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컨설팅社 10여곳 등장… 재산분할·위자료 등 절차 대행, 로펌과 제휴해 소송비용 할인도
최근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급증함에 따라 이혼 시장이 각광받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한 달간 이혼한 커플은 모두 9400쌍으로 전년 대비 400쌍(4.4%) 증가했다. OECD 회원국 중 이혼율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혼 컨설팅 업체들은 이른바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변호사 선임비를 제외하고 패키지로 100만~150만원 수준이다. 바쁘거나 배우자의 얼굴도 보기 싫다는 고객들에게는 협의 이혼에 필요한 서류 등을 상담사들이 대신 받아준다. 상담사들은 부부 양쪽을 오가며 양육권 등에 관한 협상을 진척시킨다.
배우자의 불륜 증거를 포착하고자 하는 고객들에게는 적절한 방법도 추천해준다. 차량 블랙박스, PC 기록 복원 등 디지털포렌식(컴퓨터 법의학) 전문가들을 소개한다. 이 밖에 이혼 후 일자리나 주거지, 재혼 등 '애프터 서비스'도 확실하다. 이런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최근 서울 강남 일대에만 이혼 컨설팅 업체가 10여곳이나 생겼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3일 신직업 100종에 '이혼 플래너'를 선정하기도 했다.
"재판 중 남편분이 고객님을 헐뜯더라도 침착하셔야 해요."
지난 26일 서울 양재동 서울가정법원에 김모(여·41)씨가 한 여성과 함께 들어섰다. 남편의 불륜으로 속을 끓이다 결국 이혼 소송을 낸 김씨는 재판 내내 방청석에 앉은 그 여인과 눈빛을 주고받았다. 이혼 컨설팅 업체 직원 정모(36)씨다. 이혼한 지 10년이 넘은 정씨는 불안해하는 김씨에게 "(이혼을) 해보니 그렇게 겁낼 필요가 없더라"고 조언했다. 김씨는 지난해 7월 서울 강남의 이혼 컨설팅업체를 찾았다. 심리상담사로부터 김씨는 '회복 불가능' 판단을 받고 이혼 절차에 들어갔다. 업체에 상근하는 법무사가 양육권, 재산 분할, 위자료 안내와 서류 작성을 도왔다. 또 업체와 제휴를 맺은 업계 8위의 로펌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 착수금을 20%나 할인받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이런 업체가 생겼다. 결별을 알리는 '이혼식'을 열어주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큰 망치로 결혼반지를 깨는 이혼식 이벤트 비용으로 통상 5만5000엔(약 62만원)을 받기도 한다. 미국은 일찍 이혼 시장이 형성됐다.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 등의 이혼 사건을 담당한 윌리엄 자벨(76) 변호사같이 전문가들도 많다. 최근엔 '이혼지도사(divorce coach)'도 등장했다. 이혼 컨설팅 업체 디보싱 이병철 대표이사는 "요즘은 성공적인 이혼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간편한 데다 심리적 안정까지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고객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