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익태 탄생 100주년 기념 음악회 참석을 위해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날아온 부인 로리타 안(91) 여사는 5일 여의도 KBS홀 로비에 전시된 "마요르카" 악보를 마주하자 한동안 가슴에 손을 얹은 채 말을 잇지 못했다. “온갖 감정이 가슴에 가득합니다. 이런 뜻깊은 음악회가 마련되고, 또 여기 올 수 있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입니다.” 검정색 정장에 진주 브로치를 단 로리타 안 여사는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 신경을 썼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남편 생일에 대한 기억을 묻자 “그와 함께 한 모든 날, 모든 순간을 기억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번 방문에는 셋째 딸 레오노르 안(53)과 외손자 데이비드 번스틴(32)이 동행했다. 레오노르 안은 “아버지는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한 위대한 음악가였지만 무대에서 내려오시면 천사처럼 자상한 아버지였다”고 회상했다. 아버지가 막내인 자신에게 자주 목마를 태워주시곤 했다고 말할 때 그의 눈은 눈물로 가득 찼다. “아버지는 음악을 통해 모두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셨어요. "마요르카"와 "한국환상곡"은 아버지의 혼이 담긴 대표적인 작품들입니다.” 외손자 번스틴은 “100년 전에 태어난 할아버지를 위한 음악회가 열린다는 사실에 너무 흥분된다”며 캠코더에 음악회 풍경을 꼼꼼하게 담았다. 번스틴은 안익태의 큰 딸 엘레나의 아들로, 바르셀로나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 “음악은 아니지만, 할아버지의 창의성을 물려받았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할아버지는 동양과 서양 음악 사이에 다리를 놓은 분”이라며 자랑스러워 했다. 이들은 6일 국립묘지 내 안익태 선생 묘소를 참배한 후 7일 오전 스페인으로 돌아간다. 로리타 안 여사는 “남편이 그랬듯이 우리도 늘 한국을 그리워한다”며 “건강이 허락한다면 내년에 또 오고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