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금)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되새겨 보는 장묘정책과 시설

어느때 어느곳이나 장묘시설은 당면과제가 되어 있다. 사람은 죽게 마련이며 그 뒷 수속을인간의 도리에 맞게, 산 사람의 생활에도 지장없게 해야 한다. 정치와 행정의 기본은 잘 살게 해 주는 문제와 잘 죽게 해 주는 문제가 핵심이 될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나라의 경우는국토의 효율적 이용이란 국가적 과제와 맞물려 갑자기 부각된 매장과 화장의 문제, 자치단체의 장묘정책 수립의 의무화, 이에 따른 주민들의 님비현상으로 대변되는 이해관계의 상충이 곳곳마다 숙제거리가 되고 있다. 언론도 수시로 이에 대한 대책을 특집으로 엮어 내고 있다. 최근 동아일보도『 마지막 가는길 편안하게』란 주제로 5회에 걸쳐 연재한 바, 본지는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이를 모아 한자리에 편집해 놓았다.
.
.
 
●수요 느는데 시설 태부족

《1990년대 초반만 해도 10%대를 맴돌던 화장(火葬)률이 2005년 처음으로 50% 선을 넘어서며 매장률을 앞질렀다. 특히 대도시일수록 화장률이 높아 이미 사망자 10명 중 6, 7명꼴로 화장을 택하고 있다. 그러나 광역화장장 유치를 둘러싸고 수개월째 시장과 주민이 대립 중인 경기 하남시를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화장장 신설 노력이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혐오시설을 막으려는 님비 현상 때문이다. 일본 대만 등 외국과 국내 취재를 통해 5회에 걸쳐 화장장의 실태를 들여다본다.》

국내 최대 규모이자 경기북부의 유일한 화장장인 서울시립 벽제화장장. 고장에 대비한 예비용 2기를 제외하고 화장로 23기를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교대로 하루 9번씩 풀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넘쳐나는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인구 1000만 명이 모여 살아가는 거대도시임에도 서울 시내에는 화장장이 단 한 곳도 없다. 따라서 화장을 원하는 유족들이 모두 이곳으로 몰린다. 경기북부의 수요까지 더해져 벽제화장장은 늘 포화상태다.

벽제화장장의 1일 적정처리능력 66구는 화장률이 급증한 2000년(하루 평균 70구)부터 ‘있으나마나한’ 기준이 돼버렸다. 고 최종현 SK 회장 등 유명인사들의 화장 실천이 잇따르면서 “비좁은 국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자”는 화장 장려운동이 확산돼 화장률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1995년 28.3%에 불과했던 서울시민의 화장률은 1999년 41.9%, 2001년 53.2%, 2003년 61.5%에 이어 지난해에는 68.6%까지 치솟았다. 10명 중 3명꼴이었던 화장률이 10년 만에 10명 중 7명꼴로 크게 늘어난 것이다.

박복순 서울보건대 교수 겸 한국장묘문화개혁범국민협의회 사무총장은 “화장률이 99%인 일본의 전문가들조차 한국의 급속한 화장률 증가세에 놀라고 있다”며 “하지만 전국의 화장장은 모두 47개로 증가 추이가 미미하다”고 말했다. 요즘 벽제화장장의 1일 평균 화장시신 수는 무려 93구에 이른다. 이 때문에 적정수준인 화장로 1기당 2, 3구보다 두 배 많은 1기당 4, 5구씩을 무리해 가며 처리하고 있다.

최초 화장로 3기에서 출발해 15기로 증설하며 화장수요 증가에 대처해온 경기 성남시 영생관리사업소 역시 예약이 밀려들면서 하루도 쉬지 않고 365일 기계를 가동하고 있다. 벽제화장장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공단 민경찬 장묘문화센터 소장은 “외국에서는 화장장에 와서 화장만 하는 게 아니라 고인을 기리는 의식도 치르지만 한국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벽제화장장은 증설이 어렵기 때문에 늘어난 화장수요를 맞추려면 다른 곳에 화장장을 더 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말 결혼식장에서 2시간 단위로 신랑신부와 하객들이 바뀌듯이, 화장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자리를 비워주고 장지로 떠나는 모습이 일상화됐다. 박 교수는 “장례는 정중하고 엄숙하게 치러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예약하기 어렵고 시간에 쫓기는 한국의 화장장은 시신을 태우는 ‘공장’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처리 가능한 만큼만 예약을 접수하기 하기 위해 인터넷 선착순 예약제도가 도입된 뒤로는 고인의 사망시점이 ‘3일장을 치를 수 있느냐’를 좌우하는 변수로까지 떠올랐다. 새벽이나 오전에 사망하면 화장장 예약이 상대적으로 수월하지만 사망시점이 오후거나 밤일 경우 예약이 차버려 화장장을 잡지 못한 유족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 오전 또는 최소한 낮 시간대에는 화장시간이 잡혀야 해저물기 전에 장례를 끝마칠 수 있는데 이 시간대 예약이 불가능해 어쩔 수 없이 ‘원하지 않는’ 4일장을 치르는 일도 빈번하다. 오전과 낮 시간에 예약을 하지 못한 유족들은 3일장 일정에 맞추기 위해 ‘원정 화장’에 나서기도 한다.

박태호 서울보건대 겸임교수는 “가까운 수원 부천 성남 등의 화장장은 물론이고 멀리 춘천 원주 청주 대전 등으로 수도권 주민들이 화장하기 위해 꽤 많이 가고 있다”며 “수도권 화장장은 이미 절대부족 상태이고 이대로 가다가는 화장대란이 닥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건복지부는 2005년 52.6%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매장률을 앞선 전국의 화장률이 2010년에는 70%에 이르러 화장시설 부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될 것이라고 진작부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
.
 
●내집 앞엔 안돼” 화장장 갈등

“화장장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우리 동네만은 안 된다고 하니 난감할 따름입니다.”
경기도는 수천억 원의 인센티브를 내걸고 광역화장장 후보지를 찾기 위해 4년째 고심 중이지만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선 시군과 의회가 동의하면 주민들이 반대하고, 주민들까지 설득하면 인근 마을이나 경계를 접한 다른 지자체가 반발하고 나선다.

시장과 주민 간 충돌까지 벌어지며 5개월째 진통을 겪고 있는 경기 하남시가 대표 사례. 2000억 원에 이르는 지원금이 예상되지만 주민들의 반대는 완강하다. 시는 주민 찬반투표에 부치기로 했지만, 주민들은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을 추진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최근에는 하남시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등 4당 위원장도 시장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여기에 아직 용지 확정도 안 됐지만 인접한 경기 광주시민들도 반발하고 있다.

경기도는 2004년과 2005년 두 차례에 걸쳐 화장장을 유치할 시군 공모를 했지만 주민반발로 모두 무산됐다. 2차 공모 때는 주민대표기관인 의회 동의까지 받았지만 소용없었다. 경기도는 성남(화장로 15기)과 수원(9기)에 화장장을 갖고 있지만 현재 60%인 화장률이 77%에 이르는 2015년이면 화장로 20기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승형 경기도 장묘문화담당은 “하남시가 안 되면 광역화장장 신설은 더는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며 “자체 화장장을 추진 중인 부천과 용인을 지원해 급한 불이라도 꺼야 하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 일방통행이 낳은 주민 반발

화장장 건립을 둘러싼 갈등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이른바 ‘떼법’ 앞에서는 법원 판결도 도움이 못된다. 서울시가 2001년부터 추진해 온 서초구 원지동 추모공원의 경우 주민들이 도시계획시설 결정취소 청구소송을 냈지만 서울시가 1, 2심에서 모두 승소해 대법원 판결을 남겨두고 있다. 대법원에서도 서울시가 이길 것으로 예상되지만, 추모공원 건립이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한 장묘시설 관계자는 “시가 승소하더라도 주민들이 반발하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서울시도 이 때문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최근 추진되는 화장장은 오염물질 배출이 거의 없는 첨단시설로 꾸며지는 추세다. 여기에 수백억에서 수천억 원까지 인센티브가 제공되고, 지역주민들에겐 평생직장도 보장된다.

그럼에도 주민반발이 끊이지 않는 주된 이유는 주민동의 없이 지자체가 일방적으로 화장장 유치를 밀어붙인 데 대한 반감이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남시도 지난해 10월 시장이 일방적으로 화장장 유치를 발표했다. 갈등을 겪고 있는 다른 지자체들도 대부분 주민과의 협의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김황식 하남시장은 “시의회에 먼저 보고한 것이 마치 주민들 의사는 무시한 것처럼 비쳐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역이기주의(NIMBY)’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주민들은 할 말이 많다. 하남 주민들은 “인구 13만 명의 소도시에 대규모 혐오시설이 들어서면 인센티브나 지역개발에 따른 이익에 비해 부동산의 경제적 가치하락이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지역 주민이 이용하는 소규모 화장장을 추진했다면 이처럼 문제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창현 환경분쟁연구소장은 “과거 행정기관의 일방적인 사업추진방식은 이제 설 자리가 없다”며 “아직도 주민들을 협상대상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곳곳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
.
 
- 50년째 주택가에서 운영되고 있는 일본 도쿄의 화장장 다치카와 성원. 외지인의 눈에는 전혀 화장장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현대적인 디자인의 이 화장장은 그간 지속적으로 리노베이션돼 왔다
●99.9% 화장률’ 日성공사례

일본의 화장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본 후생노동성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1만4000여 명의 사망자 중 99.9%가 화장됐다. 매장은 2000건에 불과했다. 농어촌에 있는 재래식과 현대식 화장장을 망라해 일본 전체 화장장은 5117개에 이른다. 이 중 현대식 화장장만 1900여 개로 추정된다. 전국의 화장장이 47개에 불과한 한국과는 비교가 안 되는 수치다.》

일본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매장이 보편적이었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묘지난이 본격화하면서 화장으로 돌아서 1980년대에 이미 화장률이 90%를 넘어섰다. 일본 정부가 대대적인 장묘문화 의식개혁 캠페인을 벌이는 한편 노후한 재래식 화장장을 현대식 첨단시설로 바꾼 덕분이다. 이처럼 전 국민이 화장을 선호하는 일본이지만, 화장시설의 신증설에는 아직도 ‘화장장=기피시설’이라는 인식이 여전해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그러나 정부는 충분한 대화와 끈질긴 설득, 주민에 대한 배려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 외관은 대리석으로, 오염물질은 무배출
일본 도쿄 인근의 지바 현 지바 시 화장장 역시 주민 반발 등으로 입지 선정에서 개장까지 10년이 걸렸다. 지난달 28일 찾은 지바 시 화장장은 인근 마을 중심가에서 자동차로 5분가량 떨어진 산 속에 자리 잡고 있다. 화장로 16기를 갖추고 연간 6000구의 시신을 처리하는 시설이라기엔 너무나 쾌적했다. 실내외 모두 대리석으로 치장했고 고급 호텔을 연상시키는 미술품과 인테리어, 실내조명 등은 국내 화장장의 어두운 이미지와 대조적이다.

오염물질 배출도 제로에 가깝다. 다이옥신은 일본 내 배출 권고 기준치인 m³당 1ng(나노그램·1ng은 10억분의 1g)에 훨씬 못 미치는 0.000063ng을 기록해 사실상 무배출이나 다름없다. 이 밖에 매연과 유황산화물, 일산화탄소 등 각종 유해물질 역시 기준치보다 낮았고 소음도 50데시벨(dB)에 못 미쳤다. 화장장 총괄책임자 오카자키 쇼지(罔崎詔二) 씨는 “각종 오염물질과 악취 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고온처리와 필터 집진시스템 등 최첨단 시설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도쿄 도 니시타마 군에 있는 미즈호 화장장은 2002년 규모를 확장하면서 현대식 시설로 탈바꿈했다. 4개 시(市)가 사용하고 있었지만 인근 무사 시, 무라야마 시가 자체 추진하던 화장장이 무산돼 함께 이용하게 됐기 때문. 이 과정에서 주민 반대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어야 했다.

○ 시설 개선과 함께 주민 애로사항 해결에도 앞장

행정당국은 100억 원을 투입하여 기존의 낡은 시설을 현대식 시설로 개선해 오염물질 배출을 대폭 줄였다. 배출구에서 보이던 매연이나 악취는 사라졌고, 비단잉어가 헤엄치는 연못 등 정원이 새롭게 조성됐다. 사무국장 우수이 요시미쓰(臼井義光) 씨는 “시설 개선과는 별도로 마을회관 증개축, 도로 정비, 공원 확충, 마을회관 운영비 보조 등 주민 애로사항을 앞장서서 해결하다 보니 동의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 국민의 화장장에 대한 인식은 이런 노력 덕분에 한국과 비교할 때 상당히 긍정적이다.

도쿄 시내에서 전철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다치카와 성원은 주택가 한복판에 들어서 있어 눈길을 끄는 화장장이다. 건립된 지 50여 년이 넘었지만 주택가에서 밀려나지 않은 것은 계속해서 주민의 눈높이에 맞춰 시설 개선을 이뤄왔기 때문. 1999년에는 300억 원을 들여 전면 개축했다. 화장장 이용 차량은 시설과 50여 m 떨어진 곳에 별도로 마련된 주차장을 이용해 영구차량 등이 주민들 눈에 띄지 않게 한다.

화장장 정문 앞에 사는 주민 다후(太布·여) 씨는 “화장장에서 멀리 떨어진 마을 안쪽이나 이곳이나 땅 값이 똑같고 소음이나 악취, 매연 등은 찾아볼 수 없어 주민이 별다른 불만 없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
.
 
- 대만 타이베이 시 빈장관리처 장례식장. 타이베이 시는 화장을 권장하면서도 화장로 확대 등 인프라 확충 방안을 만들어 놓지 않아 폭발하는 화장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 ‘반면교사’ 대만

“요즘 타이베이(臺北) 시의 화장률은 80%를 넘어섰습니다. 법에 따라 매장을 해도 7년밖에 묘를 쓸 수 없고 비용이 워낙 비싸 화장을 택하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죠.” 대만 수도 타이베이 시의 유일한 화장장인 ‘타이베이 시 빈장(殯葬)관리처’의 류리팡(劉立方·여) 부처장의 설명이다.

타이베이 시 빈장관리처의 화장로 시설 규모는 모두 14기. 지난해 시신 1만8000구가 이곳에서 화장됐고, 내년에는 2만 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에는 사망 후 곧 화장하지 않고 평균 14일, 길게는 수개월 동안 냉동 보관했다가 길일(吉日)을 택해 나중에 화장하는 독특한 문화가 있다. 취재진이 방문한 지난달 30일에도 550여 구의 시신이 화장 날짜를 기다리며 타이베이 시 빈장관리처 내 냉동시설에 보관되고 있었다. 이 같은 풍습 때문에 화장장 운영은 날짜에 따라 편차가 심한 편이다. 적은 날은 하루에 30∼40구, 많은 날은 최대 124구까지 화장된다.

○화장장 수입을 인근 지역 주민에게 배분

현재는 시민일 경우 화장 비용으로 2000대만달러(약 5만7000원)를 치르지만 1970년대 초 화장장 설립 때부터 1999년 유료화 전환 이전까지는 시민들에게 화장비용을 한 푼도 받지 않았다. 인구밀도가 높은 섬지역이라 ‘이러다가는 죽은 자와 산 자가 땅 싸움을 하게 된다’는 위기의식에서 강력한 화장 장려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래를 염려했던 타이베이 시의 화장 장려정책은 인프라 확충이 동반되지 않아 새로운 사회 문제를 낳았다. 류 부처장은 “화장되는 시신은 해마다 늘고 있는데 시설은 더 늘릴 방법이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타이베이 시의 화장로는 증설 당시 주민들과의 협의에 따라 15기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돼 있다. 수요는 넘치지만 주민들의 반대와 시 의회의 견제로 그 이상의 증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다. 시설 확충은커녕 2004년부터는 타이베이 시 빈장관리처가 거둬들인 총 수입의 10%를 주민들에게 나눠 주는 것이 제도화됐다. 30여 년 전에 화장장이 먼저 들어섰고 나중에 주택가가 만들어졌는데도 주민들이 혐오시설 가동을 문제 삼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1700만 대만달러(약 4억8000만 원)가 관리위원회를 통해 주민들을 위한 사업에 지출됐다.

서울시가 한계에 도달한 시립 벽제화장장의 부담을 덜기 위해 서초구 원지동에 제2화장장 건립을 추진 중인 것처럼 타이베이 시도 지난해 도심에서 떨어진 지역에 제2화장장 건립을 시도했다. 결과는 사업 백지화. 용지를 확정하고 건립 예산까지 넉넉히 확보했지만 용지 인근 산기슭 주민들이 “땅값이 떨어지고 위생상 좋지 않다”며 강력하게 반발했고 시의원 등 정치권이 개입하면서 결국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류 부처장은 “제2화장장 건립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졌기 때문에 효율이 높은 설비로 교체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를 대비했던 타오위안의 지혜

화장장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타이베이 시와는 달리 인구 190만 명의 타오위안(桃園) 현은 1980년대에 일찌감치 두 곳의 광역화장장 체제를 갖춰 화장장 부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했다. 남쪽의 6개 시군민은 중리(中∼) 화장장을, 북쪽의 7개 시군민은 타오위 안화장장을 각각 이용하고 있는데 그러고도 여유가 있어 타 지역에서도 많이 찾아오고 있다는 것.

쑤자밍(蘇家明) 타오위안 시장은 “현재는 주민들의 환경의식이 높아져 만약 지금 화장장을 새로 건립한다면 상당한 어려움에 부닥칠 것”이라며 “소음과 악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 주민들의 혐오증을 최소화하고 화장장 주변 학교의 시설을 현대화하는 등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
 
- 얼핏 보아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연상시키는 경기 수원시의 화장장인 연화장. 주민들의 불쾌감을 줄이기 위해 외관디자인에 신경을 쓰는 한편 주민들이 화장장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사진 제공 연화장]
●화장장 갈등 풀려면…

서울시립 벽제화장장에 이어 제2화장장 터로 정해진 서초구 원지동 추모공원(경부고속도로 ‘만남의 광장’ 부근 청계산 5만 평)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서 서울시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실제 건립까지는 험난한 길이 남아 있다. 현재로서는 주민의 반대를 동의로 되돌릴 만한 매력적인 ‘당근’이 없기 때문이다.

○ 오랜 대화가 유일한 민원해결 방법

원지동 추모공원은 2001년 추모공원건립추진위원회가 서초구 원지동을 제2화장장 터로 결정한 이후 주민들의 반발과 소송에 휘말리면서 7년째 표류 중이다. 2003년에는 당초 20기였던 화장로 수를 11기로 줄이고 국립의료원을 청계산으로 이전하는 절충안이 마련돼 급물살을 타기도 했지만 정부의 반대로 ‘국립의료원 이전’ 카드가 백지화되자 다시 건설이 무산됐다.

관할 서초구는 제2화장장 터가 성남(화장로 15기), 수원(9기) 화장장과 가까운 만큼 청계산에는 화장로를 3, 4기만 설치하고 나머지는 화장 수요가 많은 동북권과 서남권에 분산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초구 관계자는 “화장장도 중요하지만 일일 이용객이 10만 명에 이르는 청계산이 크게 훼손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화장 수요와 공급을 따져 볼 때 입지 자체가 잘못 선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원지동 추모공원의 사례는 ‘혐오시설 건립 반대=지역이기주의’로 몰아가는 단순 접근법으로는 복잡하게 얽힌 매듭을 풀기 힘든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전문가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국내나 외국이나 화장장, 소각장 같은 혐오시설을 꺼리는 정서는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행정당국의 합리적 제안에 아예 귀를 막고 법, 조례의 규정조차 무시하며 폭력사태로까지 치닫는 일부 주민들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행정당국도 절차적 민주성과 투명성을 확보해 가며 끈기 있게 해당 지역 주민에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

‘장사시설의 수급계획 및 정책방향’에 관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인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의 김경혜 선임연구위원은 “남들이 싫어하는 시설을 건립하려면 해당 지역 주민을 설득하고 또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며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어느 곳을 선정하더라도 항상 반대가 뒤따르므로 시간을 갖고 대화하며 ‘충분한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해결방법이라는 것이다.

○ 민관 모두 승리한 수원 연화장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는 대다수 후보지들과는 달리 2001년 문을 연 수원시 연화장(경기 수원시 영통구 하동)은 보기 드문 성공 사례로 꼽힌다. 1990년대 인계동 화장장 주변에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이곳에 있던 화장장의 시 외곽 이전이 추진돼 1995년 하동 일대가 후보지로 결정됐다. 당시 하동 지역 주민들은 시청 앞으로 몰려가 시위를 벌이는 등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수원시는 주민대표들을 해외에 보내 선진 장묘시설을 둘러보게 하고, 간담회와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설득작업을 벌였다. 결국 2년 이상의 마라톤협상 끝에 낙후된 하동 일대에 도시기반시설을 확충하고, 화장장 내 매점, 화원, 식당 등의 운영권을 주민들에게 주는 내용의 합의가 도출됐다.

장묘시설이 기피시설이라는 점을 감안해 건축 디자인에 신경을 쓴 결과 연화장은 언뜻 보면 미술관으로 착각할 만큼 뛰어난 건축미를 갖추게 됐다. 완공 이듬해인 2002년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을 수상했을 정도다. 현재 연화장 내 장례식장은 주민 176명이 설립한 주식회사가 운영하고 있다. 주민 48명은 장묘시설이 동네에 들어온 덕분에 새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
[동아일보] 제공



배너

포토뉴스


태교만큼 중요한 죽음준비 -김영심 웰다잉전문강사 임신 10달동안 태명에서부터 음식, 음악, 독서, 태담, 동화, 영어와 수학으로 학습태교까지 하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태아교육을 하고 있다. 탄생만큼 중요한 죽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소나 노인대학 강의시 죽음준비를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죽음준비 다 해놓았어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윤달이 있어서 수의를 해 놓았고 영정사진도 찍었다고 하신다. 결국 수의와 영정사진만이 죽음준비를 대신하고 있다. 죽음준비 강의 후에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웠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네요.’ ‘사는동안 잘살고 죽음도 잘 받아 들여야겠어요.’ ‘확 깨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가서 자식들하고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런 강의 처음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장님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못을 박으며 ‘신나고

발행인 칼럼

더보기
[칼럼] 상조단체 상조협회 이야기
조직이란 소속된 구성원들의 친목과 함께 공동 발전을 위한 네트워크란 점이 핵심 존재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한국상조산업계도 2021년을 기점으로 비영리 공인 단체를 가지게 되었다. 비록전국적인 단일조직은 아니지만 어쨋든 공식 '사단법인'이란 점에서 의미있는 발전이다. 한국상조산업협회는 설립 허가를 받은 후 박헌준 회장 이름으로 “공식적인 허가 단체로 거듭난 협회는 회원사와 더불어 장례문화발전과 상조업계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표시했다. 기자는 관련 기사에서 경험에서 우러나는 희망사항을 곁들였다. 40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상조산업의 문제점은 원래의 본향이었던 상부상조, 아름다운 품앗이의 핵심, 장례문화를 제대로 발전시킬 수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의례서비스의 근본을 떠나 소위 결합상품 내지는 의례와 거리가 먼 라이프서비스로 주업태를 변경시켜 가며 이윤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조고객의 대부분이 미래 장례를 목적으로 가입한 것이라면 상조산업 발전과 장례문화 발전이 동일한 의미를 가져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지난 12월 24일자로 공정위의 허가를 받은 '사단법인 한국상조산업협회'가 설립목적으로 명시한 "상조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소

해외 CEO 칼럼 & 인터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