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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처럼 죽음 맞이하리

〈엘리자베스 타운〉이란 영화를 보다 눈이 번쩍 띄는 장면을 만났다. 내가 좋아하는 중년 여배우 수전 서랜던이 남편의 장례식에서 탭 댄스를 추고 있다. 장례식을 위해 모인 이들이 그의 발랄한 몸놀림을 지켜보며 미소 짓는다. 남편과 함께했던 시간들에 대한 사랑과 감사를 담아 무대 위에서 검은 바지 정장 차림으로 춤추는 그. 이어지는 록 콘서트. 와우, 신선하다.
나도 장례식 구상에 돌입한다. 내가 죽으면 유골은 가루로 만들어 대구 집의 나무 아래 뿌려달라고 이미 아이들에게 부탁해둔 터. 종교와 인연이 없으니 내 장례식은 작은 파티 형식으로 진행되었으면 좋겠다. 전혀 엄숙하지 않게. 딸에겐 판소리 한 자락을 부탁할 참이다.

선배 한 분은 오케스트라를 불러 연주를 하게끔, 이미 오래 전부터 자신의 장례식 포맷을 잡아 놓고 있다. 웬 오케스트라 연주냐고 의아해할 사람도 있겠지만 애도와 축하 사이의 균형이 관건이겠다. 애도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의 허전함을 달래려 함이고 축하는 지상의 모든 짐을 벗어놓고 떠난 이의 해방을 기념하기 위함이니 말이다.

친구들 모임에서도 죽음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에 대한 토론이 가끔 벌어진다. 요즘 몇몇 사회단체에서 주선하는 죽음 예비학교에 등록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언제 우리를 찾아올지 모를 죽음이라는 상황과 미리 낯을 익혀두는 게 나름 유익할 것 같다. 지금 건강하다 해도 무릎관절염을 시작으로 우리는 병과 차츰 친해지고 있다. 크고 작은 수술을 거친 친구들은 이미 앓아본 사람의 지혜로 유병장수 시대를 살아가는 건강 전략을 서로 나눈다. 이렇듯 이미 일상 속에 죽음은 조금씩 얼굴을 드러내고 있는 것을 모두 안다.

웰빙 못지않게 ‘웰 다잉’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는 것, 참 다행이다. 어떻게 하면 잘 죽을 수 있을까? 행복한 죽음이란 불가능한 것일까? 죽음에 대한 최선의 준비는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지금 이 순간의 삶에 집중하는 것이겠지.

내 생애 몇 번의 벚꽃놀이가 더 허락될 것인지 생각하며 바라보는 올봄 벚꽃은 전율이다.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말로 남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지. 더 늦기 전에 사과해야겠다. 크고 작은 실수들을 만회할 기회가 아직 남아있음에 감사한다. 잘 지낸 하루가 달콤한 잠을 가져오듯, 잘 살아낸 한 생애가 행복한 죽음으로 이어지는 것이겠지. 그래, 우리 모두 죽음을 기억해야 한다.

박어진 칼럼니스트/behappy@empal.com [한겨레 신문]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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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만큼 중요한 죽음준비 -김영심 웰다잉전문강사 임신 10달동안 태명에서부터 음식, 음악, 독서, 태담, 동화, 영어와 수학으로 학습태교까지 하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태아교육을 하고 있다. 탄생만큼 중요한 죽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소나 노인대학 강의시 죽음준비를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죽음준비 다 해놓았어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윤달이 있어서 수의를 해 놓았고 영정사진도 찍었다고 하신다. 결국 수의와 영정사진만이 죽음준비를 대신하고 있다. 죽음준비 강의 후에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웠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네요.’ ‘사는동안 잘살고 죽음도 잘 받아 들여야겠어요.’ ‘확 깨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가서 자식들하고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런 강의 처음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장님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못을 박으며 ‘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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