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산(巨山)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삼우제가 28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유족과 측근, 상도동계 인사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현충원 장군 제3묘역 우측 능선에 마련된 김 전 대통령의 묘역은 아직 봉분 모양을 잡고 있는 중이어서 주변이 흙으로 뒤덮여 있었고, 묘역으로 올라가는 길도 합판으로 만들어 놓은 임시 통로였다. 묘역 양옆에는 '가족 일동'과 '국립현충원장 이선근' 명의의 조화가 놓여 있었다. 지난 26일 묘역 앞에 세워졌던 임시 목재 묘비는 이날 삼우제 행사 동안 잠시 치워졌다가 다시 설치됐으며, 내년 1월쯤 김 전 대통령의 생애를 기록한 석재 묘비로 대체될 예정이다. 이날 삼우제는 눈발이 간간이 날리는 가운데 예배 형식으로 30분가량 진행됐다.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손명순 여사와 차남 현철씨, 혜영·혜경·혜숙씨 등 유가족과 친·인척 등이 참석했다. 장남 은철씨는 지난 26일 장례식 때 몸살감기에 걸려 불참했고, 은철씨의 장남이 빈자리를 대신했다. 손 여사는 이날도 휠체어를 타고 참석했으며, 예배가 진행되는 동안 묵묵히 김 전 대통령의 묘역을 바라봤다. 예배를 마치고 현철씨가 "여기가 아버님 묘역이예요. 보이시죠"라고 말을 건네자 손 여사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두 번 끄덕였다.
삼우제에는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아들'을 자임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상도동계 막내 인사인 정병국 의원이 참석했으며, 김 전 대통령의 고향인 경남 거제시가 지역구인 새누리당 김한표 의원도 모습을 드러냈다. 또 김수한 전 국회의장, 김덕룡 민주화추진협의회 이사장, 김봉조 민주동지회 회장, 문정수 전 부산시장, 김광석 전 청와대 경호실장, 김기수 전 대통령 수행실장 등 상도동계 핵심 인사들도 함께 했다.현철씨는 묘역을 둘러보고 나서 황영웅 영남대 환경보건대학원 풍수지리전공 교수로부터 묘역에서 발견된 '봉황알'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김 전 대통령의 묘역을 정한 황 교수는 "봉황이 알을 품으면 태평성대가 이뤄진다는 전설이 있는데 전설이 실현된 것 같다"고 설명하자 현철씨는 "제발 좀 그랬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이어 현철씨는 기자들과 만나 "묘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봉황알과 같은 형상의 돌이 나온 것은 저도 처음 봤다"며 "이런 것이 상서로운 일이 돼서 우리나라 국운이 상승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충원 측은 참배를 원하는 일반 국민은 이날부터 묘역 진입로에 마련된 임시 참배소에서 참배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