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을 하시다 광복 70년이 되도록 이역만리 중국 땅을 헤매고 계신 안중근·정근·공근 세 조부님의 유해를 빨리 모셔 조국에서 편히 쉬시게 해야 할 텐데 자손으로서 죄송하기 그지없습니다.”
1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안중근 장군 동상 제막식’에 유족 대표로 참석해 동상에 참배한 안중근 의사 조카손녀(증손녀) 안기수(60·사진) 씨는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특히 세 조부님 유해가 모두 중국 땅에 계셔서 항상 죄스러운 마음으로 지낸다”며 이같이 말했다. 육사 안중근 장군 동상은 부천과 전남 함평군에 이어 국내 3번째 건립된 안 의사 전신 동상이다. 안중근 의사 동생인 안정근 의사의 친손녀이며, 안 의사의 조카인 안진생 전 콜롬비아 대사의 딸이기도 한 안 씨는 이날 안중근 평화재단 청년아카데미(이사장 이진학)가 육사에 기증한 동상 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육사 교정을 찾았다. 이날 행사에는 박승춘 국가보훈처장과 양종수 육군사관학교장, 윤석화·박정자·송일국 등 연극 ‘나는 너다’ 출연배우 등 1600여 명이 대거 참석했다.
안 씨는 “이번 안중근 장군 동상은 하얼빈 의거 당시 입었던 전투복을 그대로 재현해 역동적인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안 씨는 안 중근 의사 순국 105주년, 광복 70년인 올해 정부가 추진 중인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 뤼순(旅順)감옥 둥산포(東山坡) 지역의 2차 유해발굴사업에 큰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는 “증조할머니 조마리아 여사와 큰 할머니인 김아려 여사는 상하이(上海)에서 별세해 프랑스 조계안의 외국인 묘지인 만국공묘에 묻힌 것으로 알려졌다”며 “하지만 이 묘지는 현재 도시개발로 사라지는 등 선조들의 유해가 이국만리 상하이와 충칭(重慶) 등지를 헤매고 있어 자료 발굴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월배 안중근유해찾기사업회 중국지회장은 “안정근 의사는 1949년 상하이에서 병사했고, 안공근 의사는 1939년 충칭에서 상하이 동제대학 출신 의사 유진동 집을 내왕하며 지내다가 행방불명됐다”고 소개했다. 특히 상하이 시절 백범 김구의 오른팔로 활동했던 안공근 의사는 1937년 일본군이 상하이를 공격해 오자 자신의 가족들도 내버려둔 채 김구의 모친 곽낙원 여사만을 난징(南京)으로 모시고 나와 김구 선생의 호된 질책을 받았다. 김 지회장은 “그로 인해 안 의사 가족이 돌아가시고 나서 유족들의 유해를 찾는데 상당한 고민거리를 남겼다”고 말했다. 앞서 2006년 중국에서 자비로 안 의사 동상을 제작해 하얼빈(哈爾濱)시에 세웠으나, 하얼빈시 당국의 외국인 동상 설치 불허 방침에 따라 철거돼 국내 귀환한 안 의사 동상은 2009년 경기 부천시 안중근공원에서 안식처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