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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올 수 없는 여행이야기" ‘수원기독호스피스’

 

“우리나라도 이제 죽음에 대한 인식에 상당히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7080세대를 비롯한 60-70세 고령층이 자신들의 죽음 준비를 위한 ‘웰다잉’의 개념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죽음을 수용한다는 것은 상당한 고통을 수반하는 것이지만 왜 사느냐 하는 문제를 근본적인 관점에서 검토해 볼 필요성은 상존하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우리에게 진정한 의미에서의 '장례문화'는 아직 미흡하다고 봅니다. 그저 서비스 절차상 어느 정도 개선되고 있는 것 외에는 ‘웰다잉’의 종합적인 컨텐츠가 빈약하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죽음을 체험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중요하며 산 자들, 남은 자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서 동질성 추구와 교제를 통해 참된 '장례문화'의 구현이 가능합니다. 단순한 주입식이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 치유과정을 겪어가며 풍성한 삶을 추구하게 되는 것입니다. 아울러 젊은이들도 죽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져 인생을 보다 알차고 보람 있게 영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경기 수원시 소재 '수원기독호스피스'의 실질적인 운영 책임자이자 회장으로 20년을 한결같은 봉사에 여념이 없는 김환근 목사를 지난 10월 30일 오전, 오랜만에 찾아보았다. 기자가 그를 처음 안 것을 2002년 5월, 호스피스 행사에 작은 후원금을 전달하고 축하하러 참석했고 몇 년 후 두 번째로 호스피스 시설을 돌아보았을 때보다 오늘의 상황은 매우 호전이 되고 나름대로 안정적인 운영을 하고 있어 보였다. 이 호스피스센터는 '수원기독호스피스회' '사랑샘터'와 바자회 등을 통해 얻은 수익과 후원금으로 환자들의 치료비를 마련하고 수원기독의원 호스피스센터가 치료를 진행해 직접 환자를 돌보는 구조다. 4층 규모의 단독 건물을 이용, 19병상을 운영하며 무료로 환자들의 마지막 임종을 위해 봉사하고 있었다. 센터 건물 한쪽에 자리 잡은 가게 ‘사랑샘터’에서는 후원 받은 물품을 팔고 있었는데 봉사자 3명이 모두 연로한 노인들이었으나 표정은 밝고 건강해 보였다. 모두 호스피스 교육을 받고 무료로 봉사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들의 온 몸에 사랑과 봉사의 분위기가 감돌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처음에 주민들이 사람이 죽어가는 호스피스센터가 들어서는 것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아 시설 일부를 두 번이나 철거해야 했다고 김 목사는 말하고 주민들의 반응이 섭섭할 때도 있지만 이 시설은 사람이 죽으러 온 다기 보다 마무리하는 곳이라고 설득을 거듭했다. 현재 김 목사 외에 의사, 간호사, 봉사팀 등 30명이 미용, 목욕, 발 마사지 등으로 인생의 마지막을 외롭게 보내는 환자들을 따뜻하게 감싸 주고 있다. 김 목사가 호스피스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 20여 년 전 개척교회에서 전도사로 있을 때 이웃 판자촌에 살던 교인이 암에 걸린 일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암에 걸리면 치료가 어려웠고 가족 중 한 사람이 암에 걸리면 집안이 거덜이 날 정도로 치료비도 무척 비쌌다. 치료를 제대로 못 받다 보니 결국 암이 말기로 진행됐고 본인도 가족도 모두 지친 상태로 쓸쓸히 세상을 등졌다. 정말 가슴이 미어졌고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누군가는 이 고통 받는 사람들의 외로움을 감싸주고 인간의 존엄성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겼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뜻있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수원기독호스피스회’를 만들었고 어언 20년이 됐다.

 

 

 

 

센터의 환자들은 암의 진행 정도가 모두 달랐는데 한 명이 위독해지면 나머지 사람들이 밥도 떠먹여 주고 산책도 시켜주면서 의형제처럼 지내는 모습이 각별했다. 그 중 한 명이 세상을 떠날 때에는 남은 환자들이 푸근하게 미소 지으며 “아우님, 먼저 가시게”하고 편안하게 보내주기도 했다. 그렇게 한 명씩 세상을 떠나고 마지막 한 환자가 세상을 떠날 때 김 목사의 손을 잡고 “이제 제 차례가 됐나 봐요. 가면 먼저 간 아우들을 만날 수 있겠죠?”라고 말할 때는 눈물을 참기 어려웠다. 그럴 때는 “먼저 가서 안부 좀 전해주세요. 저도 언젠가 따라갈테니 그때는 반갑게 맞아주셔야 됩니다.”라고 말하며 가슴으로 울기도 여러 번이었다고 김 목사는 회상했다. 그 현장을 지켜보며 느낀 생각과 호스피스 환자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엮어 "돌아 올 수 없는 이야기" "나중이라 말하지 맙시다" 란 2권의 책을 내기도 했다.

 

‘수원기독호스피스센터’를 처음 열었을 때 주위에서는 한 달도 못 버틸 거란 말을 많이 했다. 자선 활동이다 보니 재정적으로 어려움이 많았고 당시 호스피스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부족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런 말들이 이해가 갔다. 그러나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누군가의 도움이 다가와 위기를 극복해 왔다. 그럴 때마다 김 목사에게는 주어진 사명임을 느꼈고 주변에 뜻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끝까지 가 볼 생각이라고 각오를 보이기도 했다. 이제 김 목사는 새로운 비전을 가지고 그 실현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지금의 ‘장례식장’이란 명칭도 개선할 필요가 있으며 자신은 ‘예의원’이란 것을 구상하고 그 안에서 진정한 '장례문화'를 실천함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그의 꿈을 펼쳐 보였다. 바로 '아가페 디아코니아미션센터'의 건립이다. 날로 증가하는 암환자 및 노인성 말기 질환자들의 호스피스 입원 희망으로 현재의 협소한 호스피스센터 및 수원기독의원을 이전 확장하기 위하여 향후 5개년 계획을 세워 병원 부지를 구입했다. 수원시 장안구 이목동 소재 1,050평,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 연면적 2000평, 건축면적 350평 부지에 호스피스전문병원인 ‘수원기독의원 확장(40병상) ‘아가페노인병원(110병상’) ‘아가페요양원(80명)’, ‘기독교전용장례식장(예의원/ 5개 빈소)’, ‘아가페호스피스문화센터’, ‘아가페선교커뮤니티교회’, ‘아가페의료선교훈련원’ 등 외에 ‘추모공원’도 세워 임종예정자가 스스로 보고 듣고 선택하게 가이드하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젊음과 정열을 바쳐 외로운 약자들을 보살피고 임종의 참된 의미를 살려나가는 한 목회자의 앞날에 서광이 환히 비칠 것을 기원해 본다.

 

“언젠가 맞이해야만 하는 내 인생의 마지막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직은 아니라고 하지만, 간혹 오늘에 휩쓸려 그 사실을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언젠가 누구에게나 그 순간이 한 번은 오게 됩니다. 그리고 호스피스 사역자로 쓰임 받으면서 시간이 갈수록 깨닫게 되는 것이 있다면 내 인생에서 내가 바라던 것, 내 삶의 짐들을 하나하나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자주 우리가 얼마나 고마워하는지 그리고 사랑하는지 말합시다. 너무 바빠서 ‘나중’에 해야지 하고 생각한다면 그 ‘나중’은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의 저서 『나중이라 말하지 맙시다』중에서

 

 

 

 

여기에서 호스피스의 유래와 의의를 다시 한 번 상기해 본다.

‘호스피스(Hospice)’란 말은 사전적 의미로는 '숙박소, 여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중세기에서 부터 유래하였는데 십자군과 여행자, 아픈 사람들에게 피난처 휴식처가 되는 장소라는 의미가 있었다. 병들고 지친 여행객들에게 숙식을 제공해 주고 약을 제공하며 또 임종을 맞이하는 사람들은 장례를 치러주는 등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돌보아 주던 곳이었다. 현대에 와서는 이; 의미가 확장되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말기환자들을 임종할 때 까지 가능한 한 육체적 사회적으로 평안하도록 돌보아 주되, 자신의 삶을 잘 정리하여 이 땅에서의 남은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활동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의학적으로 소생할 가망이 없으며 삶의 기한이 3-6개월 정도 남은 시한부 말기환자들을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으로 돌보아 줄 뿐 아니라 아울러 환자의 가족도 격려하고 지지해 주는 활동을 하고 있으며 임종 시 장례를 도와주고 그 유가족들이 속히 슬픔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도 포함하고 있다. 오늘의 현실은 여러 가지 이유로 그들은 병원과 가정, 교회와 사회에서 소외당하거나 부당한 비인간적인 재우를 받고 있다. 더 이상 의료적인 행위를 해 줄 것이 없는 상태가 되면 그들은 병원에서 완전히 소외되고 있는 현실이다. 가족들 역시 초기에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면서 관심을 가조고 돌보게 되지만 시간이 갈수록 회생의 가능성이 없게 되면 낙심과 좌절을 겪게 된다. 장기간의 경비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포기하거나 방치당하여 의미 있어야할 삶의 마지막 시간들을 쓸쓸하고 외로운 가운데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전인적인 돌봄을 받을 권리가 있다. 호스피스는 그들의 외로움을 덜어주며 전인적인 돌봄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높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생명존중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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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만큼 중요한 죽음준비 -김영심 웰다잉전문강사 임신 10달동안 태명에서부터 음식, 음악, 독서, 태담, 동화, 영어와 수학으로 학습태교까지 하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태아교육을 하고 있다. 탄생만큼 중요한 죽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소나 노인대학 강의시 죽음준비를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죽음준비 다 해놓았어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윤달이 있어서 수의를 해 놓았고 영정사진도 찍었다고 하신다. 결국 수의와 영정사진만이 죽음준비를 대신하고 있다. 죽음준비 강의 후에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웠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네요.’ ‘사는동안 잘살고 죽음도 잘 받아 들여야겠어요.’ ‘확 깨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가서 자식들하고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런 강의 처음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장님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못을 박으며 ‘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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