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 앞마당.
24일 불기 2570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6일 이곳에서 로봇이 스님으로부터 불교 계율을 받는 수계식이 진행됐다.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침착하게 대웅전 앞쪽으로 걸어들어왔다.
주변에 모인 사람들은 신기한 듯 쳐다보며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수계식은 불자들이 불교 계율에 따라 살 것을 서약하는 의식으로, 로봇이 불교 의식을 통해 정식으로 계율을 받은 국내 첫 사례.
지난 3월3일 제작된 ‘휴머노이드 로봇 지원(G-1)’은 일반인과 똑같은 수계 절차를 밟았다. 회색 장삼 위에 붉은색 가사를 걸친 전형적인 승려 복장을 한 키 130㎝의 로봇은 먼저 두 손 모아 부처님께 합장했다.
스님으로부터 수계식의 의미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거룩한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라고 ‘삼귀 의례’를 했다. 이날 로봇에 대한 수계는 성웅 스님, 성원 스님 등 4명의 스님이 맡았다.
로봇은 몸과 마음을 깨끗이 하는 침회진언을 낭송한 뒤 오른팔을 내밀었다. 연비(향을 팔뚝에 태우는 의식)를 하고, 그 자리에 연등회 스티커를 붙였다. 성원 스님은 로봇 목에 108 염주를 매달아줬다.
생명을 존중하고 해치지 않고, 다른 로봇과 사물을 훼손하지 않고, 무례하지 않고, 기만적인 행동과 표현을 하지 않고, 에너지를 과충전하지 않겠다는 등 이른바 ‘오계’에 대한 스님의 물음마다 로봇은 “예, 않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과충전 금지’는 오계를 로봇에 맞게 변주한 것이다.
로봇은 수계를 증명하는 수계첩과 함께 ‘가비’라는 법명도 받았다. 계첩은 로봇에게 직접 전달하고, 법명이 적힌 이름표는 로봇이 입은 가사에 부착했다. 로봇은 수계식을 마친 뒤 스님들과 함께 조계사 탑을 세바퀴 도는 탑돌이 도 했다. 이날 가비는 일반 불자로서 계를 받았지만, 부처님오신날 전후로 ‘명예 스님’으로 활동하게 된다.
이날 행사엔 로봇을 보조하는 인력을 배치했지만, 로봇은 사전에 학습한 대로 무리 없이 수계식을 마쳤다. 이동로를 안내하는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자율적으로 제 갈 길을 찾아 움직였고, 스님의 질문에 또렷하게 답하는 등 자연스레 수계식 모습이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은 “에이아이 로봇의 수계는 기술 또한 자비와 지혜, 책임의 가치 위에 쓰여야 한다는 것을 뜻하며, 전통과 미래가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인간과 기술이 함께 공존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상징한다”고 언급했다.
가비 외에도 ‘석자’ ‘모희’ ‘니사’ 등 로봇 3대가 가비의 도반(함께 도를 닦는 벗)으로 등장할 것”이라는 소식인데 이들 4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은 오는 16일 저녁 서울 종로 일대에서 펼쳐지는 연등 행렬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ai스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