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법)에 따라 순차적으로 시작된 요양병원 호스피스 시범사업이 일련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요양병원계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1년여 간의 요양병원 호스피스 시범사업 추진경과 보고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며, 내년부터 본 사업으로 진행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내다본 것으로 나타났다. 요양병원 호스피스 시범사업은 의료계의 우려 속에 복지부의 입원형 호스피스 시범사업 중 가장 마지막으로 시행됐다. 시행 당시 의료계는 요양병원의 저질 서비스, 열악한 시설 등의 편견을 내세워 요양병원이 호스피스 완화의료의 목적인 존엄한 죽음을 위한 적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왔다.
하지만 현재까지 11개 요양병원의 124개 병상에서 제공되고 있는 호스피스 완화의료는 대학병원 등 기존 전문기관 수준과 유사하거나, 일부 우수한 영역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와 공단의 긍정적 평가 속에 요양병원은 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현실적으로 부족한 호스피스 병상 확대를 견인하고, 요양병원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매년 7만3000여 명의 암 환자가 사망하고 있으며, 연구기관마다 그 숫자는 상이하지만 필요 병상수를 1,500~2,500개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에 퍼진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상 수는 1000개를 웃도는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많은 말기환자들이 선호하는 주요 대학병원 호스피스 완화의료 병동의 경우 약 2~3주 정도 대기하는 경우가 파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최근에는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이 호스피스 사업을 수행하는데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모 대학병원 종양내과 A 교수는 "급성기 환자에 대한 고난도 술기를 담당하는 상급종병에서 호스피스 병동을 운영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 원활한 전원체계 등을 갖춰 지역에서 가족들과 존엄한 마무리를 할 수 있도록 호스피스 제공 병상은 지역 기반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에 요양병원 역시 새로운 생존전략으로서, 또 의료의 질을 향상시켜 요양병원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으로 호스피스 완화의료 사업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호스피스 완화의료 시범사업 기관으로 선정된 '이손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손덕현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부회장은 "요양병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많지만, 그 같은 우려 때문에 보다 혹독한 기준으로 호스피스 완화의료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며 "호스피스 완화의료 제공을 통해 요양병원에 대한 신뢰 회복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모 요양병원 관계자 B씨 역시 "고령화와 함께 요양병원의 병상만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데, 치열한 경쟁 속에 호스피스 완화의료 사업이 일종의 생존전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