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이 인간의 수명시계라고 부르는 '텔로미어(분홍색 부분·사진)'의 길이를 늘려 세포의 시계를 되돌리는 데 성공했다. 각종 노화와 관련된 질병이나 유전병을 치료하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헨렌 블라우 미 스탠퍼드대 교수 연구팀은 '미국실험생물학회연합회'(FASEB) 저널 최신호에 이같은 내용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사람의 몸은 세포분열을 통해 염색체를 복제해 인체 조직을 성장시킨다. 세포분열이 감소하면 노화가 시작되면서 수명이 다하게 된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끝에 달린 단백질 핵산서열로, 노화·수명 등과 직결된 조직이다. 염색체를 감싸고 있어 세포가 분열할 때 염색체의 중요한 정보가 소실되는 것을 막아준다. 세포분열이 진행될수록 텔로미어의 길이는 점점 짧아지고 일정 길이에 도달하면 세포복제가 멈추면서 수명이 다하게 된다. 다시 말해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질수록 노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텔로머라제'라는 생체 효소에서 나타나는 'TERT'라는 활성성분을 사용해 텔로미어의 길이를 연장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텔로머라제는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을 방지하는 효소로 이를 활성화시키면 노화나 수명이 지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체내에서도 체세포를 제외한 생식세포와 암세포는 텔로머라제 효소 덕분에 무한증식을 할 수 있다. 연구진은 DNA 유전자 명령을 세포 속 단백질로 전달하는 RNA에 TERT 코딩 서열을 포함시켰다. 이렇게 변형된 RNA를 일정기간 동안 세포에 적용한 결과, 텔로미어의 길이가 10% 이상 길어진 것을 확인했다. 이는 사람의 수명으로 치면 수년 정도에 달한다. 블라우 교수는 "텔로미어 길이를 며칠 만에 늘리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낸 것"이라며 "각종 노화 연관 질병과 유전장애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