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폭탄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아웅산 순국사절 추모비’ 제막식이 현충일인 6일 오전 미얀마 양곤에서 열렸다. 제막식에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권철현 추모비 건립위원장, 순국사절 유족 23명 등 60여 명이 참석했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 있는 아웅산 국립묘지는 북한이 1983년 10월 9일 당시 전두환 대통령과 수행단을 겨냥해 폭탄 테러를 자행한 곳이다. 전 전 대통령은 화를 면했지만 서석준 부총리와 이범석 외무부 장관 등 대통령 수행단 17명과 미얀마인 7명이 사망하고 50명이 부상했다.
2012년 5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테러 사건 이후 한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미얀마를 방문해 추모비 건립 필요성을 공식 제기했다. 이후 양국 간 논의를 거쳐 지난해 말 추모비 건립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당초 추모비는 지난해 10월 테러 발생 30주기를 맞아 설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미얀마가 자국 국립묘지에 타국 정부의 추모비 건립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풀지 않아 건립시기가 계속 지연됐다.
아웅산 국립묘지는 일반인에게는 출입과 사진 촬영도 금지할 만큼 엄격하게 관리돼 왔다. 결국 양국이 국립묘지 입구로 건립 위치를 타협하면서 접점을 찾을 수 있었다. 윤 장관은 제막식에서 “내년 양국 수교 40주년을 앞둔 시점에서 이번 추모비 건립은 의미가 크다”며 “북한도 미얀마처럼 개혁·개방의 길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아웅산 국립묘지의 북문 입구 경비동 부지(258m²)에 설치된 추모비는 가로 9m, 높이 1.5m, 두께 1m 크기다. 추모비 사이의 틈으로 100m 정도 떨어진 테러 발생 현장이 보이도록 설계됐다. 추모비 제작과 운송에 약 7억 원의 비용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