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의 한 면사무소 직원이 멀쩡한 주민 37명을 일괄 사망 처리한 결과 피해 주민들은 복지혜택 중단, 운전 자격 정지, 금융거래 중단 등 각종 물질·정신적 피해를 봤다고 호소하고 있다.
17일 나주시 등에 따르면 공산면사무소 직원 A씨는 지난해 5월 관내 주민등록 주소지 이중 신고자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37명을 사망 처리했다. 주소지 이중등록자들의 생사 여부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 전산에 '사망' 처리를 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해 9월, 피해 주민 중 한 명이 교통 경찰관으로부터 신분증 조회를 받으면서 드러났다. '죽은 사람이 어떻게 운전을 하냐'는 경찰관의 말을 듣고 놀란 주민이 사실 확인에 나섰고, 넉 달 전 사망 처리가 된 사실을 알게 된 것.
문제는 이 주민처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괄 사망 처리된 주민이 37명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회복된 주민등록이 각 기관 전산에 반영될 때까지 최대 반 년동안이나 복지 혜택이 끊기고, 병원 진료는 물론 금융 거래도 할 수 없었다. 더욱이 4대 보험 취급 각 기관들을 찾아가 주민등록을 다시 회복하는 절차 역시 나주 공산면사무소가 아닌 피해자들이 직접 해야 하는 고초를 겪었다. 자신이 사망 신고 된 사실을 최초로 확인한 주민 B(55)씨는 "'죽은 사람이 운전을 한다'는 교통경찰관의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황당했는지 모른다. 당시 당황해 하는 나에게 경찰관은 '이유가 어찌됐든 지금부터 절대 운전을 하면 안된다'고 신신당부해 주민등록이 회복되는 몇 달 동안 정말 불편했다"며 "정신적 충격도 심해 지금도 이 생각을 하면 가슴이 뛴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피해 주민도 "세상이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할 수 있느냐. 실수는 공무원이 해 놓고 뒷처리는 피해자가 하고 있으니 더 화가 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나주시의 징계 수위도 논란이다. 지난해 말 자체 감사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파악하고도 담당 직원이 행정 전산망에 주민등록 정보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단순 실수'라는 이유로 '훈계'를 결정해 일부 피해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나주시 관계자는 "담당 직원이 업무를 숙지하지 못해 빚어진 실수"라며 "앞으로 재발 방지를 위해 주민등록 담당업무 직원 직무 교육을 강화하고 피해를 본 주민들에게는 깊은 사죄의 뜻을 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