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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예술로 가꾸는 사람들

●이글은 본인이 부천호스피스를 시작하기전 근무했던 병원에서 호스피스 돌봄을 통해 사랑을 나눴던 환우이야기다. 그 단체의 소식지에도 실렸던 글이지만 호스피스 사역의 이해를 돕기위해 싣게 되었다.●

2005년 12월 3일, 오OO님은 많이 야윈 모습으로 병원 응급실에 왔다. 약간 불만스런 인상과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경직된 모습이었다. 고통이 심해서 그럴 수도 있겠으나 현재의 자신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2월 7일, 오OO님은 퇴원하여 집으로 돌아가고 가정 호스피스로 전환하게 되었다. 가정에 계시는 동안 가족들과 더욱 가까워졌고 자신과 하나님과의 관계도 깊어졌다. 편안한 상태에서 아버지에게 “마지막 가면서 세상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좋겠다.”고 말하며 안구와 시신기증 의사를 밝히고 형제들과 부모님의 동의를 구하였다. 이 말을 하며 아버지께 “나 똑똑하지요?”하고 웃으셨다고 집사님은 전하셨다. 그러나 아들의 말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어 한동안 고민하다 그의 뜻대로 하기로 마음을 다졌다며 그래서 서약서를 제출하는 것이 늦어졌다고 하셨다.

12월 20일, 복수가 너무 차서 배는 남산만해져 움직이거나 숨쉬기가 힘든 상태였다. 그러나 얼굴은 해맑은 상태로 응급실에 오셨다. 2ℓ의 복수를 빼내니 조금 편해져 좋다고 말하며 편안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모습이 좋아 보입니다. 불편해도 조금만 참으세요. 병실로 바로 옮겨 드릴테니까요” 하니 고개를 끄덕인다. 병실로 옮기는 과정에 불편한 것이 많았지만 맑고 환한 얼굴로 짜증없이 잘 참고 있었다.

12월21일, 환자의 주변에 모여 있는 가족들의 모습들이 모두 환하고 생기가 넘친다. 삶의 여정 속에 엮여있는 모든 애증의 관계를 사랑으로 풀어내서인지 환자의 얼굴에도 어두운 그늘이 조금도 없다.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기력이 떨어져 가는 것 외에는…

12월 22일, 황승주목사님 가정의학과장·시흥호스피스대표께서 23일 수요예배 때에 성찬식을 하셨으면 하였고 이 땅에서 마지막 성찬식이 될 오OO이 성찬을 통해 주님과 하나 됨의 신비속으로 이끌어 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하였다. 그러나 그는 22일 수요예배에 준비된 성찬식에 너무 기력이 쇠하여 참석을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가 머무는 병실에서 성찬식을 베풀게 되었다. 힘없는 손으로 떼는 떡과 포도주지만 분위기는 경건하였고 꺼져가는 마지막 생명의 힘을 불태우는 것 같았다.

12월 23일 오전 10시 25분, 전날 성찬을 통해 예수님과 하나됨에 참여한 오OO님은 평안한 모습으로 눈을 감으셨다. 떠나보낼 준비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아들을 보내는 어머니의 비탄의 눈물을 그 누가 막을 수 있으랴. 고인의 유언에 따라 서울대 시신기증센터에 전화를 하니 기증서류가 지금 도착해서 막 등록중인데 지금 사망을 하셨다면 기증고유번호가 없어서 받아줄 수 없다고 하였다. 가족들에게 말씀을 드렸지만 할 수만 있다면 고인의 뜻을 이루어주고 싶어하는 가족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오후 5시, 안치실에서는 고인의 유언에 따라 구로 고대병원 안과팀에서 안구적출을 해갔다. 시신도 기증받을 수 있냐는 나의 질문에 그곳에도 받을 공간이 없어 다른 곳을 알아봐주겠다고 했다. 곧 한양대 병원 해부학 교실에서 연락이 와 자초지종을 이야기 했다.

오후 7시, 한양대병원 시신기증팀이 도착했다. 옆에는 故오OO님이 앰뷸런스에 실려 떠나가는 것을 바라보며 울고 있는 두 모녀가 있었다. “부인이시군요?” 하니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故오OO씨가 돌아가신 바로 그 다음날은 아들의 생일이었다고 한다. 돌아가시기 며칠 전 그는 곧 생일을 맞을 아들과 동생인 딸에게 성경을 선물했는데 성경책 사이에는 자녀에게 남긴 마지막 글이 있었다.

“주일성수는 꼭 하여라.”
“항상 가족과 함께 하여라.”

정말 호스피스는 일하면 할수록 메말라가는 가슴을 물댄 동산으로 인도하는 풍요의 길이다. 오OO님과의 짧은 만남은 지금도 풍성한 추억으로 자리잡으며 내 마음의 밭을 아름답게 가꾸어가고 있다.

부천호스피스 운영위원 박 천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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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만큼 중요한 죽음준비 -김영심 웰다잉전문강사 임신 10달동안 태명에서부터 음식, 음악, 독서, 태담, 동화, 영어와 수학으로 학습태교까지 하고 있다. 태어날 아기를 위해 정성스럽게 최선을 다해 태아교육을 하고 있다. 탄생만큼 중요한 죽음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보건소나 노인대학 강의시 죽음준비를 하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나는 죽음준비 다 해놓았어요.”라고 대답을 하시는 분이 계신다. 어떻게 하셨느냐?고 물으니 윤달이 있어서 수의를 해 놓았고 영정사진도 찍었다고 하신다. 결국 수의와 영정사진만이 죽음준비를 대신하고 있다. 죽음준비 강의 후에 ‘내가 죽는다는 것은 생각을 안 해봤는데 죽는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죽음에 대해 막연히 두려웠는데 오늘 강의를 듣고 나니 오히려 편안해지네요.’ ‘사는동안 잘살고 죽음도 잘 받아 들여야겠어요.’ ‘확 깨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해요’ ‘집에 가서 자식들하고 나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네요’ ‘이런 강의 처음 들었어요’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준비해야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어 좋은 시간이었어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셔서 감사하고 있다. 처음에는 학장님이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죽음 이야기는 하지 마세요’라며 못을 박으며 ‘신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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