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의 명찰이 아닌 내면의 선언 -변성식 소장

  • 등록 2026.01.09 17: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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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의 명찰이 아닌 내면의 선언

 

수천 년의 시간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말려가는 동안 인류가 쌓아 올린 수많은 사상과 철학의 궤적은 결국 '인간 존중'이라는 하나의 정점을 향해 수렴해 왔습니다. 플라톤이 응시했던 이데아의 세계에서부터 토마스 아퀴나스가 증명하고자 했던 신성한 질서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이끌었던 거장들이 공통으로 수호하려 했던 가치는 인간이 그 자체로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준엄한 사실이었습니다. 그들이 남긴 지혜의 유산 속에서 인간의 존엄은 단 한 번도 타협될 수 없는 절대적인 본질로 자리 잡았으며, 우리는 그것은 문명을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로 믿어 왔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이러한 고귀한 전통에 깊은 균열을 내보이고 있습니다. 모든 가치가 화폐의 단위로 환산되는 물질주의의 거센 물결은 인간의 무게마저 저울 위에 올리려 합니다. 타인보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더 높은 위치를 점유하는 것이 승리로 규정되는 갈등의 구조 속에서, 인간의 존엄은 안타깝게도 누군가에게 증명받아야 할 '자격'처럼 변질되고 있습니다. 이제 존엄은 스스로 빛을 발하는 내면의 별이 아니라, 사회적 권력이나 물질적 풍요를 가진 자들이 타인에게 허락하듯 붙여주는 명찰이나 훈장처럼 취급받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러한 전도된 가치 속에서 우리는 다시금 존엄의 발원지가 어디인지 엄중히 물어야 합니다. 진정한 존엄은 외부의 시선이나 사회적 지위에서 빌려오는 소모품이 아니라, 오직 자신의 깊은 내면에서 길어 올리는 고유한 인식의 산물입니다. 내가 존재한다는 그 경이로운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를 경외할 수 있는 능력, 즉 '자기 존엄 인식'이야말로 세파에 흔들리지 않는 삶의 뿌리가 됩니다. 외부의 평가가 나를 깎아내리고 물질적 결핍이 나를 위협할지라도, 내 안의 성소에 자리 잡은 인간다움의 가치를 스스로 긍정할 때 존엄은 비로소 완성됩니다.

 

결국 인간 존엄의 회복은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는 시선을 거두어 자기 내면을 응시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내가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세상 그 어떤 화려한 수식어도 나의 빈자리를 채울 수 없으며, 반대로 내가 나의 고귀함을 굳건히 믿는다면 세상의 그 어떤 부당한 낙인도 나를 훼손할 수 없습니다. 타인이 부여하는 가짜 명찰에 나를 맞추려 애쓰기보다, 나라는 존재가 지닌 본연의 빛을 스스로 발견하고 돌보는 고독한 성찰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우리가 스스로 존엄한 존재로 온전히 인식할 대, 비로소 타인의 존엄 또한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혜안이 열립니다. 물질이 지배하는 차가운 도시의 소음 속에서도 잃지 말아야 할 단 하나의 진실은, 존엄의 주권은 오직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입니다. 수천 년 역사가 증명해 온 인간 존중의 가치는 타인의 손에 들린 명찰이 아니라, 바로 당신의 가슴속에서 쉼 없이 고동치는 자아의 선언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변성식 소장] 마음건강연구소

 

 

앤딩플래너 김동원 기자 info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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