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배우 신영균(88) 한주홀딩스코리아 명예회장이 11일 재단법인 통일과나눔(이사장 안병훈)에 탈북 학생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10억원을 전달했다. 황해도 평산이 고향인 신영균 명예회장은 "자식들 손잡고 목숨 걸고 탈북해서 대한민국에 정착한 동포들을 돕고 싶다"며 "나 같은 사람이 앞장서서 하면 좀 따라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고 말했다. 호쾌한 음성, 매력적 웃음은 여전했다. "내 소원이 통일 보고 고향 땅 밟는 겁니다. 10리(4㎞) 걸어서 소학교(초등학교)에 다니고 밤 따고 물고기 잡고 뛰어놀던 일들, 기억에 생생해요. 열두 살에 떠나올 땐 귀향이 이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습니다." "11월 10일이 결혼 60주년 회혼식입니다. 10년 전 금혼식 때 호텔에서 잔치하려다 예약 취소하고 불우 이웃 돕기 성금 1억원을 조선일보에 냈어요. 아들(신언식 제주방송 회장)이 '이번에도 좋은 일 하세요' 그러더라고요. 내 나이 여든여덟, 인생 마무리 잘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고교 시절부터 연극 무대에 올랐던 그는 제대 후 치과 의사로 2년간 일하다 1960년 영화 '과부'로 데뷔했다. 1970년대 후반까지 '연산군' '빨간 마후라' '5인의 해병' '미워도 다시 한번' 등 영화 약 300편에서 주연을 맡았다. 신 명예회장은 "6·25전쟁 중 국군과 인민군으로 마주친 두 남자(최무룡·신영균)와 한 여자(엄앵란) 이야기를 그린 '남과 북'(1965)이 떠오른다"며 "비극적 분단의 굴레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2010년 500억원대 사재(私財)인 서울 명보아트홀(옛 명보극장)과 제주 신영영화박물관을 문화예술계에 기증했던 그는 "기부할 때마다 큰 행복감을 느끼는데 이번엔 통일 준비를 돕게 돼 더 뜻깊다"며 "보람 있고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날 배석한 아들 신언식 회장은 "이것이 씨앗이 돼 더 많은 사람이 통일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며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날 신 명예회장이 10억원을 기부한 통일나눔펀드는 순수 민간 차원 통일 기금으로 작년 7월 7일 출범했다. 출범 직후부터 쏟아진 국민의 폭발적 관심 속에 지난 15개월간 약 167만명으로부터 2261억원 기부(약정 포함)를 이끌어냈다. 약정자 절대다수는 우리 이웃에 사는 '보통 사람'이었다. 직장인은 월급에서, 주부는 생활비에서, 학생은 용돈에서 1000~1만원씩을 떼 내 "통일 준비에 보태 달라"고 했다. 통일나눔펀드를 운영·집행해온 안병훈 이사장의 고향은 황해도 사리원으로 평산과 가깝다. 안 이사장은 이날 "신영균이란 이름이 우리 재단과 인연을 맺게 돼 영광이고, 이런 거금을 보태줘 감사할 따름"이라며 "모처럼 되살아난 통일의 불씨가 지속 가능한 불길로 타오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재단은 펀드 출범 1주년을 맞아 지난 7월부터 탈북자 지원 등 각종 통일 지원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전병길 재단 사무국장은 "신 명예회장의 기부금을 가칭 '신영균 통일 장학 기금'으로 운영하며 유망 탈북 청소년과 대학생들의 학업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출처 : 조선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