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연명의료 결정 시범사업 의료기관들에 입원한 환자 중에서 임종과정에 접어들어 더는 연명의료로 목숨을 유지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죽음의 과정을 선택해 숨진 환자들이 늘고 있다.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의료계 한 관계자는 "복지부가 '비공개' 방침을 유지해 정확한 통계는 알려줄 수 없지만, 시범사업 후 지금까지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등으로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하고 사망한 임종과정 환자 케이스가 3∼4건 있다"고 말했다. 앞서 연명의료결정 시범사업 의료기관에 입원한 50대 암환자가 최근 병세가 악화하면서 자연사했는데 이 환자는 생전에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가족과 의료진에게 밝혔고, 이런 내용을 담은 연명의료계획서(POLST)에 직접 서명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현재 임종과정 환자가 합법적으로 연명의료를 중단하거나 유보하고 품위있는 죽음을 맞는 데는 몇 가지 길이 있다. 먼저 임종과정 환자 자신이 담당 의사에게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이 서류는 의사가 환자에게 설명하고 환자의 확인을 받아 작성한다. 미처 연명의료계획서를 쓰지 못한 채 임종기에 들어선 결과 환자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상태일 때도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 환자가족 2명 이상이 환자의 평소 의사라고 일치된 진술을 하고,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인이 이를 확인하면 연명의료 중단을 환자의 의사로 인정한다.
.
.
이와 관련, 의료계 관계자는 "시범사업 후 지금까지 나온 임종과정 환자의 합법적 존엄사는 이처럼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이나 가족 2인 이상의 진술, 가족 전원의 합의 등 다양한 방법에 의해 이뤄지는 등 케이스별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연명의료란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시도하는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투여 등 4가지 의료행위를 말한다. 하지만 이런 연명의료를 중단하더라도 통증완화를 위한 의료행위나 영양분·물·산소 공급은 어떤 상황에서도 중단할 수 없다.
복지부는 지난달 23일부터 관련 시범사업을 하고 있다. 말기암 등 임종과정에 있다는 의학적 판단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번 시범사업은 강원대병원·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고려대 구로병원·서울대병원·서울성모병원·세브란스병원·영남대의료원·울산대병원·제주대병원·충남대병원(가나다순) 10개 병원에서 진행 중이다. 시범사업은 내년 1월 15일까지 실시된다.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뿐 아니라 일반인도 연명의료를 거부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할 수 있다. 이 경우 사전의료의향서 실천모임·각당복지재단·대한웰다잉협회·세브란스병원·충남대병원 등을 직접 방문해 작성하면 된다. 시범사업 기간이긴 하지만 환자 참여율은 높지 않다. 지금까지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환자는 10명 미만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인이 작성하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참여자도 1600여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생명윤리 예산을 늘려 연명의료 제도를 알리는 대국민 홍보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