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추모공원 대법원 판결과 ‘장사법’ 개정안을 보고

 
●법, 제도, 정책, 주민의 의식변화로 새로운 추모문화 정립의 계기로 삼아야●
[전기성 / 한양대 행정자치대학원 겸임교수, 한국지방자치학회 고문]

지난 4월12일 대법원은 6년간 끌어 온 원지동 추모공원의 법적 갈등을 서울시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일단락 지었다. 그러나 이 판결은 지역 주민들이 ‘도시계획시설 결정과 개발제한구역 해제 결정을 취소’하라는 소송을 제기한데 대해, 계획수립에 있어 ‘장사등에관한법률(이하 ’장사법‘)과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이하 ’국토계획법’) 등 관련 법률을 적용함에 문제가 없다는 판결이며 서울시의 일방적인 승소나 서울시가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오히려 이 판결을 계기로 서울시 계획과 추모문화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법원 판결이 난 직후 지역 주민과 관련단체는 즉각 반대성명을 발표했고 일부단체는 서울시 계획대로 추진할 것을 촉구하는 의견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지난 주 어느 일간신문의 기획기사는 추모공원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주민과의 대화와 충분한 보상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주장을 살펴보면 어느 한 면에 치우치고 전체를 아우르는 주장과는 거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국회는 ‘장사법’을 전문 개정하는 심의를 계속중이며 4월중에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사법’ 전문개정안은 대법원판결이 주는 교훈과 그동안 누적된 문제점을 해소하기 보다는 새로운 갈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앞선다고 본다. 이런 맥락에서 서울시의 원지동 추모공원 설치계획이 원안대로 추진되기는 어렵다는 짐작이 든다. 현재의 법과 정책, 그리고 대법원 판결과 관계없이 ‘추모시설=혐오시설’로 보는 정서가 바뀌지 않는 한,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동방예의지국’으로 자부하는 우리의 추모사업에 왜 이런 시련이 있는지 냉철히 살펴보고 대안을 찾아보기로 한다.


첫째, ‘장사법’이 혐오시설을 부추기는 주범이다.
우선 장사법이 혐오를 부추기는 법률이라는 것이다. ‘장사법’(전문개정안을 포함하여)은 제정목적에서 ‘이 법은 이 법은 매장·화장 및 개장에 관한 사항과 묘지·화장장·납골시설 및 장례식장의 설치·관리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하여 보건위생상의 위해를 방지하고, 국토의 효율적 이용 및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헌법에서 정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직접 규정하지는 못할망정 형법에서 정한 ‘사자(死者)의 명예훼손’ 규정이나 저작권법이 ‘사자의 저작물 이용’에 관한규정을 두고 있음을 생각해서라도 단 한마디라도 죽은 자에 대한 존경의 뜻을 입법목적에 포함했어야 도리라고 본다.

오로지 산자를 위해 보건위생상의 위해를 방지하고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겠다는 발상자체가 추모시설을 혐오시설로 보아야 하는 출발점이라고 본다. 그뿐만이 아니다. ‘화장’을 ‘시체 또는 유골을 불에 태워 장사함’이라고 정의하고, 모든 추모시설은 상수원보호구역과 보안림지역, 군사보호지역 등에도 설치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국토계획법(약칭) 시행령(제2조 기반시설 6)은 화장장, 공동묘지, 납골시설 장례식장 등 추모시설을 도축장과 같은 보건위생시설로 분류하여 혐오감을 부추기고 있다. 이런 제한에 따르다 보면 추모시설의 설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도시 한가운데에 추모시설을 설치하는 외국의 경우와 첨단시설을 비교할 때 시대착오적인 법과 제도, 그리고 홍보라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따라서 장사법의 입법목적에서 혐오시설로 부추기는 규정은 모두 삭제하거나 보완해야 한다.

둘째 추모시설은 혐오시설이 아니다.
불과 50년 전 만해도 ‘뒷간과 사돈댁은 멀리 있어야 한다’는 속담이 있었다. 공중변소 설치를 놓고 이웃 주민들 간에 갈등을 일으키는 예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파트 값을 칠 때 화장실이 몇 개인가에 따라 가격이 다르고 고속도로 휴게소의 화장실은 이곳이 과연 화장실인지 의심이 갈 정도로 친 환경적이다.

사람이 죽으면 영혼은 육신을 떠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아는 진리이다. 그렇다면 추모시설 중 가장 대표적인 화장장은 비유적으로 영혼이 육신을 떠나는 승화(昇華)의 장소이며 따라서 화장시설은 혐오시설이기보다 오히려 거룩한 시설로 보아도 되지 않을까 한다. 예로 불교에서는 성철스님을 비롯한 여러 분들의 ‘다비’식이 많은 신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거행된다. 장사법(시행령 제5조)도 ‘사찰경내에서 다비식으로 화장을 하는 경우’를 화장장 이외에서 하는 예외의 경우로 인정하고 있다. 현대식 화장(火葬) 방법은 소각식이 아니고 800℃ 이상 1500℃의 고열로 처리하는 기화(氣化)방식이다. 화장시 나오는 연기는 1차와 2차 연소를 통하여 완벽하게 연소되어 제대로 가동만 하면 무취, 무연의 완벽한 무공해 처리가 가능하며 이러한 기술은 더욱 개선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화장을 통해 시신이 기화되고 기화를 통해 영혼이 육신을 떠나는 절차(사실은 알 수 없지만)로 가정해 본다면 화장을 혐오스럽게만 볼 것은 아니다. 화장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게 더 문제라는 생각이다. 묘와 화장 후 납골 방법도 평장(平葬)이나 잔디장, 자연장, 수목장 등 새로운 방법을 도입하여 개선한다면 혐오감을 더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상의 사례는 화장장을 비롯한 추모시설도 환경친화적으로 개선하고 홍보하며 그 결과 국민이 그 가치를 인정하게 되면 지금과 같은 혐오시설의 갈등에서 벗어 날 수 있다고 본다.

셋째, ‘장사법’은 특별법으로 규정하고 시행한다.
‘장사법’은 장사 분야에 관한 한 다른 법률에 우선하는 특별법이다. 예로 강력한 시행력을 갖고 있는 국유재산법(제36조)과 공유재산관리법(제5조)은 묘지와 같은 행정재산이 아닌 잡종재산의 대부기간을 5년으로 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장사법’은 묘지의 사용기간을 15년(45년 연장가능)으로 정하여 시행하는 사례이다. 이에 반해 추모시설을 설치하기 위한 지역의 지정과 지정절차는 국토계획법의 절차와 건축법 시행령 별표의 분류표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어 ‘장사법’의 특별법적 지위를 스스로 부정하고 추모시설에 대한 중요성을 희석시키고 있다. 추모시설의 설치가 쓰레기 처리시설이나 다른 공익시설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고 조상에 대한 추모의 정신을 강조하기 위한 법률로 인정한다면 추모시설 설치지역의 지정과 절차, 기반시설로의 분류 등은 오히려 “다른 법률의 규정에 불구하고 ‘장사법’의 규정에 따른다.”라는 특례규정을 두고 시행해야 가능할 것이다. 이점이 ‘장사법’이 전부 개정된다 하더라도 또다시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이다.
넷째, 노인복지가 아니라 주민복지다.

현재 추모시설의 주무부처는 보건복지부이며 노인복지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자치단체도 노인복지국에서 관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람이 죽는 것은 노인만 죽는 게 아니라 어린이나 청·장년도 죽는다. 살아있는 동안 주민등록을 하고 국가사회발전을 위해 일생동안 성실히 일하다가 그 명예와 재산, 성공한 자손을 세상에 남겨두고 떠났을 뿐이다. 따라서 헌법이 정한 인격권과 행복추구권의 연장선상에서 국가와 자치단체는 죽은 자에 대해 변형된 존재공간인 추모시설을 책임지고 공급해야 한다. 따라서 추모시설은 보건위생 문제와는 별개이며 보건문제를 관장하는 노인복지소관이 아니라 주민의 생활과 죽은 자에 대한 권익과 주민등록을 관장하는 주민복지 소관으로 다뤄야 마땅하다. 이런 취지에서 자치단체와 주민등록을 직접 관장하는 행정자치부가 관장하고, 지방자치단체도 주민복지과를 두어 관장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혐오감을 줄이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다섯째 추모시설 설치는 자치사무이며 기초자치단체장의 몫이다.
‘장사법’은 구가와 자치단체의 공동사무형식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지방이양촉진법(약칭)과 지방분권법이 시행되는 지금의 행정체제로 보면 추모시설설치사무는 자치사무로 분류돼야 한다. 그럼에도 대부분 사무를 대통령령과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지방화 정책과 지방자치정신에 반한다. ‘장사법’ 전부개정안’(제4조 ②)이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주민의 화장에 대한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화장시설을 갖추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대부분을 자치단체 조례로 정하도록 이양함이 정당하다. 자치단체가 중앙정부를 향하여 줄기차게 요구하는 지방분권과 지방자치 정신은 추모시설이나 쓰레기 처리장 등 필수생활시설은 지역 안에서 자치단체가 스스로 해결하는 데 있다. 이 점에서 장사법의 체제와 내용은 지방화 정책에 따라 전면 수정돼야 한다고 본다.

다음은 광역과 기초자치단체의 업무분장 문제이다. 선거에서 당선된 기초자치단체의 장과 그를 선출한 주민은 1차적 책임이 있으며 이를 남에게 전가하면 아니 된다는 뜻이기도 하며 지방의 도의 경우, 시장·군수의 업무로 분장되어 있다. 서울시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서울시가 과거부터 직접 관장한 행정관행을 그대로 계속하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시는 이러한 과거의 행정스타일을 그대로 계속하는 것이 지방자치시대와 지방분권 정신에 맞는가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오히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새로 설치하는 추모시설은 구청장에게 넘기는 것이 지방자치정신과도 일치한다는 판단이다. 구청장이 주민과 함께 ‘님비’ 문제를 스스로 책임지고 해결하는 것을 검증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장사법’도 시·도지사는 화장장, 납골 및 묘지시설의 설치·관리 등에 관한 수급계획을 3년 이상의 단위로 수립해야 하며 시장·군수·구청장(이하 ‘시장·구청장’)은 시·도지사가 수립한 계획안에서 장기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이외에 필요한 사항은 조례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시장·구청장이 화장장에 대한 장기계획을 수립하거나 필요한 사항을 조례로 정한 곳은 거의 없고 대부분 납골당의 공급계획 등을 포함한 「장사등에관한조례」를 제정하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전국 230개 기초자치단체 중 화장장(공설)을 설치한 곳은 46개이며 일부는 추진중이다. 한마디로 국민복지를 위해 직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는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정한 헌법의 기본권에 대한 위헌적이며 반 지방자치적인 현상이다. 그럼에도 일부 자치단체 장은 지역의 수요보다 큰 시설을 설치하려다 주민의 반발을 사기도 하는데 우선은 지역주민의 수요만이라도 확보한 다음 여력이 있으면 추진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화장장을 설치하지 않은 시장·구청장은 이번 임기 안에 ‘장사법’(제5조, 시행령 제3조)에 따라 지역주민의 인구와 지역 여건을 감안하여 추모시설을 어디에, 몇 개를 어느 규모로 설치할 것인가. 공설이 어렵다면 대안으로 사설로 할 것인가 등의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한다. 중요한 것은 주민에게 사실을 제대로 알리고 협조를 구하되 반대급부는 적정하고 명분이 있는 선으로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진정한 지방자치의 정신을 외면하게 되는 것임을 유의해야 한다. 이제 성숙한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주관자로 추모시설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는 전적으로 시장·구청장의 의지와 능력, 그리고 주민의 인식과 협조에 달려 있다.

이상 언급한 취지에서 4월 12일 대법원 판결은 서울시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준 것으로 보기보다는 지금까지 시행하면서 노출된 장사법과 관련법률, 제도, 중앙정부와 자치단체의 행정관행과 주민의 생각도 근본부터 바꾸라는 경종이며 교훈으로 보아야 한다. 그리고 장사법의 전문개정안도 추모시설설치의 문제점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다. 따라서 추모시설 과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관련 학계와 언론계,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의 자세에서 보다 전향적이고 협의하는 자세로 전환하여 국회와 정부의 입법과 제도개선에 기여하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배너

포토뉴스


태교만큼 중요한 죽음준비 -김영심 웰다잉전문강사 임신 10달동안 태명에서부터 음식, 음악, 독서, 태담, 동화, 영어와 수학으로 학습태교까지 하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태아교육을 하고 있다. 탄생만큼 중요한 죽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소나 노인대학 강의시 죽음준비를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죽음준비 다 해놓았어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윤달이 있어서 수의를 해 놓았고 영정사진도 찍었다고 하신다. 결국 수의와 영정사진만이 죽음준비를 대신하고 있다. 죽음준비 강의 후에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웠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네요.’ ‘사는동안 잘살고 죽음도 잘 받아 들여야겠어요.’ ‘확 깨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가서 자식들하고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런 강의 처음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장님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못을 박으며 ‘신나고

발행인 칼럼

더보기
[칼럼] 상조단체 상조협회 이야기
조직이란 소속된 구성원들의 친목과 함께 공동 발전을 위한 네트워크란 점이 핵심 존재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한국상조산업계도 2021년을 기점으로 비영리 공인 단체를 가지게 되었다. 비록전국적인 단일조직은 아니지만 어쨋든 공식 '사단법인'이란 점에서 의미있는 발전이다. 한국상조산업협회는 설립 허가를 받은 후 박헌준 회장 이름으로 “공식적인 허가 단체로 거듭난 협회는 회원사와 더불어 장례문화발전과 상조업계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표시했다. 기자는 관련 기사에서 경험에서 우러나는 희망사항을 곁들였다. 40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상조산업의 문제점은 원래의 본향이었던 상부상조, 아름다운 품앗이의 핵심, 장례문화를 제대로 발전시킬 수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의례서비스의 근본을 떠나 소위 결합상품 내지는 의례와 거리가 먼 라이프서비스로 주업태를 변경시켜 가며 이윤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조고객의 대부분이 미래 장례를 목적으로 가입한 것이라면 상조산업 발전과 장례문화 발전이 동일한 의미를 가져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지난 12월 24일자로 공정위의 허가를 받은 '사단법인 한국상조산업협회'가 설립목적으로 명시한 "상조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소

해외 CEO 칼럼 & 인터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