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장례업계, 불황과 고객편의성 추구의 단면●
지난해 12월 도쿄 빅사이트에서 개최된 'ENDING산업전'의 이색프로그램으로 ‘美坊主콘테스트’란 이벤트가 열린 적이 있다. ‘아름다운 승려 콘테스트’로 번역할 수 있는데 사라져가는 전통장례식 뿐 아니라 자신이 가진 종교적서비스의 차별성을 경연하는 이색적인 이벤트였다. 참가신청한 승려들이 장례사뿐만 아니라, 독경, 무술 등 쉽게 보기 힘든 장기들을 관객 앞에서 선보였다. 최근 일본인들은 비용이 많이 드는 전통 장례식을 기피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장례사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던 승려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엔딩산업전’ 관계자는 일본의 전통 장례식이 점점 사라지고 있어 승려들의 생계유지가 힘들어졌으며, 특히 시골 산자락에 있는 사찰의 경우 경제적으로 더욱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초고령화 사회’에 이른 일본의 사망률이 2040년에 이르러 최고치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일본인들이 전통방식의 장례를 기피하고 있어, 일본 사찰들은 젊은 세대에게 어필할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런 이벤트와 동시에 근래 일본에서 가족의 장례식 때 재를 올리거나 독경을 할 스님을 파견해 주도록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서비스가 각광을 받으면서 불교계를 중심으로 종교의 상업적 이용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스님 파견 서비스는 도쿄(東京)에 있는 장의(葬儀) 관련 기업인 `민레비'사가 이달부터 인터넷 통신 판매업체인 '아마존 저팬'을 통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스님파견 서비스 자체는 2013년 5월에 처음 선보였다. 민레비사가 불교 각 종파의 스님 약 400명과 개인적으로 계약을 맺고 전화와 메일로 장례의식과 독경을 맡을 스님을 파견하는 사업을 해왔다. 2014년에는 약 8천여 건의 문의가 있었고 스님파견 주문도 첫해인 2013년의 3배로 늘었다. 민레비사는 비용을 신용카드로 결제하고 싶다는 이용자들의 요청이 잇따르자 아마존 저팬에 '출품'키로 결정했다. 비용은 1회 파견에 3만 5천엔(약 34만 1천 원). 아마존을 통해 받는 주문은 재를 올리거나 독경을 하는 일로 국한하고 있다. 택배 서비스처럼 스님을 보내준다는 뜻에서 `스님편(便)'으로 불리는 이 서비스가 아마존 저팬을 통해 판매되자 전 일본불교회는 24일 "승려에게 시주하는 보시는 서비스의 대가가 아니다"라며 "세계를 무대로 사업을 하는 아마존의 종교에 대한 자세에 의문과 실망을 금할 수 없다"고 비난하는 사이토 아키사토(齊藤明聖) 이사장의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 전 일본불교회는 연초에라도 아마존 저팬에 '스님편' 취급을 중지해 달라고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본에서 승려 파견서비스가 확산된 건 5년쯤 전부터다. 도시화와 핵가족화의 영향으로 선조의 위패를 모신 사찰과의 관계가 희박해지는 가운데 시주나 장례의식 등에 부담을 느껴 간소한 장례를 희망하면서도 "최소한 스님이 독경은 해야 한다"는 수요에 부응해 나온 서비스다. 일본에서는 현재 10개 이상의 단체가 이런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작년에 동생이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바람에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한 남성은 "갑자기 당한 일이라 인터넷에서 찾아 보다가 마침 금액도 적당해서 이용했다"면서 "위화감은 들지 않았으며 동생을 극진히 해서 보냈다는 기분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민레비사의 홍보담당자는 "불교계와 적대할 생각은 없으며 제휴하고 싶다는 스님이 늘고 있다"면서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면서 사찰과 사람들 간의 거리를 좁히는 다리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종교학자이자 승려인 샤쿠뎃슈(釋徹宗) 소아이(相愛)대학 교수는 "무엇이든 비용은 줄이되 좋은 서비스를 받으려는 현대인의 니드를 반영한 것"이라고 전제, "운영이 어려운 사찰이 많다보니 파견을 희망하는 승려도 있겠지만 결국 '승려가 필요없다'는 사회분위기에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승려는 "더 많은 사람들이 사찰을 찾게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불교의 길을 걸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