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사는 전직 간호사 마리아 크리스티나 리베로(53)씨는 죽은 뒤 시신을 의과대학에 연구용으로 기증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의학 발전이라는 순수한 목적 때문은 아니다. 희귀 질병을 앓는 딸(16)을 혼자 키우는 그는 교회에서 나눠주는 식료품으로 생활하고 있다. 이런 형편에 장미 꽃다발이 있는 장례식으로 삶을 마감하는 것조차 사치라는 생각을 했다. 딸의 수술비 9000유로(1300만원)를 마련하려면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한다. 리베로씨는 "죽는 것보다 사는 게 더 두렵다"고 말했다. 스페인에서 장례비를 아끼기 위해 연구용으로 시신을 기증하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23일 보도했다. 바르셀로나 의과대학에 시신 기증을 약속한 사람은 1500명으로 작년보다 25%나 늘었다. 일부 의과대학은 기증받은 시신을 보관할 냉동고가 부족해 시신을 다른 병원으로 돌려보내는 사례도 있다. 경제위기를 겪는 스페인에선 누구나 죽음과 함께 삶의 고통을 끊어낼 수 있는 건 아니다. 마요르카의 손 발렌티 공동묘지에는 묘지 관리비를 장기 체납한 경우 가족 동의 없이 시신을 이장할 수 있다는 경고문이 곳곳에 붙어 있다. 이곳에만 연간 10.5유로(1만5000원)의 관리비를 내지 못한 묘지가 6200기(基)에 이른다. 최근에는 가족 묏자리를 팔겠다는 사람도 많다. 장의업체 그루포 메모라의 비달 사장은 "보통 장례비용은 3000유로(420만원)인데 요즘엔 값싼 합판으로 만든 관을 사용하는 1000유로(140만원) 장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그리스에선 자살이 크게 늘었다. 경제위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9년 677건에 달하던 자살 또는 자살 시도 건수가 지난해에는 927건으로 3년 동안 37%나 급증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8월 현재 69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거나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