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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뉴스

죽음도 화이팅

 
●“믿음도 파이팅, 죽음도 파이팅” ●

나는 장례문화계에 몸담은 후 지금까지도 잊지 못하는 생생한 추억이 있다. 아직 우리 장례문화가 어두운 그늘에서 제대로 인식을 받지 못하던 시절인 1999년 10월 내가 운영하던“하늘나라/효손흥손”이 한국최초로 온라인상의 묘지인 “사이버묘원”을 제작하여 운영을 개시 한 후 한국일보를 비롯한 여러 메스컴에 많이 보도가 됐었다. 그 때문에 많은 전화를 받고 후속으로 KBS, SBS 등에서도 취재가 나와 본의 아니게 난생처음 영상을 타기도 했다.그때의 추억을 더듬으며 추모문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자 이 글을 회고한다. 또 멀지 않아 이 기사의 주인공에 대한 새로운 사건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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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0월
기사가 나간 그날 오후 전화벨이 울리더니 이어서 카랑카랑한 60대 정도의 목소리가 울려 나왔다.
“여보세요? 거기가 하늘나라죠?” “네,그렇습니다”
“신문보도를 보았는데요, 제가 좀 찾아 갈까해서요, 어떻게 가면 되지요?“.
단도직입적인 질문으로 보아 취지나 더 자세한 이야기는 필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
약속한 다음날 이른 아침에 서류봉투를 손에 든 노인 한 분이 사무실 문을 들어섰다.
안경을 끼고 나를 바라보는 눈이 예리했고 무엇인지 모를 절실함이 베어 있었다.
마주 앉아 통성명을 한 후 서류봉투에서 정성껏 간직하던 종이뭉치를 꺼내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최병구님은 사랑하는 외동딸을 백혈병으로 먼저 하늘나라로 보내고 그를 못 잊어 그의 일기를 소중히 간직하면서 그를 기념할 방법을 찾던 중이었다.
마침 신문기사를 보니 바로 이거다 하는 생각에 달려오게 됐다면서 딸의 일기를 보여 주었다. 나는 내가 진행하는 아이템을 이렇게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끼면서 건네받은 일기를 조심스레 펼쳐 보았다.
아마도 딸을 위한 문집을 만들어 줄 계획이었던 것 같았다. 표지제목은 일기의 한 구절을 인용하여 “믿음도 화이팅, 죽음도 화이팅” 이었다.
당시 대구 계명대학교 학생이던 20대 여대생이 백혈병을 몸에 간직한 채 가족과 친구사이에서 용기를 가지고 투병하던 처절한 마음의 편린들이 진한 감동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는 벅찬 감정을 못 이겨 잠시 숨을 돌리기 까지 했다.
이윽고 진한 눈물이 시야를 막아 글이 보이지 않았다. 세상에는 허다한 글들이 있겠지만
죽음을 예견하는 젊은 여자가 절망을 거부하고 용기로 싸워 나가는 그 모습은 정말 슬프고도 아름다운 것이었다.

◇6월 26일 수요일
어눌하던 말은 많이 풀려서 거의 전과 같이 말을 할 수 있었는데 팔은 힘이 없어 오른 손으로 글씨가 쓰기 어려워서 아직은, 왼손이 필기를 하는 것이 볼펜도 안 놓치고 편했지만 글씨는 익숙지 않어서 써 놓은 글씨들이 삐틀어지고 볼품도 없었다.
마치 허우적 거리는 나의 마음 자리를 보는 듯 했다.
자꾸, 하나님보다 세상의 모든 것을, 다시 더 사랑하기 시작한 허약한 믿음이 부끄럽다.
솔직히 말하여 그것들과 격리되는 듯한 생각을 지우려는 건지, 그 두려움 때문에 더 탐닉하며 몸부림치는 것 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주님 앞에서 다시 기도 하지만 노여워 하신 걸까... 응답이 없다.
모두가 내일 제대하여 온다는 일석이로 말미암아 혼란스러워진 것이라고 생각하며 씩 웃음이 나왔다.


일석이 탓을 왜 하나...
옛날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다.
고1이 되던 겨울이었다.
펑펑 쏟아지는 눈 오는 날에 일찍 집에 들어가는 일은 어리석은 애나 할 일이지! 동석 오빠가 DJ로 있던 음악다방에 친구들과 몰려 가 밤이 너무 깊어진 것을 모르고 있다가, 정신이 났을 때는 아빠의 회초리가 무서워 들어가지 못했던 일이...
그때 무섭고 아프던 기억을 아빠와 헤어져 살면서 얼마나 그리워 했는지 모른다.
지금도 새삼 눈물겹게 그리워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항암치료를 달마다 받는 일이 힘들고 지긋해도 아빠가 오셔서 종일토록 새벽부터 긴 시간을 같이 지내며 그간 못하던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큰 기쁨이었다.
엄마에겐 내가 전부 일텐데 죄송한 말로 아빠에 대한 끊임없는 간절한 그리움 만치 사모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엄마는 같이 지낼 수 있어서 귀한 걸 잊어서다...

◇7월 20일 토요일
TV에서 제26회 에틀란트 올림픽 개막식이 중계되고 있었다.
나와는 이제 다른 세계 사람들을 보는 것 같다.
바로 TV의 전원을 꺼 버렸다.
화면처럼 이 세상에 대한 애착도 다 지워져라!
그 자리에 새로운 삶을 펼쳐라!
오직 주님 한분을 사모하며 찬양하는 기쁨으로 충만한 날로 다시 시작해라!
오직 그분을 위하여 온전하게 바치는 날로 남은 날이여!
그렇게 채워져라!


●백혈병에 걸려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서도 끝까지 용기와 신앙으로 이겨 나가는 젊은 여자최희의 일기는 감동의 절정에 달한다.●

◇8월 25일 주일

엄마가 치는 피아노 반주 소리는 언제 들어도 은혜스럽다.
(주님! 혼자 남으실 엄마를 돌봐 주세요! 그의 눈물을 씻어 주시고 주 안에서 말씀으로 위로 받게 도와 주세요. 딸을 잃은 애통한 자리에서 눈물로 세월을 보내는 불쌍하고 측은한 여생이 아니라, 더 확실한 믿음으로 주님께 더욱 남은 여생을 충성하시는 큰 종의 길을 가실 수 있도록, 도와 주세요! 우리 엄마를... 그간 물심으로 도와 주시고 기도하신 여러 성도님들의 사랑을 받고 갚지 못하고 그대로 주께 가오니, 대신하여 몇배로 축복하여 주세요!.. 우리 주님이!)
엄마가 치는 피아노 반주에 맞춰 다시 이 교회에서 예배 보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 될 것이다.
내일 입원한다는 말을 아빠에겐 감추기 싫었다.
거의 매일 전화를 하신 아빠가 바로 알게 되실 테고, 사실은 이 순간에 아빠가 너무나 간절히 보고 싶었다. 우선 음성이라도 먼저 듣고 싶어서, 전화기를 들었다.
"아빠! 뭐하고 계셨어요?"
"희아니! 방금 내가 전화하려던 참이었다."
"그러셨어요? 근데 왜 아빠 목소리에 힘이 없으세요? 어디 편찮으세요?"
"아프긴..... 먼저번 전화를 받고 아빠는 신이 난 걸! 내일 내려가 건강해진 너랑 며칠 놀다 올 생각으로, 간다고 전화를 하려는 중이었다."
"내일요?"
"그래! 네 건강이 어떨지 모르지만, 가까운 곳으로 하루쯤 같이 가서 바다도 보고 오고, 맛있는 것도 먹으러도 다니고"
"....... 그러셨어요! 가벼운 감기로 내일 저 입원해요.."
"내일 입원이라니"
다급한 아빠의 음성이 떨리고 있었다.
"아니요 아빠! 열이 내려 퇴원하면, 그때 아빠하고 같이 여행도 하고 그래요. 시원한 바다도 보고 오고, 우리 데이트도 해요. 아빠!"
아빠는 대답을 않고 계셨다.
"아빠! 오시면 차랑, 층계랑 조심하며 오세요. 내일 만나요! 아빠!"
"저... 희아야....."
무슨 말을 하시려다, 채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아빠는 울먹이셨다.
"아빠! 기운내세요 화이팅! 따라 해 보세요, 화이팅!..."
"뭐가 화이팅이냐?"
돌연 성난 아빠의 목소리가 들리고, 전화를 끊으셨다.

아빠! 성을 내시면 싫어요... 슬퍼하지도 마세요, 갓 스물다섯이되는 딸이 백혈병으로 앓다 떠난 가엾은 운명의 희아가 아니라, 주님께서 감당 할 수 없는 사랑으로 병상까지 인도하시고 곤고한 자리에서 기어코, 주님을 알게 하려고, 저로하여 그분의 깊은 뜻을 이루려 예정하고 저를 선택하신, 끝없는 사랑을 입었사오니, 언젠가 아빠도, 저와 함께 감사하셔요! 아빠가 저를 사랑하시는 것 처럼 아빠도 같이 사랑하시는 주님이신 걸 꼭 기억하고 계셔야 해요, 사랑해요 아빠!
저를 주의 날개 안으로 인도하신 그 사랑으로 아빠의 눈물을 친히 씻어 주시고, 주 안에서 위로하여주세요! 부탁해요 주님!!

주 날개 밑 내가 편안히 쉬네, 밤 깊고 비바람 불어쳐도
아버지께서 날 지키시리니, 거기서 편안히 쉬리로다.
주 날개 밑 즐거워라 그 사랑 끊을 자 뉘뇨,
주 날개 밑 내 쉬는 영혼, 영원히 거기서 살리. - 찬송 478장 1절

이제 주님을 찬송하며 순종하고 주님의 은혜로운 품으로 갈께요!

믿음도 화이팅!
죽음도 화이팅!

저로하여 모든 영광을, 주님 홀로 받으시기를 원하며, 예비하신 귀한 말씀을 묵상하게 하시니, 기쁨과 위로를 받고 감사를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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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만큼 중요한 죽음준비 -김영심 웰다잉전문강사 임신 10달동안 태명에서부터 음식, 음악, 독서, 태담, 동화, 영어와 수학으로 학습태교까지 하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태아교육을 하고 있다. 탄생만큼 중요한 죽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소나 노인대학 강의시 죽음준비를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죽음준비 다 해놓았어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윤달이 있어서 수의를 해 놓았고 영정사진도 찍었다고 하신다. 결국 수의와 영정사진만이 죽음준비를 대신하고 있다. 죽음준비 강의 후에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웠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네요.’ ‘사는동안 잘살고 죽음도 잘 받아 들여야겠어요.’ ‘확 깨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가서 자식들하고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런 강의 처음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장님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못을 박으며 ‘신나고

발행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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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상조단체 상조협회 이야기
조직이란 소속된 구성원들의 친목과 함께 공동 발전을 위한 네트워크란 점이 핵심 존재이유라고 할 수 있다. 한국상조산업계도 2021년을 기점으로 비영리 공인 단체를 가지게 되었다. 비록전국적인 단일조직은 아니지만 어쨋든 공식 '사단법인'이란 점에서 의미있는 발전이다. 한국상조산업협회는 설립 허가를 받은 후 박헌준 회장 이름으로 “공식적인 허가 단체로 거듭난 협회는 회원사와 더불어 장례문화발전과 상조업계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표시했다. 기자는 관련 기사에서 경험에서 우러나는 희망사항을 곁들였다. 40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상조산업의 문제점은 원래의 본향이었던 상부상조, 아름다운 품앗이의 핵심, 장례문화를 제대로 발전시킬 수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의례서비스의 근본을 떠나 소위 결합상품 내지는 의례와 거리가 먼 라이프서비스로 주업태를 변경시켜 가며 이윤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상조고객의 대부분이 미래 장례를 목적으로 가입한 것이라면 상조산업 발전과 장례문화 발전이 동일한 의미를 가져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지난 12월 24일자로 공정위의 허가를 받은 '사단법인 한국상조산업협회'가 설립목적으로 명시한 "상조산업의 건전한 발전과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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