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날
임완근
창문을 활짝 열었어요
그리움이 사무치는 오늘은
눈이 오는 날이지요
끝 없이 내리는 함박눈이
나를 데리고 강가로 갑니다.
호수 처럼 넓은 강가에
수북이 눈이 쌓이고
내가 지나가는 발자국은
잠간 길이 되었다가
눈속으로 사라집니다.
세상을 살아기며 열심히
만들어 놓은 크고 작은 길들이
시간이 지나면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만
가끔씩 누군가 만들어 놓은
아름다운 길이 오랫동안
선명한 조각으로 깊게 새겨져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부러지지 않는 지팡이가 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절름발이처럼 살며
내가 만들어 놓은 고불 고불한
오솔길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겠지요.
길이 사라진 그곳에 잡초 보다는
아름다운 야생화 꽃씨가 날아와
내가 늘 꿈꾸던 향기로운
꽃들이 피어날 것입니다.
꿈은 향기로운 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