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건강보험증(IC카드) 도입에 대한 논의가 다시 이뤄지고 있다. 2001년부터 IC카드 도입 추진이 이뤄져 왔으나 반발이 이어지고 있으며, 의료계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오는 7월까지 4개월간 6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IC카드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중에 있으며, 21일에는 연구용역 사업을 보고하는 회의를 개최했다. 건보공단은 ▲국민과 요양기관의 편의 도모 ▲건보증 대여 등 진료기록 왜곡 방지 ▲종이 건강보험증의 경제적·환경적 문제 해소 등을 이유로 연구용역을 실시했다. 연구용역을 통해 가입자와 요양기관·건보공단 모두가 수용 가능한 IC카드 도입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또 IC카드 도입 가능성과 시스템 구축방안, 비용 산출이 연구 내용에 포함되며, IC카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 해소방안도 마련될 예정이다.
IC카드 도입은 2001년도 부터 논의됐지만, 개인정보 유출 문제로 의료계와 시민단체가 반발하면서 무산됐다. 이후 2007년 8월 정부가 '전자주민증'을 밝힌 후 IC카드 도입이 언급됐으며, 이후에도 끊임 없이 IC카드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지만 끝내 추진되지 못했다. 계속된 실패에도 건보공단은 IC카드 도입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IC카드를 이용해 무자격자 진료를 사전에 차단하고 건강보험증 부정사용을 방지해 재정누수 방지에도 도움을 준다는 입장이다. 건보공단 자격부과실 관계자는 "그동안 IC카드 도입이 추진되지 못했으나,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IC카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는 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용역 결과로 인해 건보공단과 의료계, 시민단체가 협력체계로 진행할 수 있는 논리들이 마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IC카드는 우편발송의 손실을 해소하고, 병원과 환자 모두 편리하게 해주는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건강보험증 발급은 자격변동이 있을 때마다 우편으로 발송하는데 지난해 2000만건이 발급됐으며, 57억원이 소요된 바 있다. 우편발송을 하다보니 분실 위험이 있고, 그러다보면 개인정보유출 문제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수진자 조회를 위해 병원에서 직접 환자의 정보를 수기로 입력하는데, 이 과정을 IC카드로 인해 절차상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편손실이나 수진자조회 등 여러모로 장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건보공단의 이번 연구용역 결과는 8월 중순에 나올 예정이며,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공청회를 진행하는 등 추후 세부계획을 결정할 계획이다.
그러나 건보공단의 IC카드 도입 논의에 의료계와 시민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환자들의 불편만 가중시킨다는 입장을 내놨다. 관계자는 "종이 건강보험증을 대신하기 위한 용도라면 지갑 안에 넣고 다니는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신용카드 등 여러 카드 외에 한 장의 카드를 더하는 것밖에 안된다. 환자들이 카드 하나를 더 들고 다녀야 하는 불편을 가져다 준다"고 지적했다. IC카드 도입을 위해서는 건보공단이 제대로된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의료계 관계자는 "건보공단이 부정수급이나 재정누수 등을 이유로 의료기관에 떠넘기다 보니, 환자본인 확인을 할 수 있는 IC카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들도 나오고 있다"며 "그러나 그런 흐름에 있어서도 비용이나 장비 구축·보완솔루션등의 문제는 건보공단이 반드시 해결해야만 IC카드 도입이 허용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IC카드는 보험료 부당·허위 청구 근절에 실효성이 없다. 오히려 개인정보유출의 위험이 크다"며 "단순히 플라스틱 건강보험증이 아니라 전자칩 신분증으로 대체하게 되면서 전자칩에 저장된 개인정보는 순식간에 온라인으로 수집되고 유출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