 직접 일을 도와 주는 등 많은 선행을 실천해 오고 있다. 김 씨는 그동안 자신의 생일상을 받아본 적이 없다. 자신의 생일날이면 부모님 산소에 가서 불효자식을 용서하라며 실컷 울고 자신과 집안일에 대한 보고를 하고 어두워야 집으로 돌아 온다. 부인 최종선(79) 씨는 "저 양반 평생을 저렇게 남을 위해 살았는데 이제 와서 어떡하겠어요.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살라고 하는 수밖에요"라고 말하면서도 남편의 말없는 든든한 후원자다. "욕심 부리지 않고 내 이웃을 내 가족이라 생각하며 함께 나누고 도와주고 살면 이 보다 더 한 행복이 어디있겠어요." 80대 할아버지가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이유가 이런 것에 있는 듯 했다. [매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