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날에 생각한다① 고령사회 조기진입, 경제력 갈수록 저하/
대한민국이 급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통계청의 ‘2015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인구는 662만 4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3.1%를 차지했다. 10년 전보다 200만 명 증가한 것으로, 전체 인구 8명 중 1명은 노인인 셈이다. 예전보다 오래 살긴 하지만 상당수 노인들은 현재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의료기술 발달 등으로 백세시대가 열렸지만, 삶의 질적인 측면에선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어 장수가 축복이 아닌 저주란 지적도 나온다.
▶2017년엔 노인인구가 아이인구 추월= 2015 노령화지수(0~14세의 유소년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인구)는 94.1명을 기록, 5년 전보다 25.7명 높아졌다. 2년 뒤엔 104.1명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유소년 인구를 추월해 본격적인 ‘고령화 시대’로 접어든다. ‘N포세대’로 불리는 청년들이 결혼이나 출산을 포기해 아이들은 줄어들고 동시에 노인들의 수명은 길어지면서 아이들 수와 노인 수의 역전 현상이 앞당겨지고 있는 것이다. 2060년엔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40%대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고령화는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삶의 질은 여기에 못 미치고 있다. 실제로 자신의 삶에 만족하다고 응답한 고령자는 25.6%에 불과했다. 65세 이상 인구 4명 중 3명은 삶에 불만족하거나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데에는 불안정한 경제 여건이 최대요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66~75세 빈곤율은 45.6%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11.0%을 크게 웃돌면서 세계 최고에 랭크돼 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 비중도 올해 30%를 넘어섰다.
▶10명 중 6명 연금수령액 ‘0원’ =노인 복지수준도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공적연금을 받는 고령자는 지난해 253만1000명으로 전체의 39.6%였다. 아직 노인 10명 중 6명은 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연금을 받더라도 수령액은 턱없이 적다. 절반 이상이 월 10만~25만원 정도를 받고 있다. 스스로 돈을 벌려는 노인들도 늘고 있지만, 대부분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노인소득의 양극화 문제도 숱한 고령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위소득(전체 가구소득의 한가운데에 있는 소득) 150% 이상인 65세 이상 고소득 노인층(일명 우피족)과 중위소득 50% 미만인 저소득 노인층(일명 푸피족) 간 월평균 경상소득 격차는 2006년 8.8배에서 지난해 9.2배로 확대됐다. 우피족의 월평균 소득은 580만원인데 비해 푸피족은 63만원에 불과했다. 푸피족은 200만 가구로, 전체 노인 가구의 절반 이상(54%)을 차지하고 있다. 서병수 빈곤문제연구소 소장은 “노후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고령으로 진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젊을 때 돈을 잘 못 버는 계층에 무연금자가 많고 연금을 받더라도 아주 저연금을 받고 있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노후 즐길 돈 없어 ‘TV만 내 친구’= 노후를 즐길만한 여윳돈이 부족하다보니 TV가 노인들의 가장 친한 친구가 돼버렸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자는 지난해 하루 평균 3시간48분을 TV 시청에 사용했다. 이는 5년 전보다 21분 늘어난 것이다. 하루 여가시간(7시간 16분) 중 절반을 TV시청에 쏟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친구를 만나는 등 교제활동 시간은 하루 5분으로, 5년 전보다 5분가량 줄었다. 노인을 위한 인프라도 턱없이 부족하다. 노인여가복지시설 중 가장 많은 것은 여전히 경로당(89%)이었다. 독거노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독거노인 수는 올해 현재 137만9000여명으로, 5년 전보다 18.5% 급증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생활고와 극심한 고독감 등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노인들도 늘고 있다. 작년 65세 이상 고령자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 당 55.5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압도적으로 높은 상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젊은 사람도 취업이 안 되는데 이렇게 노인 인구가 빨리 늘어가는 나라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막막한 것이 사실”이라며 “노인복지제도 확충이라는 원론적인 얘기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인의 날에 생각한다②/ 고용현황 조건, 시간, 연령, 임금 열악
65세 이상 노인들은 구직활동을 할 때 연령차별을 가장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순돌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노년학회가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개최한 제1회 노인인권 심포지엄에서 '우리나라의 노인차별 현황과 대책'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정 교수가 인용한 국가인권위원회 차별 진정건수 현황에 따르면 연령차별 전체 진정사건 가운데 고용분야 진정이 76.5%를 차지했다. 고용분야 진정 사건 중에서도 모집·채용 분야의 진정이 72.4%로 큰 비중을 차지했고,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최근 퇴직(4.4%), 정년(4.1%)에 대한 진정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나이로 인한 차별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고용분야 연령차별과 인권 실태에 대해 살펴보면 고령 구직자의 51.3%는 현 직장에서의 근무기간이 2년 미만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이들의 직업 유형을 살펴보면 청소 24.3%, 경비 21.3% 등으로 나타나 노인근로자들이 정규직으로 좋은 직장에 취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연령으로 인한 정규직 근무에 한계가 있고, 단순노무 계약직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고령근로자들의 51.3%는 월 임금 총액이 51만~100만원으로 정부에서 지정한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월급이 낮은데 반해 근로시간은 1주일 평균 47.8시간으로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평균 근로시간인 43시간과 비교했을 때 장시간 근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노인근로자 역시 장시간 근무형태가 근로 중 가장 힘든 점임을 토로해 장시간 업무로 인한 노인문제가 두드러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근무지에서 차별을 겪은 경험이 있는 노인근로자는 34.2%로 나타났고, 차별 내용에는 업무배분이 29.7%로 가장 높았다. 정 교수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용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서 구체적 조항을 넣어 고령 고용자들에 대한 불평등과 불안정한 고용으로부터 고령자를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러한 법률이 실제로 잘 지켜질 수 있도록 구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제발표 이후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최근 노동개혁을 통해 고용 유연성이 강화되면서 미래 노인은 더 어려운 삶을 살게 될 것"이라며 "연령차별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많이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이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가 이행을 담보할 수 있도록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당, "노인 일자리 5만개 추가 확대 예정" 발표
새누리당이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어르신들이 행복한 노후를 맞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감 대책회의에서 "전쟁을 겪고 폐허가 된 대한민국을 경제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게 한 것은 피와 땀을 흘린 어르신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부족한 복지 등으로 고령자의 삶의 질은 경제성장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은 어르신들을 위한 노인 일자리나 소득, 건강이 충분히 보장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내년도 예산에도 저소득층 어르신들에게 소득보전 및 사회참여 기회를 확대해 드리기 위해 460억 원을 증액하고, 당정 협의를 통해 노인일자리 5만개를 추가 확대하기로 확정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