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속 자문기구인 국가생명윤리위원회 산하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제도화 특별위원회'가 지난 20일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권고안'을
공개했다. 5차례의 논의를 통해 '의사 2인 이상이 의학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없고 원인 치료에 반응하지 않으며, 급속도로 악화돼 임종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된 환자에 대해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와 같은 치료를 자기 결정권에 따라 혹은 가족의 동의로 중단'하도록 한
내용은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이 권고안은 이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몇 가지 과제를 우리에게 숙제로 던져주고 있다.
첫째, 임종
환자에 대한 관리 지침이 마련되어야 한다. 권고안 내용이 주로 치료 중단에만 초점이 맞춰져 환자 중심의 배려가 아니라 방어적인 측면이 더
강조되었다. 예를 들어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내용만 있지, 임종 환자를 의학적으로 그리고 인간적으로 어떻게 돌볼지에 대한 내용이 빠져 있다.
임종 단계에선 품위 있게 삶을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통증 등 증상 관리와 함께 신체적·정신적·사회적·영(靈)적인 배려와
인간적인 나눔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죽음을 종말이 아닌 삶의 완성으로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 전제되어야 한다. 또 의료 현장에서
이를 적용할 수 있는 '임종 환자 관리 지침'이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사회적 안전장치를 위한 정책이 나와야 한다. 사회경제적
부담이 자기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사회적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이 권고안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치매나 암을
앓고 있던 노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동반 자살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런 사례도 있듯이 연명치료 중단 권고안은 생명을 경시하는
풍조를 조장할 수 있다. 그래서 연명 치료를 중단할 때는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만큼은 품위 있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책임진다는 믿음이 전제되어야 한다.
치료 중단은 쉽다. 그러나 돌봄의 제도를 만드는 것은 어렵다. 간호 인력이 필요하고 재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비참한 죽음은 남은 가족에게 미련과 죄책감을 준다. 특히 가족이나 정부가 경제적 이유로 환자를 포기한 것과 같은 인상을 주지
않아야 한다. '치료의 중단'이 아닌 환자를 위한 '올바른 치료의 선택'이 되어야 한다. 연명치료 중단의 윤리적인 측면이 논란이 되었던
선진국에서는 이미 임종 환자 돌봄을 국가 어젠다로 제시하고 호스피스 제도를 발전시켰다. 캐나다는 국회가 나서서 '캐나다인의 권리'로서 연방정부가
5개년 계획을 세우고 매년 그 실적을 국회에 보고하게 했다.
셋째, 권고안을 의료 현장에 적용했을 때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분석과
대처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본인의 의사와 달리 환자 가족들의 합의로 처리되었을 때는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에
대한 자료를 제시함으로써 국민의 불안감을 잠재워야 한다. 특히, 돌봄의 대안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예측은 정책을 실현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현재의 권고안은 임종 환자의 돌봄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채, 연명 치료의 중단만 선택하도록 암묵적으로 강요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부는 임종 환자가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호스피스를 제도화하고 사회·경제적 지원을 위한 안전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윤영호 서울데 의대 교수]
- 위 글은 현사회에 차츰 큰 이슈로 부각하고 있는 무의미한 생명연장치료 중단 제도화와 관련된 전문가
의 의견으로 우리 장례업계에서도 깊이 생각해 보아야할 문제로 여겨져 조선일보로 부터 발췌한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