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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에이지

"이제부터 축제 시작" 삶의 완성을 향한 당당함


서울 삼성동의 한 빌딩 지하 1층에 있는 ‘뉴시니어라이프’ 사무실. 당당하게 자신의 노년을 즐기는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패션쇼 런웨이처럼 꾸며진 무대에는 50~80대 남녀 20여 명이 당당한 자세로 무대를 활보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이는 올해 84세인 지채련(강원도 원주시 흥업면)씨였다. 이날 그의 의상은 빨간색 원피스와 노란색 스카프. 84세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꼿꼿한 자세로 무대에 선 그는 신나는 음악에 맞춰 경쾌하게 걸음을 옮겼다. 그는 큰아들을 교통사고로 잃고 사랑하던 딸까지 암으로 떠나보낸 후 술에 의지하며 지내다 어느 날 갑자기 시니어 모델을 시작했다. 지씨는 “인생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시간을 행복하게 채우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74세 안경희(서울 압구정동)씨는 이날 오렌지색 원피스를 입고 무대를 누볐다. 그는 5남매를 모두 시집·장가보내고 나서 찾아온 지독한 우울증을 떨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눈만 뜨면 울고 싶고 스스로가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병원에 다니고 약도 먹었지만 효과가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서 자신을 꾸미고 패션쇼 무대에도 서면서 우울증이 사라졌다. 안씨는 “평소엔 점잖게 입는 편이에요. 하지만 여기선 화려하게 내가 입고 싶은 대로 입어요.”라고 말했다. 얼마 전엔 멋지게 차려입고 택시를 탔는데 기사가 “멋진 모습 좀 더 감상하게 천천히 걸어오시지 그랬느냐”고 했다며 “빈말이라도 기분 좋았다”며 웃었다. 62세 민주현(서울 반포동)씨는 며칠 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산소에 가서 어머니께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1m67㎝의 큰 키와 긴 팔다리를 물려받은 덕분에 늦게나마 패션모델로 활동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큰 키 때문에 기린이니 콩나물이니 놀림을 당해 만날 주눅 들어 움츠리고 살았다. 아나운서를 꿈꾸던 그는 24세에 7남매 집안의 맏며느리가 되면서 그 꿈을 접어야 했다. “그땐 나를 버리면 집안 모두가 행복할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두 아들을 모두 키우고 집안의 모든 대소사를 마친 올해 초, 정말 나를 위해 살아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시니어 모델을 시작하게 됐어요.”


이들에게 나이 듦이란 가족과 사회에 대한 의무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하고 싶어 하던 일들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는 것이었다. 과거의 자신과 화해하고 진짜 나를 찾아가는 행복한 시간이다. 윤경숙(61·서울 도곡동)씨는 25년간 운영하던 화원을 6년 전 접고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군살을 없애려 좋아하던 빵도 끊고 채소와 과일 위주로 식단을 바꿨다. 3년 전부터는 시니어 모델 보조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화원 옆에 모델 에이전시가 있었는데 어느 날 젊은 시절 꿈이었던 모델에 이제라도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애들도 다 컸으니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걸 해봐야겠다고 했지요.” 올해 72세인 김귀선(경기도 일산동구)씨는 2남2녀를 모두 결혼시키고 지난해부터 모델 학원에 다니고 있다.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는 얼굴의 비결을 묻자 그는 “제일 중요한 건 심상(心相)이에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보톡스니 뭐니 하는 수술로는 예쁜 얼굴을 만들 수 없어요. 욕심을 내려놓고 남들을 이해하면 그때 얼굴이 예뻐지죠.”라고 말했다. 서추자(74·서울 대흥동)씨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얼굴 주름이 얼마나 우아한지 아느냐고 반문했다.

 “시간이 흐르면 피부도 늙어가요. 그걸 막을 수는 없어요.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 받으면 이겨낼 방법이 없죠. 나이 듦을 인정하고 즐겁게 웃고 살아야 젊어 보이는 법이에요”라고 말했다.


이들은 TV 속 나이 든 여성들과는 달랐다. 『나이 먹는 즐거움』을 쓴 박어진 씨는 “중년 이후의 삶에 대해 대중매체가 제대로 그려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퇴 후 살사댄스를 배우기 시작한 그는 또래 친구들의 삶을 소개하며 “나 홀로 해외 배낭여행을 꿈꾸며 적금을 붓는 친구, 복지관 파트타임 일자리를 얻고 생애 최초로 자기 이름의 은행 계좌를 갖게 된 친구, 갱년기 우울증 치료를 중단하고 자서전 쓰기에 착수한 친구 등이 바로 내 주변에서 보이는 중년 이후의 삶”이라고 전했다. 남들에게 보여지는 내 모습에 끙끙대며 살던 과거에서 벗어나 바야흐로 ‘내 멋대로 살겠다.’고 선언하는 시기라고도 했다. 그가 정의하는 나이 먹는 기술이란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업그레이드하려는 원초적 본능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아픈 데가 하나 둘 늘어나는 것도 나쁜 건 아니다. 건강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실감하고 남의 고통과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삶이기 때문이다.


『명함이 있는 노후』의 저자 김현기 씨는 영국의 화가이자 교육자 존 레인이 쓴 ‘멋지게 나이 드는 기술’을 인용해 “우리는 노년을 왜 인생의 새롭고 진화적인 단계로 보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젊었다가 쇠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를 발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나이 듦을 비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낸 고정관념이 아니냐고 묻는다. 평균 수명이 60세에 불과하던 과거 50~60대는 자식들 키우느라 정신없이 젊은 날을 보내고 죽을 날만 기다리는 여생이었다. 하지만 평균 수명이 80세를 육박하고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오늘날 나이 듦이란 다른 의미다. “전 앞으로 10년 후에 지금보다 더 멋질 겁니다.” 시니어 모델 민주현 씨는 “나이보다 10년은 젊어 보인다.”는 찬사를 들을 때마다 이렇게 답한다. “앞으로가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보다 더 예쁜 주름을 만들어서 곱고 명랑한 70대가 될 거예요.” ‘나이 듦이란 삶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라고 정의 내린 그는 “내일이 또 기다려진다.”고 했다. [중앙일보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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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만큼 중요한 죽음준비 -김영심 웰다잉전문강사 임신 10달동안 태명에서부터 음식, 음악, 독서, 태담, 동화, 영어와 수학으로 학습태교까지 하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태아교육을 하고 있다. 탄생만큼 중요한 죽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소나 노인대학 강의시 죽음준비를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죽음준비 다 해놓았어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윤달이 있어서 수의를 해 놓았고 영정사진도 찍었다고 하신다. 결국 수의와 영정사진만이 죽음준비를 대신하고 있다. 죽음준비 강의 후에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웠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네요.’ ‘사는동안 잘살고 죽음도 잘 받아 들여야겠어요.’ ‘확 깨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가서 자식들하고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런 강의 처음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장님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못을 박으며 ‘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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